대통령실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 돌리지 않고 직공
고위관계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어…부적절 언행 계속, 실망"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위원장인 대통령과 전혀 조율되지 않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위원회의 일원으로서 납득하기 어려운 부적절한 처사다. 정부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다."(8일 오후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 발언)

저출산 돌발 아이디어를 냈다가 대통령실의 공식 반대에 부딪힌 나경원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윤석열 대통령) 부위원장의 행보가 연일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대통령실은 8일 오후 나경원 부위원장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럽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며 직격탄을 날렸을 정도다.

   
▲ 나경원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1월 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위원회 신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앞서 나 부위원장은 8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이슈를 정책이 아닌 정치적 이해관계의 프레임에 가두고, 억측을 바탕으로 근거없는 곡해를 하는 일은 지양해주시기 바란다"며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바 있다.

나 부위원장은 이날 "대통령실의 우려 표명에 대해 십분 이해한다"면서도 "어떤 정부 정책이든 결정해나가는 과정은 결코 간단할 수 없다, 더 치열한 논쟁을 거쳐야 할 것"이라며 결다른 입장을 밝혔다.

자신의 돌발적인 아이디어에 대해서도 나 부위원장은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까지 말했다.

이에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8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나 부위원장에 대해 "대통령실 사회수석이 분명히 선을 그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페북을 올려 본인이 생각하는 정책을 굽힐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며 "국가적 중대사인 인구 정책을 총괄하는 부위원장으로서 지극히 부적절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이러한 (나경원 부위원장의) 일련의 언행은 수십 조원이 들어갈지도 모를 국가적 정책에 대해 정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공직자로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처사"라며 "대통령실은 나 전 의원의 일련의 처사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러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나 부위원장 아이디어의 문제를 크게 3가지로 제기했다.

그는 "나경원 전 의원은 위원회 논의와 전문가 검증없이 언론에 발표해 국가 정책의 혼선을 초래했다"며 "더구나 저츌산 위원회는 한번도 열린 적이 없다, 저출산 고령사회 위원회 차원에서 그 어떤 논의도 이뤄진 바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무총리실이 '국정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하게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발표를  강행한 것은 행정부의 일원임을 망각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저출산 정책에는 수십조 천문학적 재정이 투입된다"며 "예산 주무부서인 기재부 마저도 예산 조달 방법과 예산 추계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 점을 들어 (정부가) 극구 반대한 개인의견을 발표해 국민들께 심각한 혼란을 야기했다"고 덧붙였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6일 KBC광주방송 인터뷰에서 "마음을 조금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며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 출마를 시사하고 나선 바 있다. 이번 사태는 그 이후 펼쳐졌다.

사태 와중에 나 부위원장은 지난해 11월 도어스테핑 자리에서 대통령실과 충돌했던 MBC 이 모 기자와 전화통화를 통해 대통령실의 반박을 해명하고 나서 더 세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나 부위원장이 결국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