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투자청 2015년 인수 후 2300억 출자…2022년 추가 유상증자 계획
지속된 손실에 유상증자 대신 글로벌세아그룹에 매각
글로벌세아그룹이 쌍용건설 인수 절차를 마무리하면서 쌍용건설이 7년 만에 국내 기업 품으로 돌아왔다. 40년간 쌍용건설의 수장을 맡아 온 김석준 회장은 2선으로 물러나고 글로벌세아그룹이 친정체제 구축에 나섰다. 글로벌세아그룹과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쌍용건설의 M&A 과정과 과제, 향후 시너지 전망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이동은 기자]쌍용건설의 전 최대주주 두바이투자청(ICD)은 재무구조가 악화된 쌍용건설에 지난해 추가로 유상증자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유상증자 대신 글로벌세아그룹에 쌍용건설을 매각하면서 두바이투자청이 추가 자금 투입을 멈추고 매각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 쌍용건설 CI./사진=쌍용건설 제공

두바이투자청은 2015년 쌍용건설 인수를 위해 보통주 3400만주를 제3자 배정방식의 유상증자로 사들이면서 1700억원을 투자했다. 

두바이투자청 인수 이후 쌍용건설은 재무 구조와 실적이 개선됐다. 별도 기준 매출액은 2018년 1조원을 넘어선 이후 1조원이 넘는 매출 외형을 유지하고 있으며, 흑자 전환에도 성공했다. 부채비율도 2015년말 249%에서 2017년말 217%로 낮아졌다. 

하지만 실적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2014년 회생절차 이후 신인도 저하로 회원사 자격으로 참여하는 공사가 증가하고, 최저가 공사 비중이 확대되면서 영업 수익성이 떨어졌다.

여기에 2019년 이후 코로나19 타격을 크게 받았다. 해외 현장에서 원가율이 치솟으면서 다시 실적과 재무구조가 악화됐다. 수익성이 비교적 높은 주택사업 비중이 확대됐지만, 착공 수주잔고의 40%를 차지하는 해외공사 원가율이 100%에 육박하고 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공사에서 추가 원가가 발생했다.

한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쌍용건설이 해외에서 진행하는 프로젝트는 대부분 고급 건축물로 설계, 자재 등 원가율이 기본적으로 높다”며 “설계 변경이나 추가 원가 등이 발생하면 큰 폭으로 원가율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용건설에 자금 투입이 필요해지기 시작했다. 두바이투자청은 2021년말 621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한 차례 단행했다. 

지난해에도 추가적인 유상증자를 계획하고 있었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5월 발간한 보고서에 “2022년 예정 유상증자 규모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 수준이 달라질 전망이다”며 “계획 중인 유상증자 규모를 감안시 부채비율은 300%대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유상증자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2021년말 634.7%에 달했던 부채비율이 300%대로 떨어지기 위해서는 두바이투자청 측에서 약 900억원의 유상증자를 추가로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900억원 이상의 유상증자를 단행하더라도 간신히 자본잠식을 해소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 로얄 아틀란티스 리조트&레지던스./사진=쌍용건설 제공

여기에 해외 현장에서 추가 손실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쌍용건설은 2021년 △싱가포르 우드랜드 병원 594억원 △두바이 로얄아틀란티스 호텔 490억원 △말레이시아 옥슬리타워 249억원 등 해외 현장에서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옥슬리타워는 공사를 타절하면서 추가 손실 발생 가능성은 적지만, 우드랜드 병원과 로얄아틀란티스 프로젝트의 합산 수주잔고는 약 2000억원으로 추가 손실 발생 리스크가 남아있다.

특히 늘어난 예정원가를 반영하면서 쌍용건설의 2021년 해외 부문 원가율은 130%가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기 지연에 따른 원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을 선제적으로 반영했지만, 수주잔고 내 해외 비중이 35%에 달하는 만큼 추가 손실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에 두바이투자청이 계속해서 자금을 투입하기보다는 투자자금을 전부 회수하지 못하더라도 매각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왔다. 

두바이투자청은 매각 과정에서 글로벌세아그룹에 쌍용건설의 지속적인 회사 발전을 위해 인수금액 이상의 유상증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세아그룹도 두바이투자청 보유 지분 인수금액보다 더 큰 유상증자를 실행한다는 원칙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글로벌세아그룹은 전날 1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했다. 인수 지분에 유상증자까지 하면 쌍용건설의 지분은 글로벌세아그룹이 약 90%, 두바이투자청이 10%다.

한 기업분석 전문가는 “두바이투자청이 추가 유상증자를 했다면 인수자금부터 쌍용건설에 투입된 금액이 3000억원을 넘어가게 된다”며 “추가 손실의 가능성도 남아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자금수혈보다는 예정돼 있던 유상증자를 인수자에게 넘기고 매각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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