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잠정안 확정되면 사상 첫 500억 달러↑
증권가, 현대차·기아 4분기 매출액 사상 최대 전망
반도체 수급난에도 선방…해외 판매량 더 늘어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현대자동차그룹 산하 브랜드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4분기에도 사상 최대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며 지난 한 해가 역대 최대실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런 현대차그룹의 선전은 국내 완성차가 지난해 수출로 벌어들인 금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발표되며 확실시되고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비싼 친환경차와 고급차 수출이 확대되는 등 제품믹스의 변화가 한몫을 했다. 이어 지난해 1월 1달러당 1187원 수준이었던 원달러 환율이 4분기 들어 1400원까지 치솟는 등 꾸준히 이어진 강달러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분석된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 /사진=미디어펜


10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완성차 수출 금액은 11월 누적 기준 440억4000만 달러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이는 수출금액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1년 이후 최대치다.

이는 지난 2019년부터 쏟아진 신차들이 2021년부터 수출되기 시작했고, 2022년 환율 효과를 예측하고 2021년 하반기부터 수출물량을 점진적으로 확대한 것도 전체 수출금액 증가에 힘을 보탰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증언이다. 

11월 누적치를 기준으로 2013년 279만9000대였던 수출 물량은 줄곧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코로나19 팬데믹(2020년 3월) 직전이었던 2019년에는 219만 대까지 하락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71만 대와 185만 대를 수출하는 데 그쳤다. 글로벌 주요 시장의 산업수요 감소와 반도체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물량이 감소한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에는 본격적인 반등이 시작돼 2019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200만 대 고지를 넘어 208만 대 수준으로 올라섰다.

이런 수출물량의 회복세에 현대차그룹의 역대급 호실적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국내 완성차 수출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인 만큼 전체 수출금액의 증가는 실적과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4분기 실적 컨센서스는 매출액 38조2119억 원, 영업이익 2조9092억 원으로 추정됐고, 기아는 같은기간 매출액 23조8368억 원, 영업이익 2조2967억 원으로 추정된다.

작년 한 해는 코로나19 팬데믹 여파가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반도체 수급난, 금리 인상 등 각종 악조건이 이어졌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해외 판매 호조세 등에 힘입어 역대급 실적을 기대 중이다.

4분기 성적을 바탕으로 현대차와 기아는 2022년 사상 최대 연간 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증권가가 추정한 현대차의 2022년 연간 매출액은 142조1921억 원, 영업이익은 9조3751억 원이다. 기아는 매출 87조2317억 원, 영업이익 6조9057억 원으로 추정된다. 매출과 영업익 모두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다.

   
▲ 기아 전용 전기차 ‘EV6’ 생산라인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는 지난해 국내 68만8884대, 해외 325만 5695대 등 글로벌 시장에서 총 394만4579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국내 판매는 5.2% 감소했으나 해외 판매가 2.9% 증가함에 따라 글로벌 판매는 1.4%가 늘었다. 기아는 지난해 국내에서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54만1068대를 판매했고, 해외 판매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236만2551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큰 폭의 물량 판매량 증가가 아니었지만 현대차그룹의 실적과 국내 완성차 수출금액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이는 그동안 현대차와 기아에서 판매되는 제품군의 변화가 크게 역할을 하고 있다. 

KAMA에 따르면 지난 2014년과 2022년을 비교해보면 수출물량은 275만 대에서 208만 대로 감소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벌어들인 수출금액은 410억1000만 달러에서 오히려 440억4000만 달러로 증가한 것이다. 8년 사이 수출물량이 24.3% 감소한 반면 수출 금액은 오히려 7.4% 증가한 셈이다.

차를 적게 팔았어도 수익이 컸던 이유는 주요 제조사의 경영 전략이 주요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18년 정의선 수석부회장(당시)이 본격적으로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양적성장 대신 질적 성장을 추진했다. 많이 팔기보다 적게 팔아도 큰 이윤을 남기겠다는 전략이었다.

상대적으로 값이 싼 소형차의 경우 베트남과 인도, 인도네시아 등에 현지공장을 확대하고 있다. 제조원가와 물류비용을 줄여 현지에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신흥국을 겨냥한 값싼 차종은 이처럼 현지에서 만들고, 상대적으로 값비싼 차는 한국에서 만들어 수출한다는 계획 덕에 1대당 수출금액도 크게 증가했다. 때마침 수출로 먹고사는 자동차 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흘러가면서 환차익도 톡톡히 챙겼다.

이에 증권가를 비롯한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사상 최대실적을 갱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까지 환율효과를 누렸다면 올해부터는 환율효과가 금리 인상과 산업 수요 감소 여파를 얼마나 상쇄하는지 관건이 될 것이다"며 "반도체 수급난이 해소되는 분위기이고 기존대기 고객의 출고가 이어지면 당분간 긍정적인 효과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