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성 확보하고 독서문화 진흥하는 의미에서의 '추천'이어야
자유경제원은 1일 오후 2시,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살림출판사 앨리스하우스 2층에서 <비뚤어진 책만 활개 치는 세상, 왜? 그리고 어떻게?>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정부 추천도서’ 타이틀을 달고 마르크스가 미화되고 대한민국의 역사가 부끄러운 것으로 치부되는 출판계 현실 속에서 왜 이런 일이 생기며 어떻게 바꿔나갈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토론을 맡은 배주영 살림창의교육연구소 소장은 “추천도서의 본래 목적이 우리 사회에서는 다르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상’은 출판의 다양성을 확보하고 넓히기 위한 방편이지, 우리가 “읽으면 매우 좋은 책”을 ‘선정’ ‘추천’하기 위한 존재만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또한 배 소장은 “1000여 부에 해당하는 책을 정부가 세금으로 배포하는 것이 정당한가? 혹은 그 배포되는 책의 내용성은 어떻게 담보되는가라고 질문을 바꾸어야 할 것”이라고 말하며 “교육적 당위 혹은 교육적 정당성이라는 이유로 치우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의 ‘지식’을 주는 형태의 도서 등이 ‘선정’ 도서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배주영 소장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청소년, 어린이 청소년 출판에서 “선정 도서”가 가지고 있는 힘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기본적으로 “선정 도서”는 “선정” 되었다는 이유로 “보급”, “권장” 되고 “추천” 된다. 민간기구의 각종 “선정”에 대해서는 각각의 기준이 다르고, 그렇기에 한 마디로 요약하기도 쉽지 않다. 사실 ‘선정’이라는 이름의 광고, 홍보가 더 많기에 사설 ‘선정도서’는 잘 구별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권위 있는 선정도서란 무엇인가를 보면 문화관광부의 “우수 교양도서”(세종도서로 명칭 바뀜),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청소년을 위한 이 달의 읽을 만한 책” 등을 꼽을 수 있다.

그 외에 문학나눔에서 시행하는 “우수 문학도서”(세종도서로 흡수), 한국과학창의재단의 “우수 과학도서” 등이 있다. 이 우수 도서들은 국가에서 공적으로 진행하는 선정도서이기에, 선정과 동시에 보급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종의 판매와도 직결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 선정도서로는 학교 선생님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책따세 선정도서”, 각종 사서 선생님들이 선정하는 “경기 사서 선정도서” “고래가 숨쉬는 도서관” “아침 독서 신문”“학교도서관 저널” 등의 선정도서 등이 있다. 이렇게 선생님들 사이에서 생기기 시작한 선정도서는 문화관광부의 우수 도서가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추천 도서”의 성격을 가지지 못하므로 청소년 눈높이에 맞도록 자발적인 도서 연구 등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는 선정도서라고 할 수 있다.

   
▲ 청소년, 어린이 청소년 출판에서 “선정 도서”가 가지고 있는 힘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기본적으로 “선정 도서”는 “선정” 되었다는 이유로 “보급”, “권장” 되고 “추천” 된다. 사실 ‘선정’이라는 이름의 광고, 홍보가 더 많기에 사설 ‘선정도서’는 잘 구별하여 살펴보아야 한다. /사진=자유경제원

“선정도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려면 우선 공공기관의 선정 도서는 “추천”을 목적으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공공도서의 선정 도서는 명시하는 바 “양서 출판의 의욕 고취”, “국민 독서율 제고 및 소외계층의 문화불균형 해소” 라고 할 수 있다. 즉 “교육적 목적”으로 책을 선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출판 의욕 격려’ 가 오히려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수교양도서”는 그간 출간된 적이 없는 주제, 그간 자주 언급되지 않는 내용, 교과서에는 나오지 않는 내용 등이 선정 초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니 ‘우수교양도서’라는 타이틀 하에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 등을 다룬 책이 더 많이 보일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결국 문제제기가 필요한 부분은 이 상의 본래 목적이 우리 사회에서는 다르게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다양한 출판 의욕을 격려하기 위한 “상”이 “좋은 책을 선정하여,” “보급”으로 이어진다는 측면이라고 보인다. 책은 좋은 책이든, 나쁜 책이든 다양한 가치관을 담는 것으로서 존재의의가 있다. ‘상’은 그 다양성을 확보하고 넓히기 위한 방편이지, 우리가 “읽으면 매우 좋은 책”을 ‘선정’ ‘추천’하기 위한 존재만은 아니다.

그러나 “우수 교양 도서” “우수 학술 도서” “우수 문학 도서”가 1000부 가까이 국공립 도서관과 각종 공공장소와 학교도서관에 보급되고, 학교에 “권장도서”라고 권해지는 측면에 대한 고려가 논의가 되어야, 선정 도서의 보급에 대한 문제제기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 보인다.

여기서 몇 가지 논점이 나온다고 보인다. 첫째, 국가 예산으로 이루어지는 선정도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현재 선정도서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역으로 다른 기준 등을 통해 선정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본다.

   
▲ 국가 예산으로 이루어지는 선정도서는 “무엇”을 기준으로 이루어져야 하는가? 현재 선정도서의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역으로 다른 기준 등을 통해 선정될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은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본다. 선정도서 전체를 문제 삼기 보다는 분야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보인다. /사진=자유경제원

“다양한 출판콘텐츠”라는 주장 아래 “출판 의욕 고취”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선정도서에 내용성이 가진 문제와 한계를 지적하는 것은 별 의미 없는 지적일 수 있으며 선정도서 전체를 문제 삼기 보다는 분야를 문제 삼아야 한다고 보인다.

“우수 교양 도서”의 어린이 청소년 부분, “우수 문학 도서”의 어린이, 청소년 부분을 별도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 분야를 한정한다면 “우수 교양 도서”중 어린이 청소년 도서의 심사기준에 “교육적 가치”라고 하는 부분을 첨가해야 한다는 제언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둘째, 공공적 가치에 준하는 “교육성”을 담보하지 않은 도서를 학교 등 공공도서관에 배포, 보급하는 자체가 오히려 선정도서의 문제가 될 수 있다. 즉 ‘이 책은 보급, 권장될 수 있을까?’ 라는 중요한 질문이 던져질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1000여 부에 해당하는 책을 정부가 세금으로 배포하는 것이 정당한가? 혹은 그 배포되는 책의 내용성은 어떻게 담보되는가라고 질문을 바꾸어야 할 것이다. “교육적 당위”, “교육적 정당성”이라는 이유로 치우치지 않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의 ‘지식’을 주는 형태의 도서 등이 ‘선정’ 도서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셋째, “평가 기준”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실상 그 기준과 가치가 아무리 옳더라도 한 쪽으로만 치우친 기준을 잡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세종도서의 심사위원은 거의 200여 명에 달한다.

어떤 기준으로 선정하라고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교육성”이 추구하는 “가치 중립성”과 “객관적 판단이 가능한 양립 가능한 논점” 등을 태두로 선정도서가 학교 선생님과 학부모에 게 전달되는 과정에서의 중립성을 내세우는 것이 오히려 유의미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른 한편, 공공 분야의 선정도서 중 “어린이” 분야에는 중립적인 정보들을 다룬 경우가 더 많다. 오히려 사설 선정도서가 더 문제가 많다고 보인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는 어떤 기준의 선정도서를 주기적으로 발표하여, 주목할 만한 목록을 만드는 것, 또한 기타 선정 도서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도서에 대한 주기적인 평가와 비평 등을 발표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배주영 살림창의교육연구소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