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제도개선' 보도에 업계 '술렁'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금융위원회가 자사주 제도개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서 ‘매입 후 소각 의무화 추진’ 가능성이 제기됐다. 당국은 서둘러 ‘확정된 바 없다’며 선을 그었지만 제도개선 가능성이 포착된 만큼 관련 논란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재계는 경영권 방어가 불가능해진다며 민감한 입장이다.

   
▲ 금융위원회가 자사주 제도개선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각에서 ‘매입 후 소각 의무화 추진’ 가능성이 제기됐다. /사진=김상문 기자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가 자사주 제도 개선 작업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추진 배경은 한국 증시에 대한 저평가를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때문이다.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소각하지 않고 그대로 보유하고 있는 관행이 주식시장 자체에 대한 신뢰도를 낮춘다는 지적이 나오곤 했던 것이다. 

지배주주가 아무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강화하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 문제에 대한 지적도 단골소재 중 하나였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기업들이 자사주를 매입한 뒤 대부분 소각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미 지난 2일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023년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 참석한 자리에서 자사주를 취득하고 처분하는 과정에서 시장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에 대해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하며 ‘판’을 깔았다. 금융당국 역시 ‘자사주 매입 후 미소각’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었다. 

이미 금융위는 작년도 국내 증시의 ‘뜨거운 감자’ 중 하나였던 물적분할과 내부자 거래, 주식양수도 방식의 인수합병(M&A) 등에서 주주 권익을 강조하는 여러 제도를 발표한 바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0일 한 매체가 ‘자사주 매입 후 소각 의무화’를 금융당국이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를 내면서 논쟁은 더욱 거세졌다. 당국이 ‘인적분할시 자사주에 대한 신주 배정 금지’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보도내용 중에 포함됐다.

당국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은 확정된 바가 없다”는 해명을 즉시 내놓으며 진화에 나섰다. 금융위원회는 해명자료에서 "일반투자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자사주 제도에 대한 개선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확정된 바는 없다"고 전했다.

이번 검토과정에서 민감한 입장을 드러낸 곳은 재계다. 당국이 현 상황에서 자사주 규제를 강화할 경우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이 사라진다는 입장이 제기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의 경우 차등의결권 등이 채택되지 않은 상태라 경영권 방어수단이 마땅치 않은 게 사실”이라며 “다른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한 뒤 자사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금융위는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구체적인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향후 논의에서 재계 입장이 어느 정도 반영될지에도 많은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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