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일본, 여유있는 중국…한국은 이제야 걸음마, 과제는?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우리나라가 세계 크루즈 시장의 출발선상에 섰다.

동북아 바다 위에 ‘크루즈’ 관광 열풍이 불고 있다. 과거 유럽과 미국에서 부유층들만이 즐기는 문화라 여겨졌던 크루즈 산업이 중국, 일본, 한국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이미 오래전부터 크루즈산업에 공을 들여왔다. 요코하마를 비롯해 크루즈가 기항하는 부두가 20곳 이상이고 올해 초부터 크루즈 탑승객에 한해 무비자 정책을 시행했으며 면세점 설치를 앞둘 정도로 앞서가고 있다.

   
▲ 지난 16일 제주를 찾은 중국 국적 크루즈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스카이씨 골든 에러'(Skysea Golden Era)호가 제주항에 첫 입항, 중국인 관광객들이 크루즈선에서 걸어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은 올해로 크루즈산업 출범 10년을 맞았다. 중국 크루즈 관광객은 올해 상반기 1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73만명에 비해 큰폭으로 증가했다. 상하이·텐진 등 어마어마한 시장규모와 투자규모로 동북아시아 크루즈산업의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의 크루즈산업은 걸음마 단계에 와있다. 지난 1월 크루즈산업 육성지원법이 국회를 통과했으며 지난달 경제장관회의에서 크루즈산업 활성화 대책이 발표됐다.

현재 크루즈선 전용 부두는 제주, 부산, 여수 3곳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대형 크루즈선은 정박하기 어렵다. 해수부는 내년까지 인천, 속초 등에 5석을 추가하고 2020년에 13석까지 늘릴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2013년을 기준으로 아시아 크루즈 관광객은 137만명(전년 대비 6.5% 증가)이며 오는 2020년까지 700만 명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보고서에 따르면 크루즈산업의 경제적 효과는 국적 크루즈 선사가 국내를 운항 할 때 가장 시너지가 크다. 해외 크루즈선사가 국내에 단순히 기항하는 경우에 쇼핑, 항만서비스 등 부가가치 창출을 유도할 뿐이다.

현재 한국은 국적 크루즈선이 없다. 중국은 현재 2척, 일본은 4척의 국적 크루즈선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 크루즈 시장의 작은 규모와 막대한 초기 비용이 들어가는 크루즈산업에 선뜻 뛰어드는 조선사는 없는 상황이다.

해수부는 내년 안에 국적 크루즈선을 띄울 예정이지만 새로 건조하는 방향이 아닌 중고 크루즈선을 사들일 계획이다.

국내 빅3라 불리우는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경우 현재까지 국내와 해외로부터 수주받은 크루즈선이 없으며 건조한 적도 없다.

업계 관계자들은 “크루즈선은 물건을 싣는 일반상선과 달리 특급호텔 수준으로 지어야 하기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는 인테리어와 자재를 유럽에서 최고급으로 수입해야 한다“며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배보다 배꼽이 더 커져 경쟁력이 없다“고 의견을 모았다.

또 ”국내는 크루즈선 자재 관련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아 해외 배송관련 문제가 생기거나 자재 자체에 문제가 생겼을 때 건조 기간도 지연될 수 있어 선뜻 뛰어들기 어려운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이원갑 해양지식관리본부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크루즈 시장은 동북아시아에 진출한 해외 선사들에 의존하고 있다해외 크루즈선사들이 지속적으로 국내로 입항할 수 있도록 기항지 매력을 증진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초기 크루즈 입항 여건을 개선해 해외 크루즈선사를 유치하고 이를 통해 국내 크루즈 산업 기반을 갖추고 수요가 확보된 후 국적 크루즈선사들이 크루즈시장을 확대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