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변화없어 정쟁거리 안돼…나라 운명 걸린 문제 해결부터

   
▲ 박종운 연구위원
실효성에 변화가 없는, 흥분할 필요가 전혀 없는 개정 국회법

그간 공무원연금법을 둘러싼 국가백년대계 차원의 논의가, 협상 과정에서 끼워 넣어진 개정 국회법 때문에 갑자기 국회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의로 급전환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번 5월 29일 새벽에 통과된 개정 국회법이 3권 분립을 저해한다고 한다. 개정 국회법에 대한 비판의 강도가 세다보니 국회가 3권 분립을 무시한다는 의미에서 ‘국회독재,’ ‘입법부 독재’라는 과한 표현까지 나오고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한다는 이야기도 한다.

그런데 참 의아하다. 현 국회법과 개정 국회법을 비교해보면, 신 구법이 과연 어떤 효력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과민반응이 아닐까?

우선 기존 국회법을 보면, 제98조의2(대통령령 등의 제출 등)에는 “③상임위원회는 위원회 또는 상설소위원회를 정기적으로 개회하여 그 소관중앙행정기관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 및 부령(이하 이 조에서 "대통령령 등"이라 한다)에 대하여 법률에의 위반여부 등을 검토하여 당해 대통령령 등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소관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그 내용을 통보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통보받은 내용에 대한 처리 계획과 그 결과를 지체 없이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새로 통과된 (그러나 아직 대통령의 서명이 이루어지지 않아 공표는 되지 않은) 개정 국회법을 보면, 제98조의2(대통령령 등의 제출 등) “③상임위원회는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제출한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등 행정입법이 법률의 취지 또는 내용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단되는 경우 소관 중앙행정기관의 장에게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중앙행정기관의 장은 수정·변경 요구 받은 사항을 처리하고 그 결과를 소관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여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 두 조문의 차이는 내용을 통보할 수 있는 것에서 수정 변경을 요구할 수 있는 것으로, 또 처리계획과 그 결과 보고에서 처리하여야 하는 것으로 표현이 강화되어 있다. 입법부로서는 당연히 입법 취지에 걸맞게 대통령령 등이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수정변경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에는 문제가 없다. 그 요구받은 사항을 처리하라는 대목은 당연히 요구받은 이상 처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미 기존 국회법에도 처리계획과 그 결과를 보고하라고 되어 있다. 그러나 비교해보건대 표현의 분위기만 강력해졌을 뿐, 그 실효성에 있어서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는 그 수정변경 요구를 수용하는 것도 있지만, 그 요구의 타당성이 없을 경우 요구를 거부하는 것도 포함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네이버 국어사전에서는 처리란 말에 대해 “사무나 사건 따위를 절차에 따라 정리하여 치르거나 마무리를 짓다”라고 해설되어 있고, 예문으로는 “검찰은 그를 무혐의로 처리하기로 방침을 세웠다”는 것도 적시되어 있다. 따라서 이 용어법대로라면 대통령은 절차에 따라 국회의 대통령령 수정 요구가 접수되었을 때, 그것을 수용하지 않는 쪽으로 처리(불수용 처리)하기로 방침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에도 국회 요구의 실질 내용을 문제 삼았지, 국회법 해당 조문을 문제 삼지는 않았던 것이다. 흥분해서 ‘국회독재’ 운운하는 사람들은 처리(treat)하라는 표현을 당연히 그대로 수정변경에 응하라는 것으로 오해하는 듯하다. 그런 식으로 해석할 것 같으면 기존의 국회법도 처리계획과 그 (처리) 결과를 보고하게 되어 있으니 똑같이 흥분해야 할 것이다.

   
▲국회법 개정에 대한 무익한 논란은 시간낭비일 뿐이다. 공무원연금 등 연금개혁과 눈앞에 닥친 메르스 퇴치, 친주체사상파나 좌파들의 주동을 막아 대한민국호의 운명을 가름할 중차대한 문제들로 논의를 옮겨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개정 국회법이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한 것도 아니다

사실 일반적으로 말하면 선출된 국민의 대표로 이루어진 민주주의(Democracy) 기구인 국회가 만든 법률이, 시험으로 충원된 관료지배(Bureaucracy)의 작용에 의해, 대통령령 단계에서 왜곡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런 경우는 관료지배의 횡포이기 때문에 마땅히 시정되어야 한다. 비선출권력인 관료지배의 횡포가 드러났을 경우에는, 대통령은 과거에는 미처 그 심각성을 자각하지 못했었다 하더라도 이제는 국민의 성원과 국회의 지적이라는 뒷심을 업고 문제가 되는 대통령령 등을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선출권력인 대통령의 판단이 국회와 달랐던 데서 비롯된 경우라면, 그래서 대통령이 대통령령 등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요구를 거부할 경우라면, 국회와 대통령이라는 두 선출권력 간 쟁의에 들어가게 된다. 헌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

이때 국회가 직접 강제할 수 있는 것은 방법은 없다. 헌법은 국회에 집행권을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경우에 국회가 할 수 있는 것은 명령규칙 심사권을 가지고 있는 대법원의 심사를 거치는 것뿐이다. 왜냐하면 헌법 제107조 제2항에는, “명령·규칙 또는 처분이 헌법이나 법률에 위반되는 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된 경우에는 대법원은 이를 최종적으로 심사할 권한을 가진다”고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대법원 판결이 이미 30여건이나 된다.

이처럼 개정 국회법도 대통령의 거부를 넘어 직접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는 점에서, 또 대법원의 명령규칙 심사권을 넘어선 것도 아니란 점에서, 이를 삼권분립의 위반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개정 국회법의 오류는 강제력 행사가 아닌, 다른 곳에 있다

오히려 국회의 오류는 기존에 대통령령 등이라고 되어 있던 조문을 ‘행정입법’이라고 격상하여 명시한 데 있다고 볼 수 있다. 위헌이라고 한다면 바로 이 부분이 해당될 것이다. 왜냐하면 헌법에는 “제40조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고 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헌법 제75조의 대통령령 헌법 제95조의 총리령 또는 부령 등을 입법이라고 격상시켜서는 안된다. 물론 오스트리아 법학자 켈젠(Hans Kelsen)의 법 5단계설에 따라 헌법 법률 명령 조례 규칙 등이 모두 법적 성격의 것들이고, 국회 입법 법률이 아닌 경우 위임입법 준입법 종속입법 등으로 다양하게 지칭할 수는 있다. 그러나 명확히 해두어야 할 것은 우리 헌법 체계상 행정부는 법률을 제정하는 곳이 아니라는 점이다. 비록 시중에서 대통령령 등에 대해서 관행적으로 행정입법이란 말을 쓰고 있다고 해도, 헌법에 의해 입법권을 부여받은 입법부가 긍지를 가지고 있다면, 적어도 국회 입법이 있고 행정부 입법이 따로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문구는 쓰지 말았어야 한다.

나아가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직접 처리하라고 하는 것도 법체계와 맞지 않는다. 왜냐하면 대통령령은 명칭이 보여주듯이 대통령이 발하는 명령이기 때문에, 중앙행정기관의 장이 스스로의 권한으로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통령령은 문제가 없는데 그 하위의 규칙(총리령, 부령)이 법률과 명령에 위반되는 것이라면, 이는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관료지배체제가 국회나 대통령 선출권력의 뜻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이런 경우라면 국회가 대통령에게 통보하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뜻을 충분히 관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 국회법은 대상을 잘못 특정한 오류를 저질렀다.

무엇보다도 국회는 입법부이기 때문에 하위의 대통령령이나 총리령 부령이 법률의 취지에 반할 때에는 법률을 개정함으로써 대응하는 것이 정도(正道)이다. 입법부로서는 헌법에 보장된 입법 절차를 거치는 것이 선출된 권력 간의 쟁의로 들어가는 것보다 훨씬 낫다. 자신에게 보장되어 있는 권한은 행사하지 않고, 남에게 위임해놓은 다음 피위임자에게 감 놔라 대추 놔라 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맞지 않다. 

공리공담을 넘어서, 대한민국호의 운명을 개척해나가는데 집중하자

실질이 없고 무익하기까지 한 논의로 정당이 분란을 일으키고, 정부와 여당이 분열상을 보이고, 거부권 행사가 운위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런 논란은 그 무익함도 문제지만, 현재 대한민국호가 처한 엄중한 현실에 집중할 시간을 빼앗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대한민국호가 헤쳐나가야 할 문제는 많다. 나라밖에서는 일본의 아베총리가 아시아에서 미국의 대리인을 자처하고 미국은 역할분담에 적극 호응하고 있다. 이것은 1905년 동북아의 운명을 일본에 맡겼던 태프트 가쓰라 밀약과 유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자아내고 있다. 한반도 안에서는 북쪽 땅을 강점해왔던 세습독재의 3대 ‘군주’ 김정은의 예측불허의 공포정치가 무슨 짓을 저지르는 것으로 전개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더구나 김정은은 핵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한민국 안에서는 북한의 주체사상을 추동한다고 여겨졌던 통합진보당이 해체되었지만, 그 후속작업이 없어서 친주체사상파들이 여전히 활동의 제약을 받지 않고 있다. 광우병 시위나 세월호 참사의 정치화 등의 이면에는 친주체사상파나 좌파들의 주동이 있으리라는 강력한 의구심이 널리 퍼져있다. 게다가 경제상황은 어렵다. 미봉책에 그쳤고 부담과 파탄을 지연시키는데 불과했던 공무원 연금 등 각종 연금개혁의 문제가 여전히 있다. 또 중동호흡기증후군이라고 하는 메르스에 대한 대처 문제도 국민들의 걱정을 사고 있다.

이런 문제들에 집중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따라서 그 실질 면에서 아무런 변경도 이루어지지 않은 국회법 개정에 대한 무익한 논란은 이제 그만 두도록 하자. 대한민국호의 운명을 가름할 중차대한 문제들로 다시 논의를 옮겨가자.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