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악성 미분양' 칸타빌 수유팰리스 매입
정부, 공공기관 통한 미분양 물량 매입 검토
"매입임대는 주거복지 뿌리…정부 지시와 별개"
[미디어펜=김준희 기자]정부가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급증하는 미분양 물량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의 매입임대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부의 미분양 매입이 ‘건설사 등 일부를 위한 특혜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도 LH가 이른바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는 정부의 미분양 매입 검토 지시와는 별개로 적법한 과정을 거쳐 이뤄진 매입이라는 입장이다.

   
▲ 정부가 공공기관 등을 통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6일 업계에 따르면 LH 서울본부는 지난해 12월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 전용면적 19~24㎡ 원룸형 36가구를 각각 약 2억1000만~2억6000만 원대에 매입했다. 분양가의 15%가 할인된 금액으로 총 매입금액은 79억4950만 원이다. 매입된 물량은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칸타빌 수유팰리스는 그동안 서울의 대표적인 악성 미분양 사례로 자주 언급됐던 단지다. 지난해 2월 일반분양됐으나 미계약 발생 이후 7차례 진행된 무순위 청약에도 ‘완판(완전판매)’이 이뤄지지 못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토교통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부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거나 임차해 취약계층에게 다시 임대하는 방안도 검토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대통령의 주문은 미분양 급증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 미분양 주택 수는 5만8027가구로 직전월 대비 22.9%(1만810가구) 증가했다. 미분양이 한 달 만에 1만가구 이상 늘어난 것은 지난 2015년 12월(1만1788가구) 이후 6년 11개월 만이다. 이 중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전체 미분양의 12.3%(7110가구)로 전월 대비 0.5% 증가했다.

정부는 공공기관 차원에서 늘어나는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고 이를 취약계층 임대 용도로 활용해 주택시장 경착륙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건설사의 고분양가 책정으로 인해 시장에서 외면받은 물량을 왜 정부와 공기업이 세금을 들여 매입해야 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칸타빌 수유팰리스 매입 또한 이러한 이유로 여론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LH는 이번 칸타빌 수유팰리스 매입의 경우 정부가 추진하는 미분양 주택 매입과는 별개의 건이라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해당 건은 지난해 8월 시행된 기존주택 매입 공고에 따라 요건에 부합하는 주택에 한해 실사 및 심의를 통해 매입한 것”이라며 “칸타빌 수유팰리스의 매입신청은 정부 차원에서 미분양 매입 검토를 지시했던 지난 3일 이전인 지난해 9월 이뤄졌다”고 말했다.

칸타빌 수유팰리스가 악성 미분양 물량이긴 하지만 적법한 절차와 심사를 거쳐 매입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LH 관계자는 “기존주택 매입 기준에 따라 호별매입(부분매입) 40㎡ 이하만 가능하다”며 “이번에 매입한 주택은 모두 원룸형”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LH 기존주택 매입은 신청이 접수되면 서류심사와 현장 실태조사를 거쳐 감정평가 대상주택 선정, 감정평가, 매입 대상 주택 통보, 매매 협의, 계약 체결 순으로 이뤄진다. 서류심사 과정에서 LH가 정한 매입제외 기준에 해당하거나 생활편의 등 입지 평가에서 일정 점수 미만일 경우 매입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통령 언급에 따른 준공 후 미분양 주택 매입은 현재 국토부에서 별도로 검토 중이다. LH 매입임대를 활용하는 방안도 여러 검토사항 중 하나다. 이 경우 매입 단가는 분양가 이하로 크게 낮추는 등 조건이 붙을 전망이다.

LH 관계자는 “매입임대는 LH에서 추진 중인 주거복지사업의 뿌리 중 하나”라며 “취약계층을 위한 매입임대사업은 지속적으로 진행하되 정부 지시가 있을 경우 주어진 범위 내에서 미분양 물량 해소에도 일부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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