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해외수주 ‘급감’에 실적 악화 ‘부채질’

[미디어펜=조항일 기자] 지난해 말부터 저유가 사태가 지속되면서 중동발 해외수주에 비상이 걸린 국내 건설사들이 이번에는 ‘메르스’를 만나 속앓이를 하고 있다.

4일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둘의 해외 수주액은 232억6523만달러(약 25조원)로 지난해 동기(316억3766만달러)에 비해 26% 감소했다.

   
▲ 중동발 해외수주전에 대해 고전이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메르스'까지 겹치며 국내 건설사들이 긴장의 끈을 놓치 못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TV 방송화면 캡처

그동안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텃밭’으로 불리던 중동지역 수주성적도 급감했다. 지난해 1~5월 기준 중동지역 건설 수주액은 246억3821만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년 동기(68억 2348만달러) 대비 72.3% 떨어졌다. 1년 만에 4분의 1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앞서 박근혜 대통령은 저유가 사태 등으로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 명확해지자 올해 초 직접 중동순방을 통해 적극지원에 나섰지만 이 마저도 물거품이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엎친데 덥친 격으로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가 발병해 전세계가 ‘메르스 공포’에 휩쌓이며 건설업계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동현장에 파견된 건설사 직원들이 메르스에 감염되거나 메르스 환자가 국내에 들어올 경우 사업차질은 물론 이미지에도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계와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장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20개 국가에 129개 현장에서 461개의 해외수주가 진행중이다.

이중 80%가 중동지역에 몰려있다. 중동지역 건설현장에 나가 있는 직원만 70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에 건설업계는 현지 파견 직원들의 메르스 감염을 막기 위한 전사적 차원의 예방교육에 힘쓰고 있다.

국내 건설사 중 가장 많은 중동지역 건설현장을 진행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메르스 발병지로 알려진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 17개 공사를 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외에도 카타으롸 쿠웨이트, 이라크, 아랍에미리트(UAE) 등 5개 국가에서 32개 현장을 보유하고 있다.

먼저 현대건설은 중동에서 한국으로 복귀한 노동자를 상대로 의무적으로 체온측정을 받도록 했다. 향후 메르스 확산추이를 보면서 중동지역 출장금지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도 메르스 예방을 위해 사내 안전보건팀을 통해 중동에 근무하는 직원의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GS건설은 신입사원 58명 기운데 35명을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UAE 등 중동지역에 발령했다.

대림산업은 중동에 파견된 직원들에게 낙타 체험프로그램을 금지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메르스 바이러스를 옮기는 매개체로 낙타가 지목되고 있는만큼 접촉 자체를 차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