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주택시장 월세비중이 늘어남에 따라 청년·저소득층이 경제활동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일 한국은행 ‘조사통계월보 논고’에 따르면 월세 상승이 가계소비를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 및 39세 이하 연령대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월세가 1% 오르면 소비를 줄이는 비율은 전체가구의 0.02%, 저소득층 0.09%, 가구주 39세 이하 0.08%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30만원의 월세를 내는 가구의 월세가 33만원으로 10% 오르면 전국의 모든 가구가 한 달 평균 100만원을 쓴다고 했을 때 소비액이 99만8000원으로 2% 줄어드는 셈이다.

분석에 등장한 세가지 기준(전체가구, 저소득층, 39세 이하 가구주)은 모두 자가·전·월세를 포함하고 있다. 따라서 실제 월세 가구의 경제적 타격은 제시된 수치보다 월등히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시장 월세비중은 1990년 이래 증가세가 이어져 2014년에는 전체의 23.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가 및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비중은 2006년 12.5%에서 2012년 14.3%로 상승한 반면, 상향이동은 25.4%에서 24.8%로 하락했다.

월세 비중은 전세공급물량 부족, 전세 임차인의 보증금 환수불안에 따른 월세전환, 월세거주 비중이 높은 1~2인 가구의 증가 등으로 수요가 증가한데 기인한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4년도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전·월세가구 중 월세 비중이 55%로 2012년 50.5%보다 4.5%포인트 늘어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래 가장 높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가격 상승세가 주춤한 반면 세금부담이 적은 전세수요가 크게 늘며 전세가는 매매가에 70%를 상회하고 있다. 가격 부담은 물론 1~2인 가구가 늘면서 소형주택에 대한 선호가 커짐에 따라 월세가구는 계속 확대대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월세가구가 확산되면서 주거비가 대폭 상승했다는 점이다. 40만원 이상의 고액 월세를 부담하는 가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평균 월세도 2010년 월 28만원에서 2014년 32만원으로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저소득층 중심으로 월세비중이 커질 경우 고정적인 지출이 확대되면서 자연히 재산형성의 제약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세에서 월세로 전환한 가구일수록 소비성향이 줄어들어 결국 월세주거비가 소비 둔화를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저소득층 중심으로 월세비중이 커질 경우 소득분배가 악화될 소지도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산업경제팀 김정성 과장은 “월세주거비 상승 추세 및 소비·소득분배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주택시장 변화 과정에서의 과도기적 현상인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지 가늠하긴 이르다”며 “앞으로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저소득층의 소득기반 확충 등 정책적 노력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