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삼성이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계획이 불공정하다며 반대 의사를 밝힌 데 대해 "합병에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4일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번 건이 합병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본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합병계획에 대해) 다른 대주주들의 반응이 좋고 주가 흐름에 비춰 시장에서도 반응이 좋다"고 덧붙였다.

삼성물산은 "이번 합병의 추진배경은 회사의 미래가치를 제고해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높이는데 있다"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물산의 성장정체·영업가치하락에 대응해 사업다각화와 신사업추진을 목적으로 조기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 회사가치를 높이기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합병조건이 공정하지 않다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입장에 대해 "양사간 합병 비율은 자본시장법상 규정에 따라 결정된 것이며, 시장이 현재 평가한대로 합병비율을 적용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앞으로 다양한 주주들과 소통하면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장내 매수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지분 매수는 경영참가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별도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제일모직의 삼성물산 합병 계획안은 삼성물산 가치를 상당히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 또한 공정하지 않으며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삼성물산은 삼성그룹 계열사의 지분 합계가 삼성SDI 7.39%를 비롯해 19%선이다. 외국인 지분은 32.11%이며, 국민연금이 9.79%의 지분을 보유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은 지난달 26일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하고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자로 합병하기로 했다. 제일모직이 주가 비율에 따라 1대 0.35로 삼성물산을 합병하는 방식이다.

한편, 삼성물산은 과거에도 외국계 펀드의 공격을 받은 적이 있다. 영국계 헤르메스 펀드가 지난 2004년 삼성물산 주식 5%를 매집하자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한다는 시장반응이 나왔다. 결국 헤르메스 펀드는 300억원대 차익을 올리고 시장을 떠났다.

재계에서는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이번 합병반대 입장표명과 관련, 과거 외국계 펀드들이 국내 대기업 지배구조 개편과정에 개입했다가 시세차익을 챙기고 떠난 사례를 떠올리기도 했다.

지난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이 SK㈜ 주식을 매입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SK그룹에 대해 경영권 공격을 벌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소버린은 SK의 경영권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무려 1조원에 육박하는 차익을 챙겼다.

2006년에는 '기업 사냥꾼'으로 알려진 칼 아이칸이 다른 펀드와 함께 KT&G 주식을 매집하며 경영 개입을 시도하다가 1000억원대 차익을 올리고 국내시장을 떠난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