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 “사회적통합은 실현불가능…사회적경제는 시장경제 왜곡시킬 것”

6월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예정인 법안 중 하나가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다. 현재 관련법안 3건이 발의되어 있다.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은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조직을 지원하고 사회적 경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법안이다.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에 대한 지자체의 각종 지원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사회적경제’는 우리나라 헌법에서 규정한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에 반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과거 1990년대 초반에 동유럽과 중공, 소련에서 몰락한 ‘사회주의’ 방식의 개념이며, 현실에서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하여 미디어펜은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과 지난 2일 심층 인터뷰를 가졌다. 기업들이 성장과 투자를 견인할 수 있도록 시장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미디어펜은 자유시장경제의 발전과 확산을 설립 이념으로 삼고 있는 한국경제연구원과 공유하고 있는 바가 크다.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사회적경제기본법안에 대한 판단과 그 문제점을 진단하기 위한 취지로 미디어펜은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과 대담을 나누었다. 권태신 원장은 ‘사회적경제’의 모순을 지적하며 각종 경제적 폐해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편집자주]

사회적경제의 모순…어떠한 영향을 끼칠까 - 권태신 원장 인터뷰

- 현재 유승민, 신계륜, 문재인 등 국회의원 3인의 사회적경제 관련법(사회적경제기본법 2건 및 사회적가치기본법)이 발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사회적경제 관련법에서 명시한 목적은 3가지로 요약됩니다. ①사회적기업의 일자리 창출과 ②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 그리고 이를 통한 ③사회통합 실현입니다. 이 3가지 목적을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으로 이룰 수 있을런지요? 현실에서 이룰 수 없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런지요?

일자리 창출이라는 것은, 해당 분야의 부가가치가 높고 경쟁력이 있어서 사람들이 구매를 하면 사회적기업이 하지 않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할 것입니다.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으로 인해 지금까지 없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습니다.

과거 이명박 정부에서도 사회적기업 사업을 정부가 마련해서 실행에 옮겼지만, 사회적기업은 정부 보조금을 받았을 때에만 살아있었고 보조금이 끊기니 대부분 문을 닫았습니다. 사회적기업은 보조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력으로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정부가 사회적기업에 보조금을 준다는 것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국 국가세금, 국민세금입니다. 이는 다른 어딘가로 가야할 재원을 뺏어서 사회적기업에 주는 격입니다.

   
▲ 사회적경제와 관련하여 미디어펜과 인터뷰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권태신 원장은 “사회적기업은 보조금에 의존하기 때문에 자력으로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한다.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사회적통합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부 대기업이 자발적으로 사회적기업을 키우려고 투자한다면 모를까, 인위적으로 사회적기업들을 운영한다고 해서 사회적통합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회적통합을 나눠주는 것, 분배를 통해 이룰 수 있다는 것으로 생각한다면 ‘사회주의’, ‘공산주의’가 가장 사회적통합이 잘된 곳입니다.

결국 사회적기업을 한다고 해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기업을 통해서 사회적통합을 이룬다는 것은 실체 없는 꿈입니다. 다만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사회적기업 지원 사업을 벌이면서 정부가 이에 대해 강제수단을 동원하지 않는다면 어느 정도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합니다.

- 사회적경제 관련법을 통해 지원하려는 대상은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새마을금고, 사회복지법인, 자활센터/자활기업, 장애인표준사업장, 장애인직업재활시설, 협동조합, 생협, 신협, 농협, 수협, 중소기업협동조합, 엽연초 협동조합, 산림조합, 농어업법인단체 등으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16개 단체에 이르는 이들 조직들 중, 앞서 언급했던 3가지 목적을 정부의 지원 없이 자생적으로 (스스로의 힘만으로) 제대로 이룰 수 있는 조직이 있을런지요?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런지요?

관건은 기업의 자발성과 자유입니다. 엘리너 오스트롬 교수가 언급했듯이 우리는 ‘공유지의 비극’을 극복해야 합니다. 누구의 소유지도 아닌 공유지가 주인 없이 자율적으로 효율적으로 관리되지 않고, 사회 전체적으로 결국 큰 손해를 야기한다는 지적 말입니다.

기업은 어디에나 있습니다. 시골에 있는 어촌계, 자그마한 규모이지만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원자재를 함께 삽니다. 여러 명이 사면 값도 싸고 판로도 확보하기 쉽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발적으로 결성한 협동조합,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에 대해서 보조나 간접적인 지원을 한다면 일정 부분 타당성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지원금을 정부로부터 타기 위해서 결성된 조직은 자생적으로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 ‘사회적’이라는 용어에는 이미 ‘좋다’ ‘나쁘다’는 가치판단이 내재되어 있다. 사회적경제는 좋은 체제라는 선입견이다. ‘사회적’이란 용어가 미신에 불과함을 통렬하게 지적한 『사회적이란 용어의 미신』. 한국경제연구원이 펴냈다. /사진=미디어펜

현재에도 장애인․농어업단체, 사회적기업 등에서 나오는 제품에 관하여 조달청에서 구매를 한다든지 해서 온갖 지원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지원이 행정절차를 잘 이용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만 간다는 점입니다. 농협, 수협의 경우에도 하나의 정치단체가 되어서 일선의 농민․어민 보다는 그 위에 선출된 사람, 조직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특권을 누리는 사례들이 많습니다. 외국에도 협동조합에 대해 우리나라처럼 우대하고 지원하는 나라는 단연코 없습니다. 사회적경제를 표방한 지원 방안은 온갖 혜택을 일부 조직에만 주는 것입니다. 이를 이용하려는 중간지대, 특권계층은 자연스레 생겨납니다.

정답은 복지에 대한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입니다.

복지/자활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국가에서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기업들이 새로운 투자를 벌이고 외국기업이 우리나라에 투자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수익이 창출되고 이를 통해 법인세․소득세를 더 거둘 수 있습니다. 여기서 거두어들인 재원을 바탕으로 복지를 해야 선순환이 이루어집니다.

정치적인 판단으로 어딘가를 일방적으로 지원한다면, 우선적으로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기업들은 경쟁력을 기를 수 없고, 기존의 생산성 있는 기업도 망하게 됩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외국기업 등 온갖 기업들이 투자하게 만들고, 품질 좋은 상품을 값싸게 만드는 기업을 창출하는 것이 우선이며 본질입니다.

- 앞선 질문에서 언급했던 이들 16가지 유형의 조직에게 정부가 전폭적으로 지원할 경우, 일반 사기업/영리조직에 역차별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사회적경제’ 관련법에서 명시된 구체적인 지원 방안으로는 공공기관 우선구매(5%) 의무, 제한경쟁입찰, 수의계약, 재정/세제 지원, 시설비 지원, 국공유재산 무상대부 등이 손꼽힙니다. 이러한 지원 방안이 역으로 일반 사기업 및 영리조직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런지요? 시장경제 전반에 걸쳐 어떠한 모순과 왜곡을 일으킬런지요?

이러한 지원 방안은 결과적으로 경쟁력 없는 곳에 돈을 지원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2001년 청와대 산업통신비서관을 할 때 접했던 사례입니다. 당시 산업자원부에서 우리나라 돈 없는 중소기업들의 전산화를 지원한다고 해서 ERP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공급하자고 했습니다. ERP 프로그램을 집어넣으면 재무관리, 세금관리, 회계 등을 원활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중소기업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자고 했었던 취지이지요.

이러한 취지로 해서 개별 기업이 3천만 원을 부담하면 정부에서 3천만 원 지원금을 얹어서 6천만 원 가격의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반값으로 공급하자는 정책이 실행에 옮겨졌습니다.

문제는 중소기업 및 영세기업 등 해당 프로그램의 대상기업들 대부분은 ERP 프로그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ERP를 운영하게 되면 탈세 탈루 등의 불법 내역이 드러나니까 아무도 하기 싫어했습니다.

   
▲ 사회적경제와 관련하여 미디어펜과 인터뷰한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 원장. 권태신 원장은 “사회적기업 지원제도를 이용하려는 중간지대, 특권계층은 자연스레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사진=한국경제연구원

이러한 와중에 경쟁력이 떨어지는 ERP 프로그램 생산업체는 여러 중소기업을 돌아다니면서 "사장님은 돈 한푼 들이지 않고 6천만 원 짜리 프로그램을 받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3천만 원을 지출했다는 내역서만 꾸미면 정부에서 3천만 원 지원금이 나올 것이고, 이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공급하겠습니다“라고 로비했다고 합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ERP 프로그램 생산업체는 자체적으로 이득을 내기 위하여 2천만 원 짜리, 1천만 원 값어치의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일선 기업들에게 납품했습니다.

이러한 과정이 거듭되자 8000~9000만 원 값어치를 갖는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시장에 ERP프로그램을 팔던 중소 영세프로그램 업체들은 몰락을 거듭했습니다. 경쟁력과 생산성을 갖추던 업체였지만 정부 보조금을 활용하지 못하는 제도상의 난맥으로 인해 망한 것입니다. 이는 정부의 지원으로 인해 자원 배분이 왜곡된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정부 지원으로 인해 자원 배분이 왜곡되고 있는 사례는 또 있습니다. 바로 청년기업입니다. 청년기업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정부 재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를 기존 중소기업들에게 계속 의도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니, 결과적으로 경쟁력 없는 중소기업들이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을 이용해서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립니다.

생산성이 없어 문을 닫아야 하는 좀비기업을 살린답시고 5년 10년 계속 지원하는 것입니다. 죽은 좀비기업이 떠오르는 벤처기업을 막게 된 격입니다. 젊은이들, 경쟁력 있는 신생기업에게 돌아갈 지원금이 메마른 것입니다.

시장경제의 냉혹한 경쟁은 거듭되어야 합니다.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는 좋은 기업이 살아나고, 소비자 트렌드에 맞추지 못하는 기업은 사라져야 합니다. 이러한 시장경제 본질에 대해 잘 모르고 의도적으로 판단하는 정부가 개입하게 되면, 실제 경쟁력 있는 기업은 죽고 경쟁력 없는 기업이 살아나기 마련입니다.

우리가 돕고자 하는 사람들을 뜨거운 가슴으로 강제로 도우려고 한다면, 오히려 도움을 받아야 하는 일각의 사람들에게 더욱 큰 피해를 줄 수 있습니다. 정부가 자원배분에 개입하면 말입니다. 우리 기업의 대외경쟁력은 떨어질 것이요, 새로운 영세기업, 창업기업, 일자리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이런 제도에 줄을 서서 국가보조금을 받는 기업이나 정치권에 연계된 사람들만 혜택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도움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돌아가지 않습니다.

- 사회적경제 관련법 제정이 가시화된 지금, 향후 한국경제연구원은 어떻게 대응하실건지요?

당장의 피해는 없어 보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회적경제기본법도 그렇습니다. 법안 내용에는 기업에게 당장의 피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국가에서 사회적경제 기본계획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사회주의 전체주의 방식입니다.

현재 구체화는 되지 않았으나 앞으로 명약관화될 것입니다. 사회적경제라는 이름으로 다른 시장경제 영역, 각종 자원배분에 관해서 정부가 개입하게 될 것이다. 정부가 개입한다는 것은 돈을 강제로 수거해서 불쌍한(?) 사람을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이는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한국경제연구원 차원에서 사회적경제의 모순에 관하여 많이 알리려고 합니다. 6월 3일 대외세미나를 개최합니다. 이어서 사회적경제와 관련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개별적으로 설명을 할 것입니다. 언론에 칼럼 또한 기고할 것입니다.

히틀러가 독일을 무자비한 나치제국으로 바꿀 때 독일의 국민들은 무슨 내용인지 진의를 파악하지 못해 히틀러의 조치에 대해 저항하지 않았습니다. 한 발짝 한 발짝 들어와서 국민들은 처음에 잘 몰랐습니다. 독일을 위하는 것인 줄 알았지만 결국에는 수백만 수천만의 피를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 한국사회는 붕괴 직전에 와 있다는 것이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진단이다. 그래서 자유시장경제가 아닌 사회적경제를 통해 ‘빈곤을 해소하는 복지’ ‘차가운 일자리가 아닌 따뜻한 일자리’ ‘사람과 노동의 가치’ ‘협력과 연대의 가치’ ‘파괴된 지역공동체의 복원’ ‘사람들의 선한 정신과 의지’ 등 이른바 ‘사회적 가치’가 추구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우리나라가 이제와서 잘 살게 된 가장 큰 원인은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도입했고, 박정희 대통령이 시장경제를 창달했기 때문입니다. 시장경제체제 완비 및 새마을운동 확립 등 잘 하는 사람, 잘 하는 기업에게 더 많은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그런 제도가 우리나라를 풍요롭게 한 근간이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이를 허물려는 개념입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기본 틀에다가 조금씩 물을 부어 밑에서부터 흐리게 하자는 것입니다. 이러한 사회적경제 방식의 정책이 계속된다면, 위에 지어져 있는 큰 건물(대한민국)은 무너지기 마련입니다. 헌법정신과 더불어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 된 시장경제, 사유재산 보호 등의 기본 가치는 흔들려선 안 됩니다.

이러한 염려로 우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진들은 관련 연구를 확대할 것입니다. 외국에는 일부 사회적기업들이 있지만 정부 지원 없이 모두 자발적, 자생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들입니다. 외국사례까지 모두 재차 조사하고, 칼럼․세미나․국회의원 설명 등에 힘쓸 것입니다. 내부 인력이 부족하다면 외부 용역이라도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