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토론회서 중첩적 채무인수 제시…일본기업의 참여·사과 없어
정부 “일본측 사과·호응조치 답변 받아야 최종 해법 정부안 발표”
2월 마지노선…한일 합의 시 수출규제 풀리고 윤석열 대통령 방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방향 제시 차원에서 12일 공개토론회를 열었다. 그나마 일본정부가 협상에 나섰다고 하지만 토론회 내용을 볼 때 일본정부의 기존 입장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에 피해자측은 강하게 반발하며, 설연휴 이후 정부안 반대 공론화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 5월 출범한 윤석열정부는 한일관계 복원을 최대 외교과제로 삼아 징용배상 문제를 풀기 위해 일본과 협의를 추진해왔다. 하지만 공개토론회에서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기금을 모아 변제하는 중첩적(병존적) 채무인수를 해법 방향으로 밝히면서도 일본기업의 참여 및 사과는 제시하지 못했다. 

그만큼 일본정부가 협상에 소극적으로 대응해온 것을 보여주는 것으로 피해자측은 거세게 반발했다. 이미 일부 피해자측은 토론회 전날 받은 정부측 발제안을 보고 아예 토론회장에 불참할 것을 통보했으며, 2018년 대법원의 확정판결 사건 피해자들의 대리인인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이전에 논의되던 한국과 일본 기업이 모두 참여하는 ‘문희상 국회의장 법안’에 비해서도 후퇴했다고 반발했다. 

당시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박홍균 고려대 교수가 “이제 일본의 사죄와 기금 참여 같은 것에 기대를 가져서는 안된다”고 말한 것은 한일 협상 결과를 우회로 나타낸 것이기도 해 보인다. 즉각 방청석에서 “매국노” 등 고성이 터지면서 격한 항의가 쏟아졌다. 최우균 변호사가 중첩적 채무인수에 대해 법리를 설명할 때에도 방청석에서 “강제징용은 다르다”는 고함이 터졌다. 결국 토론회는 계속되는 고성 속에서 서둘러 끝이 났다.

공개토론회가 혼란 속에 끝나자 서민정 외교부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서둘러 일본을 방문해 한일 외교국장협의를 열었고, 이 자리에서 서 국장은 공개토론회 분위기 및 국내 반응을 소상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측의 사과 및 호응조치에 대한 답변을 받은 이후에야 최종 해법을 담은 정부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정부 당국자가 내놓은 가장 선명한 답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13./사진=대통령실
일각에서 2월 중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에 따른 한일 정상회담이 언급되지만 이에 대해서도 이 당국자는 “한일 양국 외교당국이 속도감 있고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성의있는 호응조치에 대해 인식차가 있어서 최종 정부안의 발표 시기를 예단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일본언론은 ‘구상권 포기’를 화두로 띄우면서 “재단이 피해자에게 판결금을 지급한 이후 일본기업에 변제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담보하는 것이 불가결하다”고 보도했다. 일본측의 기금 참여 및 사과에 대해 일절 언급하지 않으면서 일본기업의 ‘면책’부터 주장한 것으로 해결안 마련에 노력 중인 우리정부에 짐을 지우는 형국이다. 

그동안 일본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배상 책임이 끝났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최근 북핵 대응 및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한미일 협력이 강조되면서 일본정부도 한일관계 개선에 나섰다. 그리고 징용배상 문제가 해결되면 일본이 징용배상판결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7월부터 한국기업에 대해 조치한 수출규제도 풀릴 전망이다. 

이제 정부의 징용배상 해법은 윤곽이 드러났고, 일본 스스로 성의있는 호응조치에 대해 결정내리는 것만 남았다. 하지만 일본기업의 기금 참여나 사과는 여전히 일본정부가 결정할 정치 영역에 속해 있어 예측이 불가한 상황이다.  

만약 일본이 호응조치를 하기로 결정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과 양자 한일정상회담이 이뤄지고, 한일 정부가 셔틀외교의 복원을 선언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의 방일과 관련해서는 2월설과 함께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열리는 5월이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G7 초청국 결정이 3월이기 때문에 2월 중에 정부안이 매듭지어져야 하는 과제가 있다. 여기에 3.1절 대통령의 기념사 방향을 정하기 위해서도 2월이 마지노선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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