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일본 출범한 제4이통사, 수익악화로 '구조조정'

[미디어펜=이승혜 기자] 정부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3사에 대항할 제4이동통신사 출범을 추진하는 가운데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 정부가 제4이동통신 연내 출범을 앞두고 통신사 실적 악화로 인한 시장정착 실패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1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차세대 이동통신 사업설명회 및 출범식에서 김명화 한국소프트웨어개발업협동조합 이사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는 모습/사진=연합뉴스

5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제4통사 출범을 2017년까지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경쟁활성화를 통한 통신비 인하 계획을 최근 발표했다.

이명박 정부 이후 제4이통사 출범은 올해 세 번째 도전으로 미래창조과학부는 프랑스의 프리모바일(Free Mobile)을 성공사례로 낙점했지만 이를 두고 시장정착화에 대한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나온다.

프랑스는 ‘Orange’·‘SFR’·‘Bouygues’의 거대 이통3사가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던 2009년 프리모바일에 3G 사업권을 줬다. 19.99유로라는 저렴한 가격과 인터넷·문자·전화 무제한이란 파격 조건으로 시장진입 3년 만에 가입자 점유율 14%를 차지하는 등 열풍을 이끌었다.

가계통신비도 크게 절감됐다. 프리모바일 등장 이전 가입자당 월평균매출(ARPU)은 33.1유로(약 3만9820원)였으나 작년은 22.6유로(2만7230원)로 30% 이상 감소했다.

그러나 프랑스의 제4이통사 설립은 결국 실패한 정책으로 평가되고 있다.

프랑스 가계평균 통신비는 인하됐으나 이는 통신업계 전반의 수익 악화로 이어져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프랑스 2위 이동통신사였던 SRF는 지난해 케이블TV 업체인 뉴메리커러블에 매각됐고 3위 사업자인 부이그 역시 직원 15%를 해고했다. 프랑스 이통사 전체 매출 규모도 2011년 224억 유로(27조원)에서 지난해 176억 유로(21조2100억원)로 줄었다.

프랑스 알뜰폰 시장도 제4이통 서비스에 타격을 입었다. 알뜰폰 시장점유율은 2009~2012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고성장을 유지했으나 프리모바일 진입 후 9.6%로 수치가 떨어졌다.

일본도 통신시장의 패러다임을 꾀했지만 제4이통사는 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2005년 NTT도코모·KDDI·보다폰 등 대항마로 신규사업자인 Y!모바일을 투입했다. Y!모바일은 2007년 서비스 시작 후 7년 동안 시장점유율 2.8%(446만명)의 미미한 성과를 보이다 요금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돼 결국 지난 4월 소프트뱅크에 인수됐다.

일본은 Y!모바일이 소프트뱅크에 인수돼 다시 3개 사업자가 경쟁하는 체제로 회귀한 셈이다.

ARPU도 연평균 3~5% 하락했지만 시장 매출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통신비 인하 효과도 없어 일본 통신요금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성공사례를 찾아보기 힘든 만큼 야당도 제4이통사 출범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정책위원회는 지난 4일 ‘정부의 제4이동통신사업자 신규 진입 정책 평가보고서’를 발표하고 지난 28일 미래창조과학부가 발표한 제4이통 허가 기본계획에 대해 반박했다.

안정상 정책실장은 보고서를 통해 “제4이통에 대한 과도한 지원이 경쟁 보호가 아닌 경쟁자 보호로 변질돼 특정 사업자에게 대한 특혜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며 “정부의 특혜적 지원은 공정경쟁을 기대할 수 없고 불공정경쟁 심화로 시장의 교란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