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내내 장고 들어갔던 나경원 "용감하게 내려 놓겠다" 불출마
김기현·안철수 양강 구도 예상...나경원 지지표 어디로 갈 지 관심
[미디어펜=이희연 기자]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를 막판까지 고심하던 나경원 전 의원이 25일, 결국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권 출마 여부를 두고 대통령실과 당 내 이른바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과 극심한 갈등을 겪었던 나 전 의원이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앞에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다.  

나 전 의원의 불출마로 당초 김기현·안철수·나경원 3자 구도로 예상됐던 전당대회는 김기현·안철수 2파전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런 가운데 나 전 의원을 지지하던 '당심'이 과연 두 후보 중 어디로 흘러갈 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나 전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의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저는 용감하게 내려놓겠다"라며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 나경원 전 의원이 1월 25일 서울 여의도 중앙 당사에서 국민의힘 3·8 전당대회 출마와 관련 당 대표 경선 불출마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나 전 의원은 "솔로몬 재판의 진짜 엄마 같은 심정이었다"라며 "저의 출마가 분열의 프레임으로 작동하고, 극도로 혼란스러워 국민께 정말 안 좋은 모습으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전당대회 출마를) 그만두기로 결정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떤 시련 앞에서도 저는 한번도 숨지 않았고,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위해 싸웠다"라며 "그런 저에게 오늘 이 정치 현실은 무척 낯설다"라고 말했다. 이는 자신의 당 대표 출마를 압박했던 윤핵관들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나 전 의원은 최근 저출산고령사회 부위원장직 및 기후환경대사직 해임을 두고 대통령·친윤계와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나 전 의원이 자신의 해임이 “대통령의 본의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언급한 것이 문제가 됐다. 대통령실이 곧바로 반박에 나서는 것과 동시에 당 내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 초선의원 50명이 나 전 의원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내면서 사면초가에 몰리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최대 변수는 나 전 의원을 지지하던 당심이 어디로 향할지다. 25일, YTN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22∼23일 전국 18세 이상 2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층 784명에게 당 대표로 누가 가장 적합한지 물은 결과 나 전 의원의 지지율은 16.9%로 집계됐다. 김기현 의원의 경우 25.4%로 1위를 차지했고 안 의원은 22.3%로 2위다. 

따라서 16.9%에 달하는 나 전 의원의 지지표를 누가 가장 많이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는 나 전 의원에 대한 당원들의 지지표가 김 의원쪽으로 흘러갈 거라는 의견과 안 의원쪽으로 갈 거라는 의견으로 나뉜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25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지지표가 김기현 의원쪽으로 갈 거라고 본다"라며 "안철수 의원의 경우 당과 아직까지 융화가 안된다는 의견이 많다"라고 말했다. 

장성철 공론센터소장도 이날 "나경원 전 의원을 지지하는 국민의힘 전통 당원들이 당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된 안철수 의원보다는 김기현 의원쪽으로 가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반면 국민의힘 핵심관계자는 "나경원 의원을 지지표가 안철수 의원에게 좀 더 많이 가지 않겠나"라며 "그동안 윤핵관들이 대놓고 나 전 대표 불출마를 압박하지 않았나. 분노한 당심이 김 의원보다는 안 의원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라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도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나경원 전 의원의 지지표가)아무래도 안철수 의원쪽으로 많이 가지 않겠나"라며 그 이유로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김기현 의원쪽으로 갈 표는 이미 다 갔고 이제 남은 건 안철수 의원쪽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 국민의힘 3.8전당대회에 출마한 김기현 의원(왼쪽)과 안철수 의원(오른쪽)./사진=미디어펜 김상문기자

그러면서 "우리 책임 당원들이 80만명 정도 되는데,  당 의원들이나 실제 당 내 공천과 관련된 사람들의 생각과 일반 당원들의 생각은 다르다"라며 "당원들은 총선 승리를 통해 윤석열 정부를 뒷받침 하려면 외연 확장을 할 수 있는 안철수 의원에게 지지를 보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과 안 의원은 나 전 의원의 지지표를 얻기 위한 본격 구애 작전에 돌입했다. 김 의원은 "대승적 결단으로 살신성인의 모습을 보였다"라고 치켜세우며 "앞으로 나경원 (전 원내) 대표와 같이 손잡고 더 나은 대한민국, 사랑받는 국민의힘을 만들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도 나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대해 "정말로 안타깝다"라며 "나 전 의원께서 지금 원하시는 그런 방향들이 수도권에서의 승리다. 적절한 시기에 한 번 만나 뵙고 말씀을 나누고 싶다"라고 연대의 손짓을 내밀었다. 

한편, 이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유선(19.5%)·무선(80.5%) 임의전화걸기(RDD) 방식으로 진행됐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2.19%포인트다. 응답률은 7.7%다.(국민의힘 지지층 95% 신뢰수준, ±3.5%포인트) 보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