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방사까지 부대간 고속상황전파체계 작동 안해
1시간 지나 수방사 TOD 추가 확인 후 자체 추적 시작
국지방공레이더-공군 MCRC 간 연동도 수동 입력 시스템
“카메라 장착 가능성 용산은 촬영 못했을 것”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지난달 북한 무인기가 서울 상공까지 침범했을 당시 전방 일선부대에서 ‘긴급’ 상황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부대간 고속상황전파체계를 통해 신속하게 상황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합동참모본부가 26일 공개한 북한 무인기 관련 전비태세검열 중간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오전 10시 25분쯤 북한 무인기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올 당시 해당 항적을 포착한 육군 1군단의 실무자는 이 상황을 ‘수시보고’ 대상으로 판단했다. 이에 대해 합참 관계자는 “시스템 장비 고장 등 물리적인 문제는 없었고,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고속상황전파체계는 전투정보상황실(CCC) 근무 실무자나 작전 계통 참모 등이 지휘관 결심 없이도 활용할 수 있지만, ‘긴급’이 아닌 ‘수시보고’ 상황이라고 본 탓에 북한 무인기 사태에서 전혀 사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 때문에 북한 무인기는 서울 상공으로 진입했고, 서울을 담당하는 수도방위사령부는 약 1시간이 지난 오전 11시 27분쯤부터 자체적으로 추적해 방공 작전에 나섰다. 수방사는 이 시각 의심 항적으로 인식하고, 레이더 포착에 이어 열상감시장비(TOD)로 추가 확인하고 그때부터 추적하기 시작했다.

   
▲ 이종섭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왼쪽은 김승겸 합참의장. 2023.1.26./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합참 관계자는 “하루 단위로 보면 (레이더에) 2000여개 이상의 항적이 나타나고 그 항적들을 적 소형 무인기라고 평가하기가 제한되는 부분이 있다”며 “결국 사람 육안이나 TOD로 식별하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설령 1군단이 이번 북한 무인기를 ‘긴급’으로 판단해 고속상황전파체계로 상황을 공유했더라도 수방사는 이를 즉각 알 수 없는 상태였던 점도 검열에서 드러났다. 1군단이 국지방공레이더로 포착한 항적은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방공 C2A)를 거쳐 공군 중앙방공통제소(MCRC)로 연동될 수는 있으나 인접 부대인 수방사와는 연결돼 있지 않았다.

군은 이번 사태 이후 1군단과 수방사 간 정보 연계가 가능하도록 조치했다고 이날 밝혔다. 합참 관계자는 “국지방공레이더 등에 포착된 항적이 C2A 체계로 통합되고, 공군에서 식별되면 그 항적이 C2A 체계로 종합되는 것인데 수방사와 인접 군단이 연동돼있지 않았다”며 “이번에 후속조치로 연동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지방공레이더와 공군 MCRC 간 연동도 자동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이번에 확인됐다. 이 관계자는 국지방공레이더에 2000여개의 항적이 포착돼 전부 MCRC에 나오면 공군 작전사령부 입장에서는 저속 및 고속 항공기에 새떼 등 조그만 것까지 다 공유가 되는 것이므로 자동 연동에 문제가 있어서 수동으로 입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북한 무인기가 용산 대통령실 일대를 촬영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비행 고도와 과거 무인기에 장착된 상용 카메라의 성능 등을 고려할 때 용산 지역 촬영은 제한됐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합참은 분석했다. 

합참은 TOD에 포착된 무인기를 살펴봤을 때 카메라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만약 카메라를 설치했다면 내장형이었을 것이고, 그렇다면 측면보다는 수직 아래 부분만 촬영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 주일석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안보고를 하며 국지방공레이더의 전시화면을 공개하고 있다. 2023.1.26./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다만 합참은 무인기의 성능은 이전보다 개선됐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관계자는 “과거 무인기에 비해 엔진 크기와 날개폭이 증가했다”며 “무인기가 낮에 내려왔던 점, 비행시간, 속도, 고도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성능이 향상됐을 것으로 가정한다”고 밝혔다. 

한편, 합참은 이번 전비태세검열에서 실무진부터 시작해 고위직에 이르기까지 제대별로 다양한 '과오자'를 파악했다. 고위직으로는 지상작전사령관, 수방사령관, 공군작전사령관, 1군단장 등이 언급됐다고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전비태세검열 결과는 보고를 했고, 합참부터 현장 부대까지 관련자들에 대한 조사도 이뤄졌다”며 “(문책과) 관련된 사항은 상부에서 신중하게 검토하는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북한 무인기 5대가 MDL을 넘어 우리 영공을 침입했으며, 그 중 1대는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주변 상공에 설정돼 있는 비행금지구역(P-73) 북단을 침범했는데도 당시 단 1대도 격추하고나 포획하지 못한 ‘작전 실패’에 대한 문책 요구가 있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국방위에서 “(합동참모본부) 전비태세검열실에서 (당시 작전 상황에 대한) 검열 결과와 함께 문책 방향까지 국방부에 보고했지만 (그에 앞서) 고려해야 할 요소가 있다”면서도 “(문책에 관한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