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용 승강식 피난기 개발했지만 제도 미비해 보급 난항
안전기준 개정 시 아파트·요양병원 등 모든 건물 적용 가능
[미디어펜=문수호 기자]최근 전국적으로 아파트 화재가 잦아지고 장애인 이동권이 강조되는 가운데 신규 건축물에 안전약자를 위한 대피시설 설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최근 서울은 물론 안산, 울산, 인천 등 전국 곳곳에서 아파트 화재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입주민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 휠체어용 승강식 피난기 내리고 개념도./사진=아세아방재 제공.


아파트의 경우 많은 사람이 한 건물에 거주하는 만큼 화재 시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동시에 화재 발생 가능성도 높다. 

특히 장애인과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안전취약계층은 화재 발생 시 탈출이 쉽지 않아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021년부터 최근까지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지하철 탑승 시위를 벌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장애인 단체 관계자는 “장애인의 이동권은 화재 등 재난 상황에서 탈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화재 발생 시 장애인들이 스스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시설과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실제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화재에 취약하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 화재로 인한 장애인 인명피해는 240명으로 이 중 96명은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장애인 화재 사망자는 10만명 당 3.6명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9배 높았다. 

일각에서는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을 위한 피난기구가 이미 개발됐지만 관련 제도가 미비해 상용화가 어려운 점을 우려하고 있다. 

승강식 피난기 제조업체 (주)아세아방재(대표 나판주)는 지난해 행정안전부 R&D(연구개발) 지원사업을 통해 탑승자가 자력으로 이용할 수 있는 휠체어용 승강식 피난기를 개발했다. 휠체어의 크기와 무게를 고려해 최대 사용 하중을 400kg까지 확대했으며, 한 층씩 내려가는 무동력 구조로 한 층(3m 기준)에 15초 이내의 신속한 피난이 가능하다.

이 제품은 현재 한국산업기술시험원(KTL)에 의뢰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인정받아 건물주 혹은 사업주가 원할 경우에 한해 설치가 가능하다. 

그러나 소방청의 ‘휠체어 동반 무동력 수직피난기구에 대한 피난기구의 화재안전기준(NFSC 301)’에 휠체어용 승강식 피난기의 성능인증 및 제품검사의 기술 기준과 휠체어용 승강식 피난기 설치 기준이 없어 신축 건축물에는 보급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소방청의 피난기구의 화재안전기준(NFSC301) 개정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소방청의 안전 기준 개정 시 아파트, 요양병원, 요양원, 장애인복지센터 등 휠체어 이용자가 있는 모든 신축 건물에 설계 단계부터 반영해 보급이 가능해져서다.

설영미 아세아방재 상무는 “휠체어용 승강식 피난기 ‘내리고’는 안전성과 성능인증을 모두 완료한 상태로 보급을 위한 모든 준비를 마쳤다”며 “하루빨리 소방청의 안전 기준이 개정되고 상용화되면 장애인 등 안전취약계층의 안전권 보장에 기여하는 혁신 제품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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