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일 심층면접, 3일 추가면접 후 최종 선출…노조 반발 예상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우리금융그룹을 이끌어갈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4인이 선정됐다. 

27일 우리금융에 따르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는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내부에서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을, 외부에서 이동연 전 우리FIS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각자 선정했다. 당초 풍문으로 후보군 입담에 올랐던 박화재 우리금융 사업지원총괄 사장은 명단에 오르지 못했다.

   
▲ 우리금융 임원추천위원회는 27일 차기 회장 후보군으로 내부에서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 이원덕 우리은행장을, 외부에서 이동연 전 우리FIS사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을 각자 선정했다./사진=김상문 기자


임추위는 이날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출사표를 던진 7명의 회장 후보자들을 두고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도덕성 △업무경험 △디지털 역량 등을 평가요소로 토론을 가졌다. 논의 끝에 내부 2명, 외부 2명으로 압축했다는 후문이다. 

앞서 임추위는 지난 18일 1차 후보군(롱리스트) 내부인사에 △이원덕 행장 △박화재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을, 외부인사에 △임종룡 전 위원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사장을 선정한 바 있다. 

숏리스트에 오른 네 후보 모두 쟁쟁한 경력을 갖추고 있다. 우선 신 법인장은 1960년생으로 충북 제천고와 부산대 법학과를 졸업 후 1982년 옛 상업은행에 입행했다. 우리은행에서 전략기획부장과 경영기획단 상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두루 거쳤다. 지난 2018년 2월 우리피앤에스 대표로 부임한 후 2020년 3월 우리아메리카은행 주주총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돼 현재까지 임기를 이어오고 있다. 

이 행장은 1962년생으로 공주사대부고와 서울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90년 옛 한일은행에 입행했으며, 이후 우리은행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우리금융지주 수석부사장 등을 두루 거쳐 지난해 우리은행장 자리에 올랐다. 그룹에서 주요 요직을 거친 만큼,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평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시너지를 보이며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외부인사를 살펴보면, 이 전 사장은 1961년생으로 강경상고를 거쳐 서울디지털대학교, 연세대행정대학원 석사를 취득했다. 우리은행 연금신탁사업단 상무, 중소기업그룹 집행부행장, 국내부문 겸 개인그룹 집행부행장(부문장 직무대행)을 거쳐 우리FIS 대표로 활약했다. 우리금융지주 출범 후 우리은행 IT그룹 집행부행장을 겸임하는 등 은행 영업과 디지털 분야에 대한 전문성을 갖춘 게 눈길을 끈다. 

화제의 인물인 임 전 위원장은 1959년생으로 영동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행정고시 24회 출신으로,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정책국 은행제도과장, 증권제도과장, 금융정책과장 등을 역임했다. 이후 기획재정부 1차관과 국무총리실장을 거쳐 2013년부터 2015년 초까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고 뒤이어 금융위원장으로 활약했다. 

특히 임 전 위원장은 1998년 재경부 은행제도과장 당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을 한빛은행으로 통합하는 실무작업을 지휘하기도 했다. 금융위원장을 맡을 때는 정부가 보유한 우리금융 지분을 매각해 완전민영화의 신호탄을 쏘기도 했다. 

다만 우리금융 노조가 '외부인사 기용 반대'를 강하게 주장하며 임 전 위원장을 지목한 만큼, 최종 후보 선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우리금융노동조합 협의회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우리금융지주 1대 주주는 우리사주조합으로, 더이상 정부 소유가 아닌 민간금융회사"라며 관치인사의 회장 취임을 우려했다.

당시 노조는 임 전 위원장을 가리켜 "재경부에서 커온 행정가이지 금융전문가라고 볼 수 없다"며 "그는 2013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취임 후 최고경영자의 독단과 비리를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 자리에 정부 고위관료 출신 친분인사를 임명해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우리금융은 임직원들의 각고한 노력으로 2021년 완전민영화를 이뤘다. 23년만"이라며 "임직원들의 노고와 기여를 봐서라도 내부출신을 우리금융 회장에 임명하는 게 맞다. 다 해놓은 밥에 모피아 올드보이의 보금자리로 추락시킬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 전 위원장이 차기 회장으로 선출될 경우 금융당국도 난처해질 전망이다. 당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라임펀드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책임으로 손 회장의 연임 포기를 종용케 했다. 당국 수장이 가장 유력했던 회장 후보자를 사전에 제거한 가운데, 우리금융을 쥐락펴락했던 관료 출신 인사가 최종 선출되면 관치 논란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이 원장은 올해 기업은행장 유력 후보군으로 올랐던 정은보 전 금감원장에 대해 '감독당국-피감기관 이해관계 상충'을 이유로 반대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이 원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지주 회장 관련 롱리스트가 어떤 기준과 경로로 작성된 건지, 그중 어떤 방식으로 적격 후보자를 걸러 숏리스트를 만들 건지, 또 그 기준은 무엇인지, 그리고 정량·정성적 평가를 하는 게 선출의 기초일 텐데 과연 이를 위한 적정한 시간이 확보됐는지, 과연 이게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등에 대한 걱정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네 후보를 대상으로 다음달 1일 심층면접, 3일 추가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를 추천할 예정이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