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담·유언비어에서 공포로 확산…국민분열·혼란 가중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메르스를 정치 선전도구로…박원순의 무리수

가관이다. 병원과 질병관리본부, 복지부와 메르스 확진 당사자는 아니라고 하는데 박원순 서울시장은 그렇다고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한밤 중 메르스 긴급브리핑을 두고 하는 말이다. 덕분에 메르스 확진자로 판명된 35번 의사는 ‘개념 없는 의사’라며 세간의 사람들로부터 온갖 욕을 들어야 했다. 사실확인을 하지 않은 박원순 시장의 선제조치와 맞물려 한 개인의 존엄과 인권은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 와중에 새정치민주연합은 박원순에 대하여 소위 ‘쉴드치기’ 바쁘다. 정부의 ‘박원순 때리기’를 중단하라고까지 말했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은 SNS를 통해 다음과 같이 언급하기도 했다.

“맞을 짓을 왜 해서 매를 법니까?”

지난 5일 하루 내내 사태의 당사자인 35번 의사는 삼성서울병원, 질병관리본부 및 복지부와 동일한 증언을 계속해서 반복했다. 박원순 시장이 틀렸다고 말이다. 35번 의사의 아내는 메르스 음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강남보건소는 지난 5월 31일 35번 의사와 관련하여 서울시에 격리병동을 요구했으나, 서울시는 의심 환자의 경우 격리병상을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4일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메르스 관련 긴급 브리핑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은 "메르스 확진 환자인 서울의 한 의사가 격리 통보에도 불구하고 1500명 규모의 행사에 참석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청해서 열었던 한밤 중 문제의(?) 메르스 브리핑에서 정보공유가 되지 않아 인지하지 못했다고 분노를 금치 못했으나, 이미 강남보건소는 31일 서울시에 연락했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허위브리핑을 한 셈이다. 한 종편과 5일 가졌던 인터뷰에서 35번 의사는 말미에 이런 말을 남겼다.

“국민들 너무 공포심을 갖지 말고, 지금 박원순 시장이 말한 것처럼 그런 상황이 벌어진 것도 아니며 각 부처에서 노력하고 있으니 걱정 마시라.”

메르스에 걸린 사람, 한 명의 개인이 이런 말을 남긴다. 이런 말은 서울시의 수장이 해야 할 말 아닐까.

박원순…존재하지 않은 위험을 조장하여 공포심 일으켜

메르스는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해야 한다. 존재하지 않은 위험을 가장하여 사람들을 공포와 절망감으로 몰고 가는 것, 극단적이며 비관적인 상황을 조장하여 허위로 누군가를 비판하는 것은 메르스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격이다. 박원순 시장의 일성으로 인한 일련의 사태는 메르스의 정치화, 정치의 선전도구,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드러내기 위한 정부와의 대립각 밖에 보여주지 않는다.

박원순 시장은 타당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사실에 입각하여 대처해야 했다. 원인에 따른 결과를 고려하여 정확히 조치해야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과도하게 대처하여 불필요한 공포를 조장하는 건 정치인이 아니라 선동꾼이나 할 짓이다. 무언가를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대한다면 광우병 사태나 세월호 사고처럼 흘러가기 마련이다.

   
▲ 메르스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4인, 확진 판정 받은 사람은 41인, 치사율 9.7%가 지난 3주간 메르스의 현 주소다. 지난 3년간 전세계 메르스 치사율 40%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은 한밤 중 긴급브리핑을 자청, 천만 서울시민을 포함한 온 국민을 상대로 일어나지도 않을 최악의 상황을 상정해서 일련의 메르스 정치쇼를 벌였다. 브리핑 자리에서 본인은 서울시 메르스대책본부장이라고 자청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일은 박원순 시장이 어처구니 없는 과욕을 부린 셈으로 귀결되었다.

영화 타짜에 “확실하지 않으면 승부를 걸지 마라”는 대사가 나온다.

복지부는 박원순 시장에게 해당 의사가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했다는 정보를 주었고(이것만으로도 박원순이 브리핑에서 언급했던 말이 허위라는 점이 드러난다), 박원순 시장은 메르스 환자가 1500명과 접촉했다는 이야기를 한밤중의 긴급 브리핑을 통해 전국적으로 퍼트렸다. 정부의 무능을 교묘하게 드러내면서 자신을 돋보이는 박원순식 특유의 화법을 동원하면서 말이다. 박원순으로부터 ‘메르스 의사’ 소식을 전해들은 서울시민들은 참 편안한(?) 잠자리에 들었을 것 같다.

   
▲ 결국 정치 이슈가 되고 말았던 세월호의 전철을 메르스(MERS) 사태가 밟게 돼버렸다. 4일 밤 박원순 서울시장의 ‘저격 기자회견’, ‘메르스 긴급브리핑’은 그 신호탄으로 기록될 것이다. /사진=연합뉴스TV 캡쳐

애초에 당사자인 35번 의사와 전화통화해서 사실관계만 확인했어도 알 수 있는 일인데, 박원순은 앞 뒤 안 가리고 달려든 격이 되었다.

재미난 점은 보건복지부와 35번 의사의 발표 및 반박 증언이 잇따르자, (박원순 서울시장이 아닌) 김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이 “박원순 시장의 메르스 브리핑은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감창보 서울시 보건기획관은 브리핑을 열고 “35번 의사의 불안을 이해한다. 그도 한 명의 희생자로 시도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라고 언급했다.

개인 한 사람을 천하의 나쁜 의사로 매도시켜놓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금 뭐하자는 건가. 직접 35번 의사를 방문해서 위로하고 사과해야 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메르스에 전염될까 두렵다면 방진복이라도 입고 만나면 된다.

메르스? 그냥 좀 쎈 독감…대범한 박원순 시장님

메르스 연구 권위자인 미국 국립 보건원의 빈센트 먼스터 박사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병원 내 감염을 넘는 전파력은 갖지 못했다”고 전했다. 건강한 사람은 걸려도 증상이 미미하고 전염력도 낮아 자연치유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중증 질환이 있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지만 지나친 공포감은 경계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국내 유수의 감염내과 전문가들도 메르스의 대유행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은 5일 메르스 환자 격리와 치료의 최일선 현장인 국가지정 격리병상을 방문, 메르스 대응 현장 상황을 점검했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메르스는 그냥 좀 쎈 독감이다.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결핵으로 죽어나가는 사람들은 2600명, 독감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들은 최소 1600명에 달한다는 사실을 되뇌어보면, 메르스는 지난 3주간 4명 죽었을 뿐이다. 이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것과 다른 문제다.

서울시장은 ‘아몰랑’이나 시전하는 그런 가벼운 자리가 아니다. 허위나 다름없는 브리핑으로 한밤 중 시민들에게 공포를 선물한 박원순 시장님은 참 대단하다. 후안무치하다기 보다는 그 대범함에 감탄을 금치 못하겠다. 일련의 사태를 통해 표를 얻으려는 정치쇼는 이제 그만 보았으면 한다. 신물이 난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