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상공격용 전투장비 투입 전쟁 상황을 계단식 확대하는 미국 규탄”
“비핵보유국 우크라-핵보유국 미국 대 핵보유국 러시아 간 대결구도 주목”
“한반도로 긴장 확대 가능성과 전술핵 사용 및 재래식 전쟁 결과에 관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탱크 지원을 비난하는 담화를 발표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을 심각하게 인식하며, 한반도 정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 부부장은 27일 발표한 담화에서 “미국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주력 탱크까지 제공한다고 공식 발표해 반러시아 대결 입장을 보다 명백히 했다”면서 “여기에는 러시아를 파멸시키기 위한 대리전쟁을 더욱 확대해 저들의 패권적 목적을 달성하려는 미국의 흉심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만 아니라면 세계는 지금보다 더 밝고 안전하고 평온한 세상이 될 것이다. 미국이야말로 러시아의 전략적 안전에 심각한 위협과 도전을 조성하고, 지역정세를 오늘과 같은 험악한 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는 장본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 부부장은 “우크라이나에 지상공격용 전투장비들을 밀어넣음으로써 전쟁 상황을 계단식으로 확대하고 있는 미국의 처사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면서  “지금 미국은 서방나라들은 물론 자기의 특등 앞잡이들의 군사 잠재력까지 반러시아 전선에 동원하려고 획책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나는 미국과 서방이 자랑하는 그 어떤 무장장비도 영웅적인 러시아 군대와 인민의 불굴의 전투정신과 위력 앞에 모조리 불타버려 파철더미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는 국가의 존엄과 명예,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한 싸움에 나선 러시아 군대와 인민과 언제나 한전호에 서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이 ‘비핵보유국인 우크라이나와 핵보유국인 미국 대 핵보유국 러시아’ 간 대결구도를 ‘비핵보유국인 한국과 핵보유국 미국 대 핵보유국 북한’이라는 구도에 적용해서 우크라이나 전쟁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2022.8.11./사진=뉴스1

한마디로 북한에게 있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은 한반도전쟁 상황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전장인 셈이다.

또 우크라이나 전황이 급변할 때 동북아 및 한반도에서의 긴장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으며, 만약 러시아가 전술핵을 사용할 경우 미국의 대응도 주목된다. 여기에 러시아가 핵보유국인데도 불구하고 재래식 전쟁에 의해 전세가 결정되는 결말까지 북한의 관심이 높아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우크라이나 전쟁 구도가 ‘미국-나토 대 러시아’로 전환되는 양상으로 인식한 북한이 전세 변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비핵보유국인 우크라이나와 핵보유국인 미국 대 핵보유국인 러시아의 전쟁 구도를 한반도에 적용해 전개될 수 있는 전황을 그려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국의 대러시아 압박이 성공한다면 핵보유국에도 불구하고 재래식 전쟁에 의해 전세가 결정되는 상황에 따라 자신들의 핵전략에도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홍 실장은 김여정 담화 발표 이유에 대해 ▲세계 및 지역 정세의 평화와 안전에 대한 책임 있는 국가로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미국의 탱크 지원을 거론함으로써 북한의 러시아에 대한 군사지원을 정당화하며 ▲북러 밀착구도를 지속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가의 존엄과 명예, 나라의 자주권과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나선 러시아 군대와 한 참호에서 있을 것이라는 김여정 부부장의 표현은 결국 자신들의 대러 무기판매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앞으로도 러시아에 대한 무기 지원을 계속하겠다는 의도를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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