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84명 본점 직원 동남권에 배치…노조 "1인당 최소 연 2천만원 손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산업은행 노조가 8일 서울남부지법에 본점 직원 45명의 부산 발령에 대한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 

노조는 이날 대표 탄원서에서 "이번 인사발령의 대상이 된 ‘동남권 영업조직’은 한국산업은행법을 위반한 불법 조직"이라고 규정하고 "'한국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산은법 제4조 1항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 한국산업은행 노조가 8일 서울남부지법 앞에서 본점 직원 45명의 부산 발령에 대한 '전보발령효력정지가처분신청'을 제출했다./사진=산은 노조 제공

산은은 지난해 11월 29일 제11차 이사회를 통해 지역성장부문을 확대·개편하고, 해양산업금융2실을 신설하는 등 직제규정 개편을 단행했다. 

이와 함께 강석훈 산은 회장은 같은 날 해당 부서들의 소재지를 '부산'으로 정하는 내용의 '동남권 영업조직 개편(안)'을 결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를 통한 직제규정 과정에서 해당 부서의 소재지를 결정할 수 있었는데, 사외이사들이 부서 이전을 산은법 위반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강 회장이 부서 소재지를 별도 결재·진행했다는 설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지역성장금융실은 산은 8개 지역본부 및 60개 지점을 기획·통할하는 부서로 본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동남권투자금융센터는 동남권 지역 투자업무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를 맡고 있다. 

특히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부산이전의 일환으로 동남권 영업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고 발언한 점에서 '지역성장부문'이 부산에서 실질적인 제2 본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또 노조는 수도권 다음으로 동남권에 가장 많은 지점과 인력을 배치하고 있는 만큼, 영업상 동남권 지역에 추가 직원을 배치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산은 영업지점은 부울경 지역에 8개(부산·금정·김해·서부산·양산·울산·진주·창원)을, 강원도에 1개(원주), 전라도에 5개(전주·광주·군산·목포·여수)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4년에는 해양금융 확대를 목적으로 부산 BIFC에 '해양산업금융실'을 신설하기도 했다.

노조 관계자는 "동남권 조직 자체가 본점을 꼼수로 이전하기 위해 위법하게 구성된 조직일 뿐만 아니라, 그 인원수가 지점 대비 상당히 많다"며 "많은 인력을 한꺼번에, 불법으로, 부당하게 지방으로 발령내는 일은 산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로 해당 발령대상 직원들 뿐만 아니라 다른 부서에 있는 직원들도 인력 부족으로 인한 업무부담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반적으로 산은 지점 근무인력이 10~20명 수준인데, 산은은 발령을 통해 총 84명을 동남권에 추가 배치했다. 4개 지점 이상의 인원이 투입되는 셈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직원들만 선(先)발령냈을 뿐, 사무실 및 합숙소 등을 마련하지 않은 것이다. 이에 실제 부산에서의 업무 수행이 오는 4월께나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산은 측은 발령 인력들을 3개월간 본점 스마트오피스에서 근무토록 할 계획이다. 

노조 관계자는 "사무실과 합숙소가 마련되고 난 이후에 인사발령을 내려도 전혀 늦지 않는데, 왜 무리해서 먼저 인사발령을 내고 3개월간 본점에서 일하도록 하느냐"며 "본점 스마트오피스에서 동남권 지역에 대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동남권 조직이 굳이 부산에 위치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발령 직원들의 경제적·정신적 불이익도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발령 대상 직원 대다수는 본점이 있는 서울 근처에 거주하고 있다"며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지 않는다면 일주일에 하루라도 아이를 보기 위해 기러기아빠 혹은 엄마가 되어 매주 먼 길을 왕복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노조는 서울~부산 생활비, 교통비, 거주비, 추가 자녀 양육비 등으로 1인당 최소 연 2000만원의 경제적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노조는 가처분신청서 외에도 △직원 및 가족 2700여명이 날인한 불법 행위 규탄 탄원서 △현역 국회의원 및 정당 대표 16인의 의견서 등을 마련해 법원에 제출했다. 국회의원 의견서에는 '본점은 서울시에 둔다'는 산은법 규정 위반과 사회적 합의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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