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인간다움은 '창조적 연결'에서 발현...교육부터 바뀌어야
   
▲ 김흥기 교수

정부는 지난 2009년 ‘창의인성교육’을 교육방향으로 내건 이래 ‘도덕적 품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창의성교육과 인성교육의 독자적인 기능과 역할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두 교육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올바른 인성과 도덕적 판단력을 구비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일단 종래 해오듯 교과영역별, 학교 급별 교과내용의 충실한 습득에 주력한다. 이와 함께 사고의 확장과 수렴, 독립성과 개방성, 호기심과 몰입 등 창의성요소 및 신뢰(정직과 약속), 협동(배려와 존중) 및 책임 등 인성요소를 병행하여 교육한다. 적어도 교육적 관점에서는 삼박자가 착착 갖춰진 구구절절 옳은 말씀으로 보일 듯하다.

일방적 주입식/암기식 교육은 사람을 마치 기계로 다루는 것이다. 한마디로 쑤셔 넣는(cramming) 교육이다. 공부적성 떨어지는 아이들에겐 지옥이 따로 없다. 실정이 이러하니 국어, 사회, 과학, 음악, 미술, 체육 등 교과과목에서 인성과 창의성 요소를 끄집어내어 교육하는 것은 일견 바람직해 보인다. 예를 들면 과학교과에서 ‘연구 실적에 쫓겨서 연구결과를 속이는 경우’ 토론을 통해 인성(정직)을 배양하고, 음악교과에서 ‘영화의 장면에 맞는 음악 선정하기’ 실습을 통해 창의성(상상력)을 기르는 식이다.

학생들의 재미와 참여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 하지만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개인, 집단, 기업 심지어 국가의 생존과 발전은 여하히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해 내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교육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동시에 더불어 살 줄 아는 인재를 양성해 내야만 한다. 교육의 밑바탕에 반드시 가치창출(Value Creation) 교육이 선행 또는 병행되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위에 각자의 특기를 살릴 수 있는 특성화 교육이 더해져야 튼튼한 반석위에 올려놓은 집과 같이 안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

오늘 보다 나은 내일을 원한다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그래야 생존·발전할 수 있다. 이게 핵심이다. 가치를 창출하는 다양한 실제 사례를 개발하여 초·중·고·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준별 교육을 해야 한다. 초등학교에선 가장 쉬운 사례를, 대학생이 되면 좀 더 어려운 사례를 배우는 식이다. 또한 평생교육 시대인 만큼 직장인과 성인들을 포함해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치창출 방법을 교육해야 한다.

필자는 ‘창조적 연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각자 자원과 역량은 다를 수 있지만 누구나 저마다의 적성, 지식과 처한 환경에 맞게 ‘창조적 연결’을 통해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

과학기술과 ICT와 접목하지 않더라도 그리고 특허, 저작권 등 지식재산을 모르더라도 ‘창조적 연결’을 통해 유형의 가치(예 : 돈) 뿐 아니라 무형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함께 배울 수 있다. 창조경제는 천재적 창의성 뿐 아니라 대한민국 학생과 국민 모두의 보편적 창의성에 기반 하여 성취될 수 있다.

   
▲ 정부는 지난 2009년 ‘창의인성교육’을 교육방향으로 내건 이래 ‘도덕적 품성을 갖춘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창의성교육과 인성교육의 독자적인 기능과 역할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두 교육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올바른 인성과 도덕적 판단력을 구비한 창의적 인재를 육성한다는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이를 통해 창의성과 인성을 동시에 기를 수 있다. 인간은 개. 소. 돼지가 아니다. 누구나 자기 생각과 고집이 있다. 그래서 착하게 살라고 가르쳐서는 효과 없다. 그들 스스로에게 이익이 되면 좋은 인성의 길로 들어선다.

아담 스미스(Adam Smith)가 설파했듯 우리가 맛있는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빵가게 주인의 자비심에 의한 것이 아니라, 그들이 자신의 이익을 생각하면서 행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국부론(1776)’에서 “우리는 그들(가게 주인들)의 휴머니티가 아니라 그들의 ‘self-love(자기애)’에 호소하는 것이며, 우리 자신의 필요에 관해서가 아닌 그들의 이익에 관해 말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썼다.

‘창조적 연결을 통한 가치창출’ 교육을 통해 인간의 생존과 발전에 핵심인 ‘가치(Value)’를 창출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첫째 사례를 배운다. 둘째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신뢰(인성)’가 핵심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학생들은 사람답게 행동하는 것, 정직하고 믿을만한 사람, 역량 있는 사람이어야(최소한 그렇게 보이기라도 해야) ‘연결(=거래)’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셋째 저마다의 ‘창의성’을 발휘하여 창조적 연결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낸다. 넷째 세상을 향해 손을 뻗어(=거래의 제안) 가치를 창출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군가 창의성과 인성을 잘 갖춘 인재라고해서 바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점이다. 믿음이 있어야 한다. 세상의 부귀영화가 내 것이 될 수 있다는 믿음과 나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둘 중 하나라도 없으면 ‘남 탓, 제도 탓’만 하거나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부모와 선생은 자녀와 학생들에게 믿음의 근거를 심어줘야 한다. ‘세상은 살만하다’, ‘나도 할 수 있어’, ‘나도 반드시 잘 될 거야’라는 믿음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이니 그들이 수월한 삶을 살도록 자부심(sense of pride)을 심어줘야 한다. 자기애, 자긍심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강화하여 실천(practice)의 길로 나서게 한다.

주위 누군가는 은 스푼을 물고 태어나고 누군가는 개천에서 태어난다. 각자 타고난 환경이 다른 거야 어쩌겠는가. 창조적 연결을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음을 배우고 익혀야 한다.

공정한 창조적 환경만 조성된다면, 빼어난 천재 또는 모험적 기업가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창의성을 발휘하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나도 이만 하면 괜찮아”라고 자족할 수 있게 되면 살만한 세상, 평화로운 세상이 된다. 가치 창출로 깨달음을 얻게 되고, 이를 통해 지속적으로 외부에 손을 뻗어 나가면 풍족한 세상, 행복한 세상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국가는 창의인성교육이 개인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가발전에 기여하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도리를 갖추는 데 도움주기 위한 것이란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인간은 국가의 부속물 또는 수단이 아니다.

인간은 그 자체로 존엄한 존재이기에 인간을 목적으로 인식해야 한다. 로봇,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세대들에게 기계가 절대 갖지 못할 인간의 인간다움을 지키고 기계가 창출하지 못하는 가치(Value)를 창출하는 고귀한 존재로서 살아갈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창조적 연결’에 답이 있다. /김흥기 모스크바 국립대 초빙교수, '태클'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