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배 조장’에 외신도 주목…통일부 “모든 가능성 열고 주시”
신형 ICBM·전술핵운용부대 등장…모형 공개하면 실제 개발
"북,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고체추진체 ICBM 시험발사 가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에서 8일 저녁에 열린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 기념 열병식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딸 김주애가 참석했다. 전날 김 위원장의 군 장령(장성)들의 숙소 방문 및 축하연회에 이어 건군절 행사마다 김주애가 등장한 것이다. 

이번에 주목받던 김 위원장의 연설도 생략됐다. 김 위원장은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을 연상케 하는 검은색 중절모와 코트 차림을 하고 어머니 리설주의 행색을 한 딸 김주애와 손을 잡고 열병식장에 들어섰다. 리설주 여사는 한걸음 뒤에서 이들을 따르는 모습이었다. 따라서 이번 행사는 김 위원장의 메시지보다 김씨 일가에 대한 주민들의 ‘숭배’를 조장하는 이미지 전략에 맞춰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은 “인민군 창건 75돌을 경축하는 열병식이 8일 수도 평양의 김일성광장에서 거행됐다”면서 김 위원장이 ‘사랑하는 자제분’과 리설주 여사와 함께 광장에 도착했다“고 9일 보도했다. 전날에도 통신은 김주애에 대해 ‘존경하는 자제분’이라고 호칭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27일자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의 손을 잡고 ICBM 발사 장면을 참관한 김주애의 소식을 전하면서 ‘존귀하신 자제분’이라고 표현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 리설주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북한에서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인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2023.2.9./사진=뉴스1

김주애는 열병식장 귀빈석에서도 중앙 자리에 앉았다. 이번에 통일부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시하겠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정은 가계에 대한 군의 절대적인 충성을 과시하려는 연출로 보인다”면서 “후계구도를 판단하는데는 이른 감이 있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신들도 김주애가 의도적으로 노출되는 배경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자신의 딸을 후계자로 지목하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연구실장은 “김주애에 대한 개인숭배가 시작된 것을 볼 때 사실상 후계자로 내정되어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 연구실장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북한의 이 같은 현상을 이해하기 매우 어렵지만 북한에서는 수령에게 절대적으로 충성을 바치도록 하는 사실상 군주제 국가”라며 “왕의 자녀 중 하나가 왕위를 계승하는 것은 당연하고, 김정은에게 아들이 있더라도 김정은의 친형 김정철처럼 정치와 군사에 관심이 없다면 후계자로 내세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딸 김주애, 리설주 여사가 참석한 가운데 북한에서 인민군 창건(건군절) 75주년인 8일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야간 열병식을 개최했다고 노동신문이 9일 보도했다. 2023.2.9./사진=뉴스1

이날 열병식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돼 미국의 민간 위성 등의 추적을 받아왔다. 혹한 속 한달 이상 준비하면서 신형 무기를 공개하는 대대적인 열병식이 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이날 통신은 열병식에 핵심 공격형 무기라며 전술미사일 종대와 장거리 순항미사일 종대, 전술핵 운용부대 종대와 최대의 핵공격 능력을 과시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종대, 전략미사일 종대가 등장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8일 오후 8시 30분쯤부터 야간 열병식을 시작했다. 김일성광장은 군중으로 가득 찼으며, 2만2000명 이상이 동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의 민간 상업위성업체 맥사 테크놀로지에 지난 8일 오후 10시 5분쯤 위성으로 촬영해 9일 공개한 사진에는 평양 김일성광장에 운집한 군중 앞으로 ICBM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 행렬이 이동하는 장면이 나타났다.

무기 행렬의 선두에는 ICBM 화성-17형이 있고, 그 뒤로 중장거리급 미사일을 탑재한 이동식발사차량(TEL)이 2열 종대로 움직이는 모습이 식별됐다. 뒤이어 1열 종대 행렬이 더 나타났는데 여기에는 최근 시험한 고체연료 엔진을 적용한 신형 미사일이 탑재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통상 북한은 열병식에서 신형 무기 및 위력이 더 강한 무기를 뒤에 배치해왔기 때문이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이번 열병식에서 주목할 것은 전술핵운용부대와 특히 9축의 TEL에 실려 발사관(캐니스터)에 들어간 형태로 공개된 신형 미사일이라고 본다”면서 “개인적으로 고체연료엔진을 사용하는 ICBM급 신형 미사일의 모형(mock-up)이라고 본다. 단순한 모형이 아니라 실제 개발되고 있는 무기체계인 것”이라고 말했다. 

   
▲ 북한이 지난 8일 인민군 창건일(건군절) 75주년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열린 열병식에 고체연료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추정되는 신무기가 등장했다. 2023.2.9./사진=뉴스1

장영근 항공대학교 교수는 “이번 열병식에서 선보인 무기체계는 미국과 한국에 대응하는 ICBM과 핵운용 단거리전술미사일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평가된다”면서 “미사일의 경우 KN-23, KN-24, 초대형방사포(KN-25)와 같은 핵운용이 가능한 신형 단거리전술미사일, 장거리순항미사일, 또 화성-17형 ICBM과 작년 12월 지상연소시험을 수행한 140톤 추력의 고체로켓모터를 1단으로 사용하는 고체추진제 ICBM의 목업 모델을 선보였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9축 TEL에 발사관을 탑재한 것으로 보아 ICBM의 길이는 20m 안팎으로 추정되고 2단 로켓은 지난 1월 29일과 30일 사이에 함경남도 마군포에서 지상연소시험을 수행한 고체 로켓모터로 추정된다”며 “북한이 빠르면 올해 상반기 중에도 고체추진체 ICBM의 시험발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열병식의 귀빈석에 김주애와 함께 조용원 당 중앙위 조직비서를 비롯해 리일환·김재룡·전현철 비서가 자리했다. 주석단에는 김덕훈 내각 총리, 리병철·리영길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강순남 국방상, 박수일 총참모장, 정경택 총정치국장을 비롯해 인민군 연합부대 군정지휘관들이 등단했다고 통신이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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