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역대급 실적바탕으로 성과급 잔치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지난해 하반기 연 5%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금리가 3%대 초중반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경쟁 자제령을 경고한 데다가 최근 은행채 금리가 계속 떨어진 추세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은행채 등 시중금리가 낮아지면서 예금금리는 큰 폭으로 떨어진 반면 대출금리는 찔끔찔끔 내리는데 그쳐 금리 인상기 은행들이 '이자장사'로 손쉽게 돈을 번다는 비난여론이 거세다. 이런 가운데 은행권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수천억원에 달하는 성과급과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은행권을 향한 국민들의 시선이 따갑다.

   
▲ 지난해 하반기 연 5%대 중반까지 치솟았던 시중은행의 정기 예금금리가 3%대 초중반으로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경쟁 자제령을 경고한 데다가 은행채 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추세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사진=김상문 기자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연 5%대로 치솟았던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정기예금은 연 3%대 중반대 떨어졌다. 1년 만기 기준 국민은행의 'KB스타 정기예금'의 금리는 연 3.48%,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연 3.50%,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연 3.60%,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 연 3.62%, 농협은행 'NH올원e예금' 연 3.35% 등이다.

은행의 예금금리가 꺾인 것은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수신금리 인상 자제령을 경고한 데다 최근 은행채 금리 등이 안정세를 보이는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은행은 은행채를 발행하거나 수신 규모를 늘려 자금을 조달하는데, 은행채보다 비싼 이자를 지급하면서 예금 유치에 나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최근 채권시장 안정화와 금융당국의 모니터링 강화로 은행권 대출금리도 인하 움직임을 보였다. 다만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도는 수신금리가 하락할 땐 큰 폭으로,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소폭으로 찔끔찔금 내리는데 그친다는 평가다. 지난해 하반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금리 최상단은 7%를 넘어섰다. 이날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형(혼한형) 금리 상단은 6%대 초반을 형성하고 있다.

금융소비자들 사이에선 금리 인상기 서민들이 이자부담에 시달리는 사이 은행만 '예대금리차(대출금리와 예금금리 차이)' 확대에 따른 이자장사로 호황을 누렸다는 비난이 거세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는 16조원에 육박하는 순이익을 거둬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특히 이자이익으로만 40조원 가까이 벌어들였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말 이후 퇴직자에게 1인당 평균 6억~7억원에 달하는 퇴직금과 기본급여의 최대 400%에 달하는 성과급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은행을 향한 비난여론이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우리은행은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비용으로 각각 2725억원과 1336억원, 1547억원을 반영했다. 국민은행의 지난해 퇴직 확정자가 713명, 신한은행은 388명, 우리은행 349명으로 1인당 3억~4억원대의 희망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다 법정 퇴직금을 포함하면 그 규모는 더 늘어난다. 법정 퇴직금은 통상 퇴직 전 3개월 임금 평균에 근속연수를 곱해 계산한다. 2021년 각 시중은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은행의 평균 근속연수는 약 16년이었다. 1인당 평균 급여액은 9700만~1억1200만원(월 808만~933만원)이다. 2021년 말에서 2022년 초 은행을 떠난 행원 가운데 일부는 1인당 최대 10억원 이상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일 지난해 은행권의 실적과 성과 배분에 관해 "어려운 시기에 일부 고위 임원 성과급이 최소 수억 원 이상 된다는 것은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유동성 악화한 시기에 당국과 타 금융권이 도와준 측면이 있는데 이를 오롯이 해당 회사와 임원의 공로로만 돌리기에 앞서 구조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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