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외교차관협의서 접점 못 찾아…18일 뮌헨 외교장관협의에 눈길
4월 야스쿠니 신사 참배까지 여론 악화 요인 산적·日지방선거도 변수
정부, 정상회담에 신중한 태도…박진 “합리적인 강제징용 해법이 우선”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일 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고위급협의가 시작됐지만 일본은 기존 입장만 되풀이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한일 외교차관협의를 끝낸 조현동 외교부 1차관은 14일 기자들과 만나 “양측간 아직 접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조 차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 간 한일 양자협의는 같은 날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함께 개최한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계기에 열렸으며, 당초 예정 시간을 훌쩍 넘겨 150분간 논의를 진행했으나 끝내 담판을 짓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8일 독일 뮌헨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일 외교장관회담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일찌감치 밝힌 가운데 일본언론들도 15일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의 뮌헨안보회의 참석 및 한일 외교장관회담 개최 사실을 보도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한일관계 복원에 속도를 내면서 지난 수개월간 징용 배상 문제를 놓고 양국간 협의가 진행돼왔다. 일각에서는 일본측이 협의에 임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전 정부에 비해 진전이 있다는 평가를 하지만 사실 일본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거의 변화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2018년 대법원의 배상판결에서 승소한 징용 피해자들이 원하는 일본 전범기업의 직접 배상 및 사과 여부에 진척이 없기 때문이다. 현 정부 들어 외교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민관협의회를 발족시켰을 때에도 피해자측의 첫 번째 요구는 일본기업을 면담하는 것이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달 12일 징용 해법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통해 우리정부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주체가 되는 ‘제3자 변제’를 공식화한 이후 일본언론을 통해 한일 정부간 쟁점이 드러났다. 요미우리신문 등은 양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 피고기업의 직접 관여를 배제하되, 과거 일본정부의 담화 계승으로 사과를 표현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럴 경우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은 미쓰비시 중공업과 일본제철이 배상과 사과에서 모두 빠진다는 의미로 피고기업이 우리 대법원 판결 내용을 끝내 이행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내포한다. 일본정부의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따라 문제는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모양새이기도 하다. 다만 일본측의 사과에 해당하는 담화 계승과 관련해서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방안이 거론된다.
   
   
▲ 강제징용 해법 논의를 위한 공개토론회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2023.1.12./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일각에서는 일본의 개별 기업이 아닌 경제단체연합회(게이단렌)이 기금을 조성해서 우리측 재단에 제공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결국 재단 기금에 참여하는 것은 한국기업이 주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우리정부가 징용 해법으로 ‘제3자 변제’를 공식화했는데도 일본측이 ‘성의있는 호응 조치’를 총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공개토론회 직후 도쿄에서 1월 16일 개최된 한일 외교국장협의 이후 외교부 당국자는 “일본측의 배상 참여 보장 및 사과 등 성의 있는 호응 조치가 담보되어야 정부의 최종안을 발표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조현동 차관도 1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일본의 아무런 호응 조치가 없다면 일본과 협의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만약 18일 뮌헨에서 열리는 한일 외교장과회담에서도 징용 해법에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이번 논의가 장기화될 우려도 나온다. 당장 22일 일본 시마네현 주관 ‘다케시마(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기념식을 시작으로 3월 일본 문부과학성의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 4월 야스쿠니 신사 봄제사 계기 정치인들의 참배 등이 국내 여론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4월 일본의 지방선거 일정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일본정부도 지금이 한일 간 최대 현안인 징용 문제를 풀어야 하는 적기라는 점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 핵·미사일 문제가 심화되고 미중 전략경쟁 구도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한미일 공조가 강조되는 시점인데다 무엇보다 한국정부가 적극적일 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자신들에게도 이익이기 때문일 것이다. 따라서 뮌헨에서 열릴 한일 외교장관회담에서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한일 정부가 징용 배상 문제에서 접점을 찾아 우리정부가 최종안을 발표하고 일본정부가 화답하는 입장문을 발표한다면 윤 대통령이 신속하게 일본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혹은 윤 대통령이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하지만 외교부는 협상의 마지막 고비를 남기고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아직 협의할 단계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박진 장관은 1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정체회의에 참석해 관련 질문을 받고 “일본이 올바른 역사 인식을 갖고 피해자 의견을 충분히 존중하면서 풀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정상 외교는 국익상 필요하지만 징용 문제를 우선적으로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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