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서영 기자] 주주총회 안건 분석 자문기관 서스틴베스트가 기관투자자들에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을 반대하라고 권고하고 나서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10일 서스틴베스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안은 삼성물산의 일반주주 지분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한다”며 이번 안건에 반대를 권고하는 의견서를 전일 자산운용사 8곳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의견서를 받은 운용사 중에는 삼성물산 지분을 보유 중인 곳도 포함됐다.

   
▲ 삼성물산./사진 연합뉴스
서스틴베스트는 “삼성물산의 주가순자산비율(PBR) 수준이 역사적 최저 수준인 시점에 합병 비율이 산정됐다”며 “제일모직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최적의 상황이지만, 삼성물산 일반 주주의 입장에서는 주주가치 훼손이 극대화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서스틴베스트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과 함께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도 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삼성물산에 대한 분석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담당하고 있어 이번 의견서는 국민연금에는 발송되지는 않았다.

이에 일개 자문기관이 나서 자산운용사의 의결권 행사에까지 간섭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운용사들이 서스틴베스트의 의견에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적 관심이 몰려 있는 상황에 자문기관의 권고는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운용사가 서스틴베스트의 의견에 따라 합병에 반대한다면 외국계 헤지펀드의 편을 들어 국내기업 보호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외국계 펀드의 국부유출을 도와주는 꼴이다.

사유재산 침해 가능성도 있다. 10일 종가기준으로 삼성물산의 주가는 7만5000원에 달한다. 이는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인 5만7000원보다 30%이상 높은 상태다. 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면 앉아서 30%의 손실을 감수하라는 말이 된다.

이런 이유로 국민연금은 이번 합병에 찬성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서스틴베스트조차 “현재 주가 수준이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가격 이상으로 형성된 점, 국민연금의 사회적 위상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했을 때 반대 혹은 기권 행사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전망했다.

그래서 이번 서스틴베스트의 운용사에 대한 ‘합병 반대 권고’는 일종의 관심끌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도 일종의 ‘관종’(관심 받고 싶어 하는 종자의 줄인 말)이 등장한 셈이다. 사실 ‘서스틴베스트’라는 이름도 생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