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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방미 '메르스 취소' 잃는 게 많다
선동과 괴담 앞에 굴복…국민안전 못잖게 국가안전도 중요
승인 | 편집국 기자 | media@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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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5-06-11 09: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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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우석 문화평론가
우리사회의 최근 흐름이 걱정스럽고 두려운 건 필자만일까? 독감 수준인 메르스 바이러스 하나에 사회전체가 간단하게 뒤집히고, 외교안보 중대사인 대통령의 방미가 급취소되는 사태를 지켜보는 마음은 거의 허탈하기조차 하다.

이건 아니다. 명백한 의학적 진실을 외면한 채 선동과 괴담 앞에 굴복하는 것이 정상일까? 대중정서와 여론은 물론 존중해야 한다. 그렇다고 ‘호들갑 선동언론’이 만들어낸 실체 없는 대중정서에 최고지도자가 쉽게 영합을 하다니! 그리고 왜 이런 일이 잊을만하면 꼭 한 번씩 반복될까?

터놓고 말해 필자는 거의 역겹다. 이렇게까지 국가적 공황 사태를 연출해낸 종이신문-종편-지상파-포털의 무책임이 그러하고, 여기에 선동당해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부르르 떠는 이 나라 국민들의 낮은 지력(知力)과 이중성에 질려 버렸다. 한국사회를 망치는 두 개 집단인 ‘호들갑 선동언론’과 삼류 정치판이 합작한 지금 상황은 분명 국제적 웃음거리다.

한 여름 땀 삘삘 흘리며 마스크 쓴 국민도 참 딱하다

WHO(세계보건기구)와 한국의 합동조사단도 의학적 근거가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판인데 전국의 3000개 가까운 각급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져있는 상황이다. 온 국민이 땀을 삘삘 흘리며 마스크를 뒤집어 쓴 채 돌아다니는 모양도 실로 가관이다.

이 통에 가뜩이나 안 좋은 서민경제가 신음하면서 현 상황은 거의 국가적 자살로 향해 가는 모양새인데, 엽기적 국가공황사태의 압권은 따로 있다. 그게 어제 대통령의 방미 취소였다. 이 사안이야말로 미국에 대한 외교적 결례일뿐더러 실은 참과 거짓 사이 선택의 문제였다.

예정대로 강행하는 게 순리였다. 국민안전이 최우선이기에 방미를 취소했다면, 국가안전의 최대 버팀목인 한미관계 조율은 우선적 고려대상이 아니란 뜻인가? 지난해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퇴 충격 이후 또 한 번의 실망이다. 이러하니 7년 전 광우병 파동 때 진실을 수호해야 할 당시 전임 대통령이 했던 엉뚱한 소리도 떠오른다.

“청와대 뒷산에서 '아침이슬' 노래를 들으며 반성했다. 소통이 부족했다.”라고 그는 대국민 사과를 했던가? 이번에도 구조는 같다. 어느 논객은 “대통령은 (미국과 상의해야 할) 북한의 핵위협보다 메르스 사태를 더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음이 확실하다”고 단언했지만, 그게 맞는 소리다.

그 못지 않게 안타까운 건 국민들의 이중성이다. 불과 2~3개월 전 국민과 언론들은 명백하고 현실적인 위협인 북한 핵 문제가 연속해 터졌을 때 기이할 정도로 무덤덤했다. 그런 무사태평은 무감각과 무지를 넘어 거의 정신착란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던 저들이 독감 수준의 전염병이고, 공기를 통한 전염도 확인된 바 없다는데도 ‘메르스뻥’앞에 그토록 요란을 떠는 모습은 뭐란 말인가? 그리곤 한반도 최대 위협요인이자,‘최악의 떼죽음’을 가져올 수 있는 북핵 공포 앞에 막상 나 몰라라를 한다고?

북한이 핵탄두를 소형화하는데 성공했고, 이를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에 장착해 미국 본토까지 공격할 수 있다고 윌리엄 고트니 미군 북부사령관이 밝혔던 게 지난 4월 초였던 걸 기억한다. 그때 이 나라 국방부는 그건 미 정부의 공식견해가 아니라고 친절히 설명해주는 걸 잊지 않았다.

직후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성공 소식이 다시 들어왔다.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 대응체계 모두가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인데, 더 놀라웠던 건 상당수 좌파 매체와 SBS를 포함한 멀쩡한 언론들의 정신 나간 반응이었다.

   
▲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취소는 득보다 실이 크다. 독감 수준인 메르스 바이러스 하나에 사회전체가 간단하게 뒤집히고, 외교안보 중대사인 대통령의 방미가 급취소되는 사태를 지켜보는 마음은 거의 허탈하기조차 하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메르스뻥은 두렵고, 북핵은 나 몰라라 하는 이중성


“왜 철 지난 안보장사를 하느냐”는 식의 기사를 그들은 마구 써댔다. 그게 전파를 탔고 다시 대형 포털을 장식했다. 눈먼 네티즌들은 미국과 한국정부가 웃긴다고 킬킬 대며 냉소를 했다.

상황을 정리하면 이렇다. 외교 안보 문제에서 한국인들은 “나쁜 평화가 전쟁보다 좋다”고 굳게 믿는 거대한 바보집단이다. 그래서 북핵 앞에 굴종하는 나쁜 평화를 진짜 평화이자, 우리민족끼리의 공존이자 국가안전이라고 착각을 하는 거대한 정신착란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한 해 국방비(34조 원)의 꼭 세 배를 복지예산(105조 원)으로 펑펑 쓴다. 이런 미친 구조에 아무도 문제제기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 안전의 버팀목이던 혈맹 미국과의 관계가 자꾸만 뻘쭘해지고, 친중 사대주의가 기승을 부린다. 이러고도 통일대박일까?

북핵 앞에 자칫 먹히지 않으면 다행인 게 지금의 위태로운 상황이 아닐까? 그리고 한국사회는 내부적으로 요즘 정치학에서 말하는 ‘통치 불능의 사회’로 접어들은 지 오래다. 거의 최악이다. 국민은 정부를 믿지 않은 채 각자도생에 바쁜 콩가루 집단이다.

언론 역시 공론장(公論場)을 포기한 채 선동언론으로 몽땅 변질됐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지금 답이 없다. 어제 오늘의 상황을 연작처당(燕雀處堂)이란 사자성어로 정리한 분이 국민대 박휘락 교수다. 집이 불타고 있는데도 그 위험을 모르고 지저귀고 있는 제비나 참새의 꼴이라는 말이다.

구한말에 황준헌이라는 중국 외교관이 조선이 바로 그 꼴이었다고 했는데, 현재 우리가 그 짝이다. 섣부른 정치놀음에 선동언론으로 정신없고, 집이 불타는데도 메르스 어쩌구를 반복하며 저마다 마스크를 하나씩 뒤집어 쓴 채 악다구니를 치는 상황이 2015년 여름 우리의 현주소다.  /조우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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