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삼성과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간 공방 양상이 과거 SK-소버린 사태 때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은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과 삼성그룹 간에 전개되는 핑퐁게임은 예견된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공격의 포문은 지난 4일 삼성물산에 대한 대량 지분 보유 신고와 함께 주목을 받기 시작한 엘리엇이 9일 주주총회 결의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면서 본격적으로 열었다.

이에 삼성물산은 우군인 KCC에 보유 자사주 전량을 넘기기로 합의하면서 지분 경쟁에서 역공을 가했다. 결국, 엘리엇은 11일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을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KCC를 상대로 또 다른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기로 했다.

이런 과정은 지난 2003년 SK-소비린 사태 때와 거의 비슷하다. 당시 소버린자산운용은 2003년 3월 26일 SK 지분 매입에 나서 4월 16일 14.99%의 지분을 확보하고선 경영에 개입하기 시작했다.

그해 12월 SK 이사회가 우호지분을 확대하는 방안으로 보유 자사주의 의결권을 부활하려고 해당 주식을 하나은행에 넘기기로 하자 소버린은 SK를 상대로 의결권 침해 금지 가처분을 법원에 냈다.

당시 법원은 소버린이 제기한 의결권 침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고 SK는 자사주 매각으로 9.7% 지분의 의결권을 확보했다.

삼성-엘리엇 간 공방은 앞으로도 SK-소버린 사태와 상당히 닮은꼴로 진행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서로 주고받기 식으로 공방을 전개하면서 사태가 장기화할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분 3%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상법상 주주제안권을 갖게 되며 주주총회 소집 요구와 이사 해임 건의 등도 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03∼2004년 소버린은 주주제안을 통해 이사 후보 추천과 정관 개정, 최태원 회장 퇴진 등을 요구했으며 소액주주와 노동조합과 접촉하고 헤르메스 등 외국계 주주들의 지지를 구하는 등 우호지분 확보 노력을 벌였다.

따라서 5% 대량 지분 확보 후 추가 지분 매수가 금지된 5일간의 냉각기간이 끝나면 엘리엇이 12일부터 다시 삼성물산 지분을 추가로 대량 사들일 가능성도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삼성-엘리엇 간 싸움이 임시 주주총회 표 대결로 가면서 중간배당과 합병 비율 조정 안건은 물 건너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합병안이 통과되면 엘리엇의 보유 지분은 합병 비율에 따라 2% 수준으로 낮아진다"며 "엘리엇이 단기 투자를 노리고 들어온 것이 아닌 만큼 내일부터 삼성물산을 추가로 대규모 매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