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HSD엔진 인수…선박-대형 엔진 수직계열화 즉시 가능
HD현대, STX중공업 통해 포트폴리오 다변화
조선·대형 엔진 사업 겹쳐…"건전한 경쟁환경 기대"
[미디어펜=김태우 기자]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과 HSD엔진을 인수하며 업계 내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현대중공업과 조선 부문 뿐만 아니라 중대형 엔진까지 사업영역이 겹치며 경쟁자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가 HSD엔진 인수를 확정하며 STX중공업 인수전에서 빠지는 모양새지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조선업계 친환경 엔진 및 선박 부문 내 경쟁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사진=각사 제공


선박에서 엔진은 10% 안팎을 차지하는 핵심 기관으로 꼽힌다. 이 분야의 글로벌 1위는 현대중공업의 엔진기계사업부로 지난해 글로벌 점유율은 35% 이상이었다. 2, 3위와 격차를 둔 안정적인 1위다. 이 뒤를 잇는 회사는 HSD엔진과 STX중공업이다.

한화가 HSD엔진을 인수한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대우조선의 인수를 결정지은 한화가 선박건조와 엔진제작 역량을 동시에 확보하기에 HSD엔진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한화그룹의 계열사 한화임팩트는 지난 16일 HSD엔진의 지분 32.77%를 2269억 원에 취득하기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한화그룹은 오는 4월부터 HSD엔진 실사를 진행하고 본계약 체결, 기업결합 승인심사를 거쳐 하반기 중으로 인수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한화그룹은 HSD엔진의 최대주주로 등극한다.

HSD엔진은 종합 엔진 제조사로 대형 선박용 엔진을 주로 만든다. 저속엔진 시장 점유율 세계 2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5400억 원, 영업손실 325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액 중 선박용 엔진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83.2%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규 수주는 1조4741억 원으로 이중 수익성이 높은 이중연료엔진(DF엔진)수주가 81%를 차지했다.

대우조선이 주로 사용해 왔던 엔진도 HSD엔진의 제품으로 알려져 있어 양사를 품은 한화그룹이 조선분야에서 좀더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화의 대우조선해양과 HSD엔진 인수가 마무리되면 HD현대와 선박 수주 뿐 아니라 친환경 엔진 시장에서도 좋은 맞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해사기구(IMO)와 각국의 해양규제가 점차 강화되고 있다. 액화천연가스(LNG)·메탄올 등을 선박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이중연료추진 선박을 통해 대응하고 있지만, 차세대 친환경 선박 개발 연구를 병행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HD현대와 한화그룹 간의 새로운 경쟁구도는 조선업계의 한국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격과를 만들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밖에도 업계에서는 이번 HD현대와 한화그룹의 인수전이 새로운 흐름을 보여준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승자의 저주가 우려되는 과거의 모습과 달리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정이었다는 게 이유다. 

이기기에만 노력하며 출혈경쟁을 벌이던 과거의 모습과 달리 가장 이익이 되는 선택을 한 결정이 이번 인수전의 결과다. 재계에서는 친분이 두터운 '젊은 피'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게 중론이다.

한화그룹은 김동관 부회장과 함께 방산분야와 에너지산업을 통해 새로운 미래먹거리를 마련하고 있다. HD현대도 정기선 사장과 함께 바다를 새로운 터전 삶아 지속가능한 미래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그룹의 조선업 진입으로 저가수주 관행이 사라지고 건전한 경쟁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