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기를 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삼성물산'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상호 출자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로 삼성 측에 압박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 계열사들의 복잡한 출자 문제를 지목하면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문제를 부각시키려는 전술로 읽힌다. 지난 11일 제일모직이 공시한 합병 계획 정정 신고 내용에 따르면 엘리엇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결정 다음날인 5월 27일 삼성물산에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엘리엇은 기존에 알려진 대로 1대 0.35의 합병 비율이 자산 가치가 큰 삼성물산 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특히 엘리엇은 이번 합병 법인이 공정거래법에 위반되는 상호 출자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합병 후 건설 산업에서 경쟁에서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삼성물산을 압박했다.

엘리엇이 합병 비율 외에 다른 논거를 들고 나와 삼성물산을 공격한 것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엘리엇이 합병 발표 하루 만에 삼성물산에 이런 의사를 전달한 것은 사전에 합병 추진을 예상하고 대응 계획을 치밀히 준비해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제일모직은 이번 정정 신고에서 엘리엇의 합병 반대 움직임과 관련해 "향후 엘리엇을 비롯해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 등이 국내외 법원에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으로 분쟁이 발생하면 그 결과에 따라 합병 일정이 지연되는 등 절차상 변경이 있을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반대 주주가 적극적으로 합병 반대 주주의 의결권을 결집하는 경우 위임장 경쟁(프록시 파이트)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며 "그 외 손해배상 청구, 소수주주권 추가 행사 등 가능성이 있는 바, 그로 인해 합병 절차가 직접 제한되는 것은 아니나 결과에 따라 합병 절차 진행에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물산은 영국 런던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예탁증서(DR)의 상장 폐지에 나선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DR이 상장된 영국에서 소송전을 확대할 가능성을 점치기도 했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향후 영국에서 벌어질 엘리엇과의 소송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인 DR 상장 폐지 절차에 착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삼성물산은 곧 런던증권거래소의 감독기관인 영국 금융감독청(FCA)에 DR 상장 폐지 의사를 통보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과거 헤르메스와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런던 증시에 DR을 상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