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우·안정성 탓에 취업 보장되는 반도체학과도 외면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최근 의과대학의 인기가 심화되면서, 의대가 우수 이공계열 인재들을 대거 흡수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대통령실까지 나서서 '의대 쏠림' 현상의 부작용을 지적해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주목된다.

26일 교육부에 따르면 의과대학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돼 있다. 지난 2020년 정부는 의대 정원을 2022학년도부터 10년에 걸쳐 모두 40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가, 의료계의 반발에 부딪혀 원점 재검토하기로 한 바 있다.

   
▲ 고신대복음병원 심뇌혈관센터. /사진=고신대병원


의대 정원은 18년째 동결돼 있어 의대 입학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최근에는 문·이과 통합수능으로 이과가 상위권 대학 진학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더 커졌고 취업난까지 맞물리면서 의대 인기가 높아지고 있따. 

실제 최상위권 학생들의 의대 쏠림현상은 지표로도 나타나고 있다. 

입시업계에 따르면 2023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서울과 수도권 소재 12개 의대의 경우 이월 인원이 1명도 나오지 않았다. 

정시모집에서도 서울대·고려대·연세대의 의학계열 등록포기자는 지난해 94명에서 올해 63명으로 크게 줄었다. 서울대 의대는 전년과 마찬가지로 아무도 등록을 포기하지 않았다. 연세대 의대는 8명(전년 10명), 고려대 의대는 4명(전년 6명)이 등록을 포기했다. 

이와 달리 이들 학교의 다른 이과계열 학과에서는 최초합격자 전원이 등록을 포기한 사례도 나타났다.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모집인원 대비 130.0%, 연세대 컴퓨터과학과는 120.6%, 연세대 약학과는 116.7%의 포기율을 보였다. 등록을 포기한 합격자들은 서울대 일반학과나 타 대학 의·약학계열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함께 종로학원이 대학알리미에 공시된 2022년 서울대·연세대·고려대의 자퇴생 수를 분석했더니 1874명 중 1421명(75.8%)이 자연계열이었다. 3개 대학의 자연계열 자퇴생 비율은 2020년 66.8%를 기록한 이후 우상향하고 있다. 

서울대는 지난해 자퇴생 341명 중 자연계가 275명(80.6%)으로 인문계(66명)의 4.2배에 달했다. 연세대도 자연계 자퇴생이 72.7%, 고려대도 76.4%를 차지했다. 대기업 취업이 보장되는 반도체분야 계약학과도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의대 선호 현상 심화는 처우나 안정성 등의 측면에서 최고라는 인식이 확고한 까닭인 것으로 해석된다. 보건복지부의 '보건의료인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의사의 평균 임금은 약 2억 3070만원이었다. 반면 삼성전자 임직원(등기임원 제외)의 평균연봉은 약 1억 4000만원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입사원 초임은 5000만원 안팎이다.

대통령실은 반도체 등 첨단산업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우수 인재들이 의료계한 젊은이들이 의료계로 쏠리자, 근본적인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교육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등은 부처별로 대책을 제시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하나로 모아 조정하는 '범부처 솔루션'을 검토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다만 직업의 안정성과 급여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관련 정책의 실효성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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