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교통위원 의정 활동…도공 저격하기도
"업무 공정·투명성↑, 부정부패에는 엄정 대처"
   
▲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사진=한국도로공사 제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함진규 신임 한국도로공사(Ex) 사장은 지난 16일 경북 김천 도로공사 본사에서 취임 일성으로 "모빌리티 혁신 고속도로를 구축하겠다"고 언급했다. 문재인 정권에서 임명된 김진숙 전임 사장이 지난해 9월 23일 사의를 표명한 이후 5개월여 만에 수장직에 오른 만큼 함 사장이 짊어질 책임감의 무게는 막중하다.

1959년생인 함 사장은 경기도 부천군 소래면 매화리(현 시흥시 매화동)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에서 법학 학·석·박사와 국제관계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는 2002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의원 고양시 1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 투신했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고향인 시흥시 2 선거구에서 당선됐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는 한국무역보험공사 이사로 재직한 바 있다.

제19·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새누리당·자유한국당 후보로 나와 시흥시 갑 지역구에서 당선돼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으로 의정 활동을 이어왔고, 이후 한서대학교 산학협력단 부교수로 근무해왔다. 아울러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윤석열 후보 예비 캠프의 수도권 대책본부장을 역임했다.

이처럼 대부분의 경력을 정치권에서 쌓아와 그는 정부와 정치권의 분위기를 읽는 정무적 감각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직인 도로공사 사장과는 무관한 이력들이었고, 실제 공모가 시작되기도 전에 내정설이 돌았기 때문에 '정치권 낙하산 인사' 논란은 피할 수 없었다. 도로공사는 2022년 4분기 기준 임직원이 9166명에 달하는데, 이 같은 대규모 조직을 운영해본 경험도 없어 일각에서는 함 사장의 전문성에 의구심을 가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함 사장의 경영 방식에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도로 교통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자체에 진심을 보이고 있어서다.

2013년에는 시흥-강남을 잇는 3300번 광역 버스 노선 신설을 위해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면담했다. 이 외에도 서울시내로 출입하는 관내 버스 노선 증차와 관련해서도 논의하는 등 시흥시민들의 교통 편의 증진에 힘써왔다.

2014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초선 의원으로서 그는 김학송 당시 도로공사 사장에게 "도로 건설·유지·보수에 적용하는 신기술 채택 건수가 매년 줄어들어 정부 시책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정부가 보호 기간 까지 정해가며 정책적으로 추진하는 방침에 역행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질의하기도 했다. 또한 2015년에는 3년 간 국도비 2388억 원을 확보하는가 하면 2016년 국감에서 "2000년 이후 개통한 13개 고속도로 23개 구간이 엉터리 교통량 예측 자료를 바탕으로 건설돼 국가 예산이 낭비됐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이를 반영하듯 함 사장은 지난 16일 취임식에서 혁신을 통한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자 모빌리티 혁신 고속도로를 구축해 자율 협력 주행 상용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또한 인공 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의 현장 적용성을 제고하겠다며 고속도로 지하화·복합 환승 센터 등 국가 전략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끌고, 민·관 협력을 강화해 해외 시장도 적극 개척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진숙 전임 사장은 저품질·고가 논란을 빚은 고속도로 휴게소 음식 가격을 10% 낮추라는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대립각을 세우다 고강도 감찰 압박에 퇴진했다.

이와 관련, 함 사장은 "국민 편익 증진·상생과 협력 정신을 실천해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한 국민 만족도를 높이고, 친환경차 인프라 확충함과 동시에 중소기업을 지원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한국도로공사 본사 전경./사진=한국도로공사 제공

이 외에도 함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는 산적해있다.

도로공사는 설립근거법과 영위 사업의 공공성이 있어 정부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보인다. 따라서 정부의 직·간접적인 지원에 기반한 매우 우수한 재무 탄력성과 고속도로 건설·관리를 수행하는 독점적 사업 지위를 지녀 현금 창출 능력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ALIO)에 따르면 매출은 2018년 7조7944억9000만 원, 2019년 8조7218억8200만 원, 2020년 9조5575억300만 원, 2021년 10조5350억7200만 원으로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다.

한편 영업이익은 2019년 1조2387억3900만 원을 기점으로 2020년 6229억5900만 원, 2021년 6185억4800만 원으로 반토막 났다. 당기순이익은 최고점인 2018년 1178억700만 원 이래로 2019년 996억3000만 원, 2020년 274억6200만 원, 2021년 336억3500만 원 등 대체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62조9211억6500만 원 수준이던 자산총계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21.61%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28조1128억4800만 원이던 부채총계는 35조862억8000만 원으로 24.81% 늘었다. 지난해 상반기 판매·관리비는 1343억2486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33% 많았다

부채비율 역시 2018년 80.76%에서 지난해 상반기 84.69%로 꾸준히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기업의 과다 부채 임계치로 80%를 제시하고 있다.

기재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는 오는 6월 공기업들을 포함한 공공기관 경영 실적 평가를 발표한다. 도로공사는 윤리경영 측면에서 2년 연속 D등급으로 낙제점을 받기도 했다. 일부 직원들은 용역 업체로부터 명절에 금품을 받고, 고속도로 건설사 현장소장으로부터는 골프 접대·용품을 수수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다방면에서 관리가 요구되는 만큼 함 사장의 어깨가 무거워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함 사장이 취임식에서 "업무는 공정하고 투명하게, 부정부패는 엄정히 대처할 수 있는 조직 쇄신에 앞장서겠다"고 선서한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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