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고로에서 전기로 전환 가속화
최종목표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과도기 전기로 통한 탄소감축 노력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유럽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이 탄소중립에 주춤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철강업계는 탄소중립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은 철강분야의 핵심인 고로를 중심으로 생산공장부터 탄소중립을 위한 변화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철강업계는 전기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전기로를 사용중인 현대제철을 비롯해 포스코와 동부제철도 신규 전기로 투입 계획을 밝히기 위해 노력중이다.

   
▲ 동국제강 인천공장 에코아크전기로. /사진=동국제강 제공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은 탄소배출 저감형 하이퍼 전기로 공정 연구로 친환경 철강 전환에 돌입한다. 

동국제강은 산업부 '4대 업종 탄소중립 개발사업' 중 철강 분야 '전기로 효율 향상을 위한 에너지 순환 하이퍼 공정 기술 개발'과제에 참여해 2028년까지 하이퍼 전기로 공정 연구를 완료할 계획이다.

하이퍼 전기로의 핵심은 속도와 에너지 효율이다. 조업 속도를 높일수록 소비 전력을 절감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다. 동국제강은 철 스크랩(고철) 예열 및 장입 방식 개선 등으로 에코아크 전기로 전력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 효율을 향상해 하이퍼 전기로 기술을 완성할 계획이다.

동국제강의 이같은 행보는 최근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새로운 탄소규제 등장으로, 탄소감축이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의 친환경 전환에 따라 철강 산업도 친환경으로의 전환이 필수 불가결한 요소가 됐다.

전기로는 한 번 사용된 철스크랩을 재활용해 철강을 생산하는 공정으로, 고로에서 쇳물을 뽑아냈던 기존 생산 방식보다 탄소 배출량이 현저히 낮다는 장점이 있다. 탄소 배출량이 기존 고로의 4분의 1 정도 된다.

그렇다고 전기로만으로 완벽한 탄소 중립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최종목표는 '수소환원제철'을 실현해 내는 것이지만, 아직 기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어 우선적으로 전기로를 도입해 탄소 감축을 이끌겠다는 방침이다.

포스코도 전기로 도입을 진행중이다. 현재 포항에서 스테인레스강을 생산하는 전기로가 운영준인 것에 이어 포스코는 지난달 정기 이사회에서 약 6000억 원을 투자해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 톤 규모의 전기로를 신설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해당 전기로 투자는 2024년 1월 착공해 2026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광양제철소에 들어설 전기로에서는 과거와 같은 방식의 전기로이지만, 단순히 스크랩을 녹여 제품을 생산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혼탕을 통해 고급제품까지 생산이 가능 하도록 할 것이라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이에 자동차 부품, 전기강판 등 다양한 제품군이 생산될 전망이다. 광양제철소를 시작으로 향후 포항제철소에도 여러 제품군을 생산할 수 있는 전기로를 신설할 계획이다.

   
▲ 현대제철이 전기로를 사용해 자동차용 강판 등 고급 철강재 생산에 나선다./사진=현대제철 제공

현대제철은 지난해 독자적인 전기로 기반 탄소중립 철강 생산체제인 '하이큐브'를 구축하고, 오는 2030년까지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 전환을 통해 저탄소 고급판재를 생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이큐브'는 현대제철 고유의 수소 기반 공정 융합형 철강 생산체제를 말한다. 

스크랩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의 전기로에서 발전해,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하는 기능까지 모두 가능한 '새로운 개념의 전기로'가 하이큐브 기술의 핵심이다.

현대제철은 신개념의 전기로에 스크랩과 용선(고로에서 생산된 쇳물), DRI(직접환원철) 등을 사용해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며 자동차강판 등의 고급판재류를 생산하게 된다.

현대제철은 연간 1000만톤 이상의 전기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국내 최대 전기로 제강사다. 철근·형강 등의 봉형강 제품은 물론 열연강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전기로에서 생산하며 노하우와 기술경쟁력을 쌓아왔다. 이 같은 경험과 기술력은 현대제철이 전기로 중심 탄소중립 생산체제를 구축하는데 큰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를 모이고 있다. 

또한 전기로 제품은 원료 및 공정 특성상 고로(용광로)에 비해 탄소 배출량이 25%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대제철은 고로 중심의 다른 철강사보다 탄소중립을 달성하는데 유리한 상황으로 평가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제철은 지난 2015년부터 산업통상자원부의 탄소저감을 위한 주요 국가 과제에 주관연구기관으로 참여하며 전기로 부문의 주요 기술을 개발해왔다.

전기로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제철은 2010년 당진제철소 제 1고로 가동 이래 전기로 분야를 넘어 3기의 대형고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며,자동차용 고급판재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 관리 및 공정 운영 측면에서 우수한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순히 생산 과정 중 발생하는 탄소를 줄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기존 전기로에서 생산이 불가능했던 고성능 제품을 생산해 탄소중립 제품 시장에 공급하는 것이 목표"라며 "국내 철강사들과의 연대와 협력을 통해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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