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주식·파생상품시장의 가격제한폭이 17년 만에 확대됐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부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등의 가격제한폭이 기존 ±15%에서 ±30%로 확대됐다. 코넥스시장은 기존 가격제한폭인 ±15%가 유지되고 있다.

거래소는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라 정적변동성완화장치와 단계별 서킷브레이커(CB·거래 일시 정지) 등 시장 안정을 위한 다양한 보완 장치를 마련했다. 정적변동성완화장치는 전일 종가 혹은 직전 단일가와 비교해 장중 주가 변동폭이 10%를 넘으면 2분간 단일가매매로 전환하는 제도이다.

현재 하루 1회 발동 가능한 CB 제도는 8%, 15%, 20% 등 지수하락률 단계별 발동구조로 전환된다. 지수가 8% 이상 빠지면 전체 장을 20분간 중단하고 10분간 단일가 매매로 재개한다.

지수 15% 이상 하락·1단계 CB 발동 시점 대비 1% 이상 추가 하락 시에도 마찬가지의 조치가 취해진다. 지수 20% 이상 하락·2단계 CB 발동시점 대비 1% 이상 추가 하락 요건이 동시에 충족되면 당일 장이 종료된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한 변동성 확대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코스닥과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높은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내츄럴엔도텍의 '가짜 백수오 사태'와 같은 돌발 악재가 터졌을 때 개인투자자가 받는 충격은 이전에 비해 커질 수 밖에 없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한 변동성 확대로 대형주보다 중소형주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코스닥과 중소형주 투자 비중이 높은 개인 투자자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SBS 캡처

이에 증권사는 전산 시스템 개편과 신용거래 관련 담보유지비율 조정 등으로 리스크 확대를 대비한 상태다. 신용거래란 투자자가 자신의 증권계좌에 있는 자산을 담보로 투자에 필요한 돈을 증권사에서 추가로 빌리는 것이다. 그동안 주식매수대금 중 일정비율(통상 45%) 이상은 투자자 본인이 부담하고, 잔여분을 증권사가 신용 공여해 왔다.

기존에는 주식매수 이후 주식가치가 신용공여 금액의 일정비율(담보유지비율, 통상 140%)을 미달하게 되면 투자자는 익일(D+1)까지 추가 담보금액을 납부했고, 그렇지 않으면 그 다음 날(D+2)부터 증권사는 임의로 반대매매(주식을 강제로 처분)를 통해 신용공여금액을 회수했었다.

하지만 가격제한폭 확대로 주가 하락폭이 커짐에 따라 증권사들의 신용공여 위험도 커질 수 있어 반대매매 일시를 일부 단축하거나 담보유지비율을 종목별로 세분화하도록 했다. 신한금융투자와 하나대투증권은 현재 담보 부족 발생일 이틀 뒤(D+2)에 반대매매를 실시하지만, 새 제도 시행 후에는 발생일 바로 다음 날(D+1)에 주식 처분에 나서기로 했다.

미래에셋증권은 담보비율이 130% 미만으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 기간을 하루 축소(D+2→D+1)하기로 했고, 삼성증권도 D+3에서 D+2로 반대매매 시기를 하루 단축한다.

반대매매 물량 산정 시 가격 기준을 높이는 증권사도 다수다. 증권사들은 거래를 쉽게 체결시켜 담보 부족분을 빠르게 메우고자 전일 종가의 하한가(-15%)로 반대매매 물량을 계산하는 경우가 많은데, 새 가격제한폭에 맞춰 수량 산정 기준을 변경했다.

현대증권, 신한금융투자, 삼성증권 등은 반대매매 수량 계산 시 새 가격제한폭(-30%)을 적용하기로 했다. 메리츠종금증권과 NH투자증권은 -30%를 적용 시 과도하게 많은 주식을 매도할 수 있다며 -20%로 매도 수량을 산정한다.

대신증권과 KDB대우증권은 종목 신용도에 따라 15~30%를 차등 적용해 계산한다. 담보유지비율(대출금 대비 보유자산 가치)도 현재 140%에서 최고 170%까지 상향 조정된다. 담보 자산을 미리 충분히 확보해두겠다는 뜻이다.

KDB대우증권(140%·150%·160%)은 융자금액 기준에 따라, NH투자증권(140%·150%·170%)은 종목 신용도에 따라 담보유지비율을 높이기로 했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개인투자자 비율이 높은 중소형주의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용잔고가 높은 중소형 종목 등 신용잔고 비율이 높은 종목은 주가하락 시 증권사의 반대매매가 활발해지면 하락폭을 추가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외국의 사례를 보면 가격제한폭이 확대되면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의 주가변동폭이 커지게 된다”며 “증권사의 담보대출이나 융자거래가 보수화될 수밖에 없어 투자자의 주의가 요구된다. 펀더멘털을 기준으로 중소형주의 옥석을 정확히 가려내 투자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가격제한폭 확대로 인한 거래량 증대 외에 작전세력의 주가조작이 어려워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기존 작전세력이 가장 흔히 시세조정 방법으로 사용하던 상한가 굳히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자금이 예전의 두 배로 소모되기 때문이다.

이런 긍정적인 점에도 개인투자자의 공매도로 인한 피해가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하다. 하지만 공매도로 인해 주가가 하락하는 것이 아니라 주가가 하락하기 때문에 공매도가 늘어나는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증 연구에 따르면 공매도 증가와 가격 하락과의 유의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공매도만으로 15% 이상의 가격 하락을 촉발시키는 것도 현실적으로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