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최상진 기자] ‘역시 박인비’라는 탄성이 쏟아질 만큼 완벽한 경기운영이었다. 박인비(27·KB금융그룹)가 15일 말 그대로 미국 LPGA 역사를 새로 썼다. 메이저대회 3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우는 동시에 여유롭게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를 탈환했다.

박인비는 15일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스트체스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총상금 350만 달러, 우승상금 63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5타를 줄여 최종합계 19언더파 273타로 우승을 차지했다.

   
▲ 15일 미국 뉴욕주 해리슨의 웨스트체스터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KPMG 위민스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박인비 / 사진=LPGA 홈페이지

KB가 선택하면 세계 최고가 된다

박인비는 2008년 데뷔 1년 만에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한국과 미국의 골프역사를 뒤바꾸기 시작했다. 한국인 첫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올해의 선수 수상, 63년 만의 메이저 3연승, 한국인 최다승, 한국인 최장 세계랭킹 1위, 상금왕 2연패까지 ‘골프여제’로서의 명성을 쌓아오고 있다.

박인비의 이번 우승을 가장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기업은 메인스폰서인 KB금융그룹(이하 KB)이다. 시즌 중반도 되지 않은 현재 벌써 3승을 기록하며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더욱이 한 메이저대회를 3년 연속 재패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은 박인비의 모자와 우산에 적힌 KB의 로고를 전 세계로 퍼트리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녀가 우승컵을 들어 올릴 때마다, KB의 로고는 전 세계 TV와 신문, 잡지, 인터넷, SNS를 타고 퍼져나간다. 스포츠마케팅 업계에서는 그동안 박인비로 인한 KB의 홍보효과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KB 관계자는 “금액으로는 환산할 수 없지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홍보효과를 냈다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 KB금융그룹과 10년째 좋은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김연아 / 사진=KB금융그룹

김연아, 손연재 ‘대박’ 행진... 가능성만 믿었다

박인비보다 더 극적인 스포츠스타는 역시 피겨여왕 김연아였다. KB와 김연아의 인연은 10년 전, 그녀의 고등학교 1학년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불모지였던 피겨 선수의 가능성만 믿고 후원과 광고계약을 체결했던 KB는 몇 년 지나지 않아 역사에 남는 스포츠마케팅 성공사례로 남게 됐다.

김연아의 밴쿠버 올림픽 금메달로 인한 홍보효과는 약 5조원, 소치올림픽으로 인한 홍보효과는 그 이상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외에도 10년간 김연아가 올린 성적, 사회활동, 광고 등을 종합하면 홍보효과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 특히 올림픽 후광을 이용하기 위한 기업의 반짝 후원이 유행하던 시기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10년간 꾸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KB와 김연아 모두가 윈윈하는 발판이 됐다는 평이다.

김연아로 인해 스포츠마케팅의 신기원을 열어젖힌 KB는 박인비 외에도 다양한 종목과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다. 대표적인 스포츠스타가 리듬체조의 손연재다. 2010년부터 KB의 후원을 받고 있는 손연재는 최근 절정의 기량으로 각종 대회를 석권하고 있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기량이 만개한 손연재는 13일 아시아선수권대회 개인종합 2연패를 기록한데 이어 광주유니버시아드 금메달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다.

   
▲ 손연재를 활용한 KB금융그룹 광고 / 사진=KB금융그룹

비인기 종목에 집중, 될성부른 떡잎 골라 꽃으로 키운다

현재 KB는 대형 스포츠이벤트에만 반짝 인기를 누리는 종목을 두루 후원하고 있다. 국가대표 종목으로는 피겨·쇼트트랙·컬링·봅슬레이-스켈레톤이 대표적이다. 대회는 피겨 종합 선수권대회, ISU 쇼트트랙 월드컵, 한국 컬링 선수권대회를 후원한다. 이 외에도 수영선수 이호준, 스켈레톤 윤성빈 등 비인기 종목까지 선수들을 든든하게 뒷받침한다.

대기업들이 야구와 축구, 농구 등 인기종목에 집중하는 것과는 분명 상반되는 행보다. KB는 당장의 화려함보다는 묵묵히 역경을 극복해 결국 최고의 무대에 오르는 ‘각본없는 드라마’가 전하는 감동에 주력하고 있다. KB 관계자는 “선수의 성장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들에게 기회와 환경을 제공한다는 kb후원 원칙이 많은 비인기종목을 후원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