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안 중대하고, 인식 가능성 높아"…금호석화 "고의 누락 실익 없어, 단순 실수"
[미디어펜=조성준 기자]공정거래위원회는 친족이 보유한 회사를 계열사에서 누락한 혐의로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그룹 회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일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5조원 이상 기업집단) 금호석유화학의 동일인(총수) 박 회장이 지노모터스, 지노무역, 정진물류, 제이에스퍼시픽 등 4개사를 지정자료에서 누락한 것에 대해 검찰에 고발키로 했다.

   
▲ 금호석유화학 본사 전경./사진=금호석유화학 제공


공정위는 박 회장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집단 금호석유화학의 동일인인 박 회장은 2018∼2021년 공정위에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자료를 제출하면서 지노모터스 등 4개사를 누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노모터스와 지노무역은 박 회장의 첫째 처남과 그 배우자·자녀들이 지분 100%를, 정진물류와 제이에스퍼시픽은 둘째 처남과 그 배우자·자녀들이 지분을 100% 보유한 회사여서 지정 자료에 포함됐어야 한다.

공정위는 박 회장과 금호석유화학㈜ 회장부속실, 지정자료 제출 담당자 모두 누락된 4개사의 존재를 오랜 기간 알고 있었던 점, 지분율만으로도 계열사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고려해 자료 허위 제출에 대한 인식 가능성이 상당했다고 판단했다.

박 회장 측은 공정위가 2021년 지정자료 제출 때 친족회사의 계열사 여부를 확인하라고 요청했는데도 내부 검토 후 정진물류를 은폐했다는 게 공정위 설명이다.

공정위는 일부 회사의 누락 기간이 6년에 달하고 이를 통해 공시 의무·사익편취 규제 등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 적용을 피한 점, 3000만원 상당의 중소기업 세제 혜택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중대성도 상당하다고 봤다.

민혜영 공정위 기업거래정책과장은 "지정자료 제출 의무를 이 정도로 경시하고 방기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계열사 누락 행위는 경제력 집중 억제 시책의 근간을 훼손한다"고 말했다.

민 과장은 "지노무역과 지노모터스는 광우병 사태 때 물대포를 제작·수출한 회사이고, 언론에 매우 나쁜 이미지로 보도된 적이 있다"며 "이 회사들이 금호석유화학 계열사라는 것이 드러나는 것을 원치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금호석유화학 측은 고의 누락이 아니며, 누락으로 인한 실익이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금호아시아나그룹과의 계열 분리 및 대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실무자가 법령상 계열사를 혼동해 누락한 것"이라며 "2017년 대기업 집단에 처음 지정되면서 담당자의 착각이나 실수가 있었고, 2020년에 바로 잡아서 다시 신고를 했는데 공정위에서 받아들여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계열사 관계를 허위로 제출하거나 은폐해서 얻을 이익도 없으며, 중소기업 세제 혜택 3000만원을 받으려고 허위 신고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또 "보통 다른 대기업 집단들이 계열사 신고 누락하는 케이스를 보면 대개 일감몰아주기를 하고 있거나 본사와 거래 관계가 있는 경우"라며 "저희는 업무 관련성이나 지분 및 업무적 거래 관계가 일절 없었기 때문에 일감 몰아주기·승계를 위한 계열사 은폐가 아니었다"라고 했다.

이밖에 공정위가 주장한 박 회장의 계열사 누락 인식 가능성에 대해서도 이견이 제기된다.

공정위는 회장 부속실에서 해당 친족들의 회사 정보가 관리됐다는 점을 주된 근거로 박 회장이 4개사를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그룹 총수 정도 되면 실제로 사돈에 팔촌까지 수 많은 친인척들의 상황을 모두 알 수도 없고, 연락처조차 모르고 이름도 모르는 사촌들도 많다"고 말했다.

한편 관련 의혹에 대해 금호석화는 "누락된 회사들은 금호석유화학 그룹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회사임을 공정위도 인정해 계열사에서 제외했다"면서 "회사는 재발 방지를 위해 전담 부서를 신설하고 인력을 보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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