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국민·부산, 가계·기업대출 금리인하, 인뱅도 인하 동참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을 연이어 방문하며, 대출금리 인하 등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대출금리 급등으로 이자상환이 버거운 국민들이 늘어나자, '이자장사' 등의 표현을 쓰며 구두개입에 나서는 것이다. 

은행권은 이 원장의 요구에 발맞춰 가계대출을 중심으로 대대적인 금리인하에 나서는 한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타깃으로 대출지원 프로그램을 꾸리는 모습이다. 

   
▲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은행권을 연이어 방문하며, 대출금리 인하 등 상생금융을 강조하고 있다./사진=류준현 기자


10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 원장은 전날 KB국민은행 본점을 찾아 소상공인과 가계대출 차주(대출자) 등과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달 23일 하나은행, 이달 8일 BNK부산은행에 이은 세 번째 은행 간담회다. 

당국은 이 원장의 방문을 금융소비자와 취약차주들의 애로사항을 듣고 은행권과 논의하는 자리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간담회에 발맞춰 대대적인 이자감면책을 발표한다는 점에서 이 원장의 방문이 사실상 이자사업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형국이다. 

이러한 이 원장의 행보는 윤석열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은행의 돈 잔치" 등의 발언 이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이 원장은 전날 "은행권의 대출금리 인하 노력이 일회성·전시성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업계의 노력이 지속가능한 형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금리로 차주 이자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은행도 상생을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며 "고객이 없으면 은행도 존재할 수 없는 만큼 고객과의 상생 노력이 지속돼야 은행의 장기 지속 성장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작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지는 금리 급상승 국면에서 은행들이 수십 조원에 달하는 이자수익, 그리고 그 중에서 증가된 부분만 해도 수조원에 달하는 것이 현실이었다"며 "은행이 과연 정당한 노력에 의해 획득한 것인지, 그 과정에서 금융소비자들이 발생한 이익 등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 지에 대한 모순적 상황에 대한 현상 진단이 있고, 거기에 눈높이를 맞추는 과정에 있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은행권은 이 원장의 압박과 당부에 발맞춰 취약차주 돕기에 나서고 있다. 우선 하나은행은 금융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대표 서민금융상품인 '햇살론15'에 '이자 캐시백 희망 프로그램'을 단행한 데 이어, 지난 2일 '새희망홀씨대출'의 신규 취급 적용금리를 최대 1%포인트(p) 인하했다. 

또 7일에는 코로나19로 큰 피해를 입었던 외식업종 자영업자를 돕기 위해 '이자 캐시백 프로그램'을 1년간 시행한다고 밝혔다. 다음달부터 본격 시행되며, 외식업을 영위 중인 개인사업자(나이스신용평가 CB 신용평점 779점 이하)라면 보유 중인 기업대출(최대 1억원) 잔액의 1%에 해당되는 금액(최대 100만원)을 1년동안 매월 나눠 하나머니로 돌려받을 수 있다. 

국민은행은 직장인 대상 신용대출에 금리를 0.5%p, 기타우대상품에 0.3%p 각각 인하한다. 주택담보대출은 일괄 0.3%p 인하한다. 지난 세 차례 금리 인하를 포함하면 최대 누적 1.35%p 인하하는 셈이다. 전세대출도 일괄 0.3%p 인하해 누적 1.85%p 인하하는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가계대출 금리 인하로 고객수 90만명(대출액 약 30조원 대상)이 연간 1000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국민은행은 예측했다. 

이달 중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 중인 취약계층을 돕기 위해 대출 갈아타기(대환) 용도의 'KB국민희망대출'도 출시한다. 대출 대상 고객은 제2금융권 대출을 보유한 근로소득자로, 타행 거래자도 이용할 수 있다. 또 대출자의 재직기간과 소득 요건도 최소화해 보다 많은 금융소비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이 상품에 5000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기업대출 금리도 인하한다. 국민은행은 △안심 고정금리 특별대출 △대출금리 인하 △대출이자 원금상환 △연체이자 인하 등으로 국내 1만 5000개 기업(대출액 3조 5000억원)이 연간 400억원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최근 에너지가격 상승 등으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 등 영세사업자에게는 공과금, 월 임대료 지원 등의 명목으로 연간 200억원씩 3년간 총 600억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이 판매 중인 주택·전세·신용대출 전 상품의 신규 대출금리를 인하한다고 밝혔다. 특히 새희망홀씨 대출금리를 최대 1.0%p 인하하고, △주담대 최대 0.80%p △전세대출 최대 0.85%p △신용대출 최대 0.60%p를 각각 인하한다고 밝혔다. 

다음달에는 기존 차주 중 저신용자(신용평점 하위 10%이하)를 타깃해 금리 인하에 나선다. 부산은행은 저신용 차주가 보유 중인 전세자금대출 및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0.50%p 일괄 인하할 예정이다. 아울러 제2금융권 대출을 이용 중인 고객을 대상으로 대환 목적의 'BNK 따뜻한 상생 대환대출'도 출시할 계획이다.

또 '코로나19 피해 영세소상공인 협약대출'의 기한을 연장하는 차주에게 기존 변동금리(연 6.30%)에서 고정금리(연 4.90%)로 변경해 실질 이자부담을 낮춰줄 계획이다. 이와 함께 부산신용보증재단이 70억원을 특별 출연해 연내 총 2577억원 규모의 소상공인 대상 보증서 대출도 확대 시행할 예정이다.

은행업 혁신을 이끌어달라고 주문한 인터넷은행도 금리인하에 나서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일 1조 5000억원 규모의 전월세보증금 대출 특판을 내놨다. 특별 금리인하 적용으로 이 상품 최저금리는 연 3.42%로 조정됐다. 이와 함께 카뱅은 지난 6일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금리도 최대 0.4%p 인하한다고 밝혔다. 상품 금리는 최저 연 4.68%에서 연 4.28%로 낮아졌다. 

케이뱅크는 아파트담보대출의 한도와 대상 고객군을 확대한 데 이어, 전날 이 상품 고정금리를 0.22%p 인하해 연 4.2~5.2%로 하향조정했다. 

한편 이 원장은 상생금융 행보를 이어갈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이 원장은 조만간 신한은행 외에도 대구·경북지역 대표 은행인 DGB대구은행 등을 방문할 예정이다. 이들 은행도 이 원장의 당부에 발맞춰 대출금리 인하에 나설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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