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방송 국민 가슴에 못질…‘뿌리 깊은 미래’ 등에 이은 악재

   
▲ 조우석 문화평론가
지난 14일 방영된 KBS-2TV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코너가 문제 많다는 지적을 듣는 순간 뭔가 짚이는 게 없지 않았다.‘무늬만 공영방송’이지만, 주인 없이 굴러가는 이 방송에서 정치풍자의 이름 아래 얼마든지 장난을 쳤을 개연성이 꽤 컸다.

다시보기를 통해 '민상토론'을 들여다본 결과 이건 정말 아니다. 재난주관방송이라는 KBS가 또 한 번 대형사고를 친 게 분명하다. 현재 메르스 감염 확진자가 150명이고 16명 사망이라면, 재난은 재난이다. 이런 와중에 정부를 때리고, 반국가를 외치는 게 과연 정치풍자 맞는가? 그건 방송 아닌 선동이고, 풍자가 아닌 탈선이다.

그리고 이런 저열한 프로를 통해 공권력과 국가에 대한 시청자들의 눈먼 분노를 부풀리는 게 KBS가 할 짓인가라는 의구심도 피할 수 없다. 시각과 접근방식에서 ‘민상토론’의 문제는 수두룩하지만, 우선 세 가지가 걸린다.

대통령은 능멸하고 박원순은 치켜세우고

첫째 뜬금없는 박원순 띄우기다. 방송 중 패널로 등장하는 개그맨 둘 중 하나가 했던 말을 듣는 순간 귀를 의심했다. “아버지가 능력이 없어서 엄마가 돈을 버십니다.”이게 뭔 뜻이지? 박근혜 대통령은 메르스 대응에 실패했다고 규정하고, 심야회견을 자청했던 호들갑 시장 박원순은 썩 잘했다는 단언이다. 대통령을 능멸하고 특정 정치인에 호감을 표시하는 장난이 불썽 사나웠던 대목이다.

둘째 메르스와 세월호를 직접 연결시키는 대목인데, 역시 가슴 철렁했다. “정부는 잘하고 있으니 국민은 가만히 있으라고 합니다.” 개그맨들은 중간에 그렇게 말했다. 세월호 선내방송을 패러디한 것인데, 얼빠진 야당의 대변인 정도가 할 법한 수준의 정치공격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대놓고 한 경우다.

셋째 사회자 격인 개그맨의 마지막 멘트야말로 그날 도를 넘은 정치풍자의 끝을 달렸는데 앞으로 거듭 논란이 될 게 분명하다. 멘트는 이렇다. “국가의 기본적 임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것인데, 그것도 못하는 정부의 무책임에 분노를 갖거나 국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갖게 됩니다.”이런 게 풍자인가? 코미디 프로에서 대놓고 생경하기 짝이 없는 선동적 정치언어를 왜 늘어놓는가?

이런 반정부-반국가 선동의 등장은 우연일 리 없다. 대본작가와 담당PD가 작심하고 넣은 멘트가 분명하다. 그들은 이런 걸‘민상토론’코너의 주제의식이랍시고 설정됐으리라. 그리고 기회에 한 건을 했다며 스스로 자랑스러워했을 지도 모른다.

   
▲ 국민의 방송 KBS의 반정부·반국가 선동이 도를 넘고 있다. 지난 주말 개그콘서트 민상토론에서는 메르스를 놓고 대통령 비하와 박원순 시장 띄우기,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웃음거리로 만들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KBS 개그콘서트 '민상토론' 영상캡처
“정부 무책임에 분노, 국가에 근본적 의문”발언 논란

경악스럽다. 이런 질 낮은 프로그램에 노출된 시청자들은 풍자와 정치공격 사이를 구분 못한다. 그러니 “힘없는 국민을 위해 노력하는 KBS에 박수를 보낸다”, “9시 뉴스 프로보다 시원했다”는 식의 엉뚱한 반응이 속출한다. 저들은 이 칼럼을 포함한 ‘민상토론’비판을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고 펄펄 뛸 것이다.

정말 걱정은 또 있다. 왜 국가기간방송이라는 KBS에서 이런 식인가? 정부를 때리고 조롱하는 게 쿨하다고 믿는 코미디 대본 작가와, 풍자가 뭔지도 모르는 무책임한 담당 PD와 CP가 똘똘 뭉치면 이런 허접한 코미디가 등장한다.

사장 조대현 체제의 KBS 풍토가 꼭 그렇다. 시청자들은 KBS 내부가 얼마나 허술한지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지난 1년 내외 그래서 잊을만 하면 대형사고를 쳐왔던 게 이 방송이다. 그래서 이 방송사는 국가기간방송이 아니라 애물단지방송에 불과하다. 이 프로의 잘잘못은 방통위가 따지고 시청자위원회 등에서 별도로 검토해야 하겠지만, 이날 실수로 KBS의 오랜 꿈은 날아갔다.

지난 한 달 전부터 KBS는 수신료현실화를 목표로 전면적인 캠페인에 들어간 상태인데, 국민을 상대로 겁을 주며 돈까지 더 뜯어내려 하는 방송사를 누가 과연 신뢰할까? 최소한 올해 1년은 시청료 인상 타령은 공염불에 그칠 것이다.

사실 지난 해 세월호 사고 때 선동언론의 악명과 함께 ‘괴벨스 방송’소리를 들었던 KBS는 올해 초에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더 나빠졌다. 반대한민국의 편향된 다큐로 지목됐던 광복절 다큐‘뿌리 깊은 미래’가 그랬다. 7부작 다큐멘터리 ‘슈퍼 차이나’역시 노골적인 친중 사대주의로 호된 비판을 받았다.

거기에 결정적으로 지난 3월 내놓았던 이른바 ‘공정성 가이드라인’이 논란을 빚었다. 잘라 말해 이 문건은 방송법이 규정하고 있는 정치적 중립 의무를 무시한 채 선동방송에 매달리겠다는 선언에 다름 아니었다.

공정성에 대한 개념 규정을 ‘진실 추구’가 아닌, 섣부른 ‘정의 추구’로 변경하고, “사회적 약자의 편이 되어야 한다”는 별도의 규정이 문제였다. 철 지난 지금도 386세대 식의 정의를 부르짖고, 사회적 약자를 편들겠다고 설치는 게 KBS의 고약한 풍토다.

이런 환경에서 끝내 개콘 사고 같은 게 뻥뻥 터지는 것이다. 국민이 납득할만한 개혁 작업 없이 이런 사고는 앞으로 더욱 더 빈발할 것도 분명하다. 그리고 이번 사고로 날아간 것은 시청료 인상만이 아니다.

올해 11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조대현 사장이 품고 있는 연임의 꿈도 확실히 날아갔다. 결정적 변수가 없는 한 당신은 연임의 헛꿈은 버리는 게 좋다. 왜 그 자리에 앉아있는 지 모른 채 1년을 버텨오던 당신이 해온 일을 우리는 알고 있지만, 이번 개콘 사고는 또 한 번 정을 떼는 과정이었다. 굿바이 조대현! /조우석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