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민 커뮤니게이션 부재·낙후된 관료 시스템이 문제

   
▲ 황근 선문대 교수
‘메르스’ 사태로 흉흉해진 요즈음 사람들 사이에 자주 회자되는 말이 있다. ‘이 정부는 지지리도 복도 없다’는 말이다. 작년 1년을 ‘세월호’와 함께 침몰하더니, 올해는 ‘메르스’ 날벼락을 맞고 있다.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인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메르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 모두 현 정부 책임이라고 할 수도 없고, 이전 정부에 있었던 이보다 더 큰 사건들은 생각보다 쉽게 넘어갔던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 두 사건은 정부가 왜 있어야 하고 특히 유능한 정부가 왜 필요한가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우선 서로 다른 사건인 것 같지만 이 두 사건은 원인과 확대되는 과정이 거의 동일하다. ‘세월호 침몰’이 해운업계와 오랫동안 부패 고리를 형성해왔던 관피아에서 비롯되었다면, ‘메르스’는 기본적인 방역업무조차 소홀히 해 온 보건관료들의 무사안일이 원인이었다. 때문에 이 두 사건은 한국사회의 낙후된 관료시스템과 관료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월호 침몰’ 직후 ‘한국사회는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누어질 것’이라고 했던 대통령의 단호한 발언이 지금도 생생히 기억난다. 필자에게는 오랜 기간 부패하고 무사안일하게 안주해왔더 공직사회를 개혁하겠다는 의미로 들렸다. 물론 지금까지도 한국사회는 여전히 ‘관피아 천국’에서 벗어나지도 관료들의 복지부동도 크게 변한 것 같지 않다. 솔직히 작금의 ‘메르스 사태’는 정부의 위기관리 시스템이나 공직자들의 복무기강이 바닥 수준이라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사건 발생이후 대처능력이 낙제점이라고 하는 점이다. ‘세월호 침몰’ 이후 우왕좌왕했던 정부의 무능력한 대응조치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사망자·감염자 숫자는 물론이고 누가 주도적으로 나서 어디서부터 어떤 조치를 해야 하는지 조차 아무도 모르고 있는 것은 작년이나 올해나 변함없다. 여기에 위의 지시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도 여전히 한결같다. 그러니 국민들의 정부에 대한 불신과 위기의식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 ‘세월호 침몰’이 해운업계와 오랫동안 부패 고리를 형성해왔던 관피아에서 비롯되었다면, ‘메르스’는 기본적인 방역업무조차 소홀히 해 온 보건관료들의 무사안일이 원인이었다. 때문에 이 두 사건은 한국사회의 낙후된 관료시스템과 관료에서 비롯된 것이다. 사진은 메르스 감염 진원지로 떠오른 서울삼성병원의 폐쇄된 응급실./사진=연합뉴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결정적인 원인은 위기 발생시 정부과 국민을 연계하는 커뮤니케이션 부재라 할 수 있다. 사건 발생 한참 후에나 나오는 정부발표, 그것도 현실과는 괴리가 큰 부정확한 정부발표들이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세월호’ 때와 마찬가지로 ‘메르스’ 역시 수많은 유언비어들이 SNS를 중심으로 급속히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이론적으로 유언비어는 정부의 정확한 정보제공이 부족한 정도에 비례한다. 때문에 ‘메르스’ 관련 온갖 괴담들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잘못된 사이버문화보다 정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에 더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 커뮤니케이션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세월호’나 ‘메르스’처럼 긴급사태 발생시 가장 중요한 것은 이에 대처하는 중심에 누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마치 전시 중에 커뮤니케이션 핵은 전투를 책임지는 야전사령관인 것처럼. 더구나 대통령을 중심으로 ‘나무가지형(tree and branch)’으로 일사분란하게 구성되어 있는 우리 정부체계 특성상 이런 위기에 대응하는 주체는 대통령이 되어야만 한다. 때문에 지금처럼 전지적 혹은 평론가적 관점에서 사건에 대응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이 정부 들어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대형 사건들의 파장이 국가를 마비상태에 빠지게 만드는 원인은 좀처럼 개혁되지 않고 있는 관료시스템과 정부의 대국민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부재인 것이다. 어쩌면 이 문제는 지금 정부만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고, 이를 개혁하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대통령으로 기억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지금이라도 두 개혁을 시작해야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황근 선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