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부동산 관련 리스크 평가…"올해 집값 더 떨어질 것"
집값 하락기대 10개월 지속·갭투자자 매도 가능성 증가 등
전문가 "거래량 회복·하락폭 둔화…연착륙 가능성 높아"
[미디어펜=김준희 기자]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 경착륙 가능성에 대해 경고등을 켰다. 집값 하락기대 심리를 비롯해 높아진 금리로 인한 매물 증가 등을 고려한 분석이다. 다만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거래량 증가 등 시장 회복세가 두드러지는 만큼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시각이다.

   
▲ 한국은행은 지난 9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올해 주택가격이 추가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9일 발간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부문 관련 리스크 평가’를 발표했다.

보고서에서 한국은행은 올해 집값이 더욱 떨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은행은 “높아진 금리수준과 주택가격 하락기대, 주택경기 순환주기 등을 고려할 때 올해 주택가격은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부동산 관련 기관에서도 올해 주택가격이 3~5% 정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의 집값 하락 전망 근거는 우선 주택가격 하락기대 심리 지속성이다. 국면전환 모형에 의하면 주택가격 하락기대 국면은 약 10개월 더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주택가격 기대심리의 높은 지속성을 고려할 때 앞으로 주택가격 하락기대 심리가 상당 기간 이어지면서 주택가격 하방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근거는 매매·전세가격 동반 하락으로 인한 주택경기 둔화 및 디레버리징 심화다.

그간 소득 증가보다 빠른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해 주택 구매 시 이른바 빚을 활용하는 레버리지(차입투자) 활용이 확대돼왔다. 그러나 이에 따라 주택가격 및 가계대출 금리 민감도가 커지면서 주택가격 조정과 함께 빚을 갚아 차입비율을 낮추는 디레버리징이 함께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최근 매매·전세가격 동반 하락으로 전세가율 하향 추세가 지속되면서 호황기 갭투자에 나섰던 임대인들이 이자 및 전세금 반환 부담 증가로 매도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러한 물량들이 시장에 쏟아질 경우 주택가격 하방 압력이 더욱 높아진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매매가격이 기존 임대차 계약 임대보증금보다 낮아질 경우에는 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임차인들의 리스크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세수요 위축은 레버리지를 활용한 주택매수 유인 감소, 전세자금대출 잔액 축소 등을 통해 가계부채 디레버리징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 수장인 이창용 총재 또한 ‘부동산=불패’라는 인식에 관해 경고장을 날렸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열린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부동산 대마불사, 부동산 투자는 꼭 성공한다는 생각이 잡혀있는데 고령화 등을 고려할 이 과거 트렌드가 미래에도 계속될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시장에 관해 부정적 전망을 쏟아낸 가운데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의 경고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는 의견이다.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대화했을 때의 전망일뿐, 현재로써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갭투자 물량이 시장에 나올 경우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분석인데 해당 갭투자자의 의도가 실거주인지, 단기 투자인지 불분명하다는 것부터 맹점”이라며 “갭투자자가 증가한 2020~2021년은 다주택자 대출이 막힌 시기였고, 최근 정부가 규제 완화를 통해 대환 대출을 용이하게 바꾸는 상황에서 유동성 문제로 인해 갭투자자가 매물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가정은 와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1~2년 사이 유입된 갭투자자들은 무주택자 내지는 1주택자가 대부분인 만큼 이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는 것은 최후의 보루”라며 “올해 들어 주택 거래량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고 매매가격·전세가격 하락폭도 둔화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가능성이 좀 더 높아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윤 리서치팀장은 “이달 들어서는 다주택자 대출 규제도 완화되면서 가수요가 들어올 여지가 생겼다”며 “청약시장도 서울 중심으로 개선되는 분위기가 보이는 등 잠재돼있는 주거 이전·내 집 마련 수요가 일부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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