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 야구대표팀이 일본에 참패를 당했다. 민망할 정도의 실력차를 드러내며 간신히 콜드게임 패배만 면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0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B조 2차전 일본과 경기에서 4-13으로 맥없이 졌다.

전날(9일) 호주와 1차전에서 충격적인 패배(7-8)를 당했던 한국은 2연패에 빠졌다. 이로써 한국은 2라운드 진출이 사실상 힘들어졌다. 남은 체코, 중국과 2경기를 모두 이겨도 조 2위 안에 들어 8강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다. 2013, 2017년 대회에 이어 WBC 3연속 조기 탈락의 수모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일본은 첫 경기 중국전 8-1 승리에 이어 2연승을 거두며 조 1위로 나서 8강행을 예약했다.

한국이 이날 잘한 것이라고는 일본 선발투수 다르빗슈 유를 양의지의 홈런 등으로 공략해 먼저 리드를 잡았다는 것, 그리고 역전 당해 일방적으로 밀리면서도 콜드케임을 당하지 않았다는 것 뿐이었다.

   
▲ 사진=WBC 공식 SNS


투타 모두 한국이 뒤졌다. 한국 투수진은 일본 타선에 13안타(1홈런)를 두들겨맞았고 4사구도 9개나 내줬다. 반면 한국 타자들은 6안타(2홈런)밖에 못 쳤고 볼넷도 1개만 얻어냈다.

한국은 선발 김광현이 2이닝 4실점으로 무너지며 초반 잡은 리드를 일본에 빼앗겼다. 이후 등판한 원태인(2이닝 1실점), 곽빈(⅔이닝 1실점), 정철원(⅓이닝 1실점), 김윤식(0이닝 3실점), 김원중(⅓이닝 1실점), 정우영(⅔이닝 무실점), 구창모(⅓이닝 2실점), 이의리(⅓이닝 무실점), 박세웅(1⅓이닝 무실점)까지 투수 10명을 쏟아부었지만 일본 타선을 감당하지 못했다.

일본은 선발 다르빗슈 유가 3이닝 3실점(2자책)으로 기대에 못 미쳤다. 하지만 이마나가 쇼타(3이닝 1실점)가 박건우에게 솔로홈런 한 방을 맞은 외에는 잘 던졌고, 우다가와 유키(1이닝), 마쓰이 유키(1이닝), 다카하시 게이지(1이닝)가 무실점 계투하며 역전 승리를 지켰다.

한국 타선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타자는 양의지였다. 다르빗슈를 상대로 선제 투런포를 날려 전날 호주전 3점포에 이어 2경기 연속 홈런을 때려 장타력을 과시했다. 이정후가 3타수 2안타로 유일하게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타점 1개를 올려 타격 재능을 뽐냈고, 박건우가 솔로홈런 한 방을 날렸다. 강백호의 2루타, 최정의 안타가 하나씩 있었지만 나머지 타자들은 모두 침묵했다.

일본은 요시다 마사타카가 3안타 5타점, 곤도 겐스케가 솔로홈런 포함 2안타 3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전날 중국전에서 선발투수 겸 지명타자로 눈부신 투타 활약을 했던 오타니 쇼헤이는 3번 지명타자로 나서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이름값을 해냈고, 라스 눗바와 오카모토 가즈마도 멀티히트를 때리는 등 타선이 고루 터졌다.

한국이 먼저 점수를 뽑아냈다. 3회초 강백호의 2루타에 이어 양의지의 2점홈런이 터져나오며 리드를 잡았다. 김하성이 상대 실책으로 살아나가자 이정후가 적시 2루타를 때려 3-0을 만들었다.

한국이 기분을 낸 것은 딱 여기까지였다. 2회까지 완벽한 피칭을 하던 김광현이 3회말 곧바로 연속 볼넷을 내주며 흔들리더니 눗바, 곤도(2루타)에게 잇따라 적시타를 맞고 3-2로 추격을 당했다. 

위기를 느낀 이강철 감독은 급히 원태인을 구원 투입했지만 불을 끄지 못했다. 오타니를 고의4구로 내보내 만루를 채웠는데, 원택인이 1아웃을 잡은 후 요시다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3-4 역전을 허용했다.

한국이 5회초 2사 2,3루 찬스를 잡고도 박병호가 뜬공으로 물러나자 이후는 일본의 일방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5회말 곤도가 원태인을 솔로포로 두들겼고, 오타니가 바뀐 투수 곽빈으로부터 2루타를 뽑아낸 뒤 희생플라이로 득점까지 올렸다. 점수는 3-6으로 벌어졌다.

6회초 박건우의 솔로포로 한 점을 만회해 잠시 추격 희망을 가졌지만 6회말이 한국에는 악몽이었다. 정철원이 나가노 다카무에게 우익선상 3루타를 맞고 강판된 다음 등판한 김윤식은 3연속 4사구로 밀어내기 점수를 내줬다. 이어 투입된 김원중, 정우영도 계속 적시타를 맞으며 추가 실점이 계속됐다. 6회말에만 5실점하며 4-11로 뒤져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한국은 7회말에도 구창모, 이의리가 스트라이크도 제대로 던지지 못하는 제구 난조로 안쓰러운 장면만 연출하며 추가 2실점해 4-13까지 점수 차가 벌어졌다. 한 점만 더 내줬다면 콜드게임패(7~8회 10점 차) 수모를 당할 수 있는 위기에서 그나마 박세웅이 7회 2사 후 등판해 나머지 이닝을 실점 없이 버텨준 것은 다행이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가라앉자 한국 타선은 경기 후반 파이팅도 사라지면서 철저히 침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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