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제3자 변제’ 징용 판결 해법 발표 뒤 한일 정상회담 결정
“포괄적 사죄·자발적 기여” 日전범기업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참석
3월 한일·4월 한미·5월 한미일 정상회담, 3국 밀착행보 가속화 행보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에 대해 우리측 재단을 통해 ‘제3자 변제’ 방식으로 해결하겠다고 발표한 직후 윤석열 대통령의 방일 및 한일 정상회담이 결정됐다. 정부 해법을 발표한 박진 외교부 장관은 “대승적 결단을 내렸다”며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에 따라 물컵은 더 채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기시다 후미오 일본총리를 만나 ‘셔틀외교 복원’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양국관계를 알리는 선언이 나올지 주목된다. 또 이 선언에 징용 해법에 대한 일본측의 호응 조치가 담겨 나머지 ‘물컵 반잔’이 채워질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앞서 정부가 밝힌 해법은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재단의 조성금으로 2018년 대법원 확정판결로 승소한 피해자, 즉 원고들에게 판결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본의 ‘포괄적 사죄’ 및 ‘자발적 기여’라는 호응조치에 대한 한일 간 합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한국정부의 발표 이후 1시간만에 참의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의 질의에 답하는 형식으로 ‘포괄적 사죄’에 해당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1998년 10월 발표한 일한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는 것을 확인한다”고 밝혔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과 오부치 게이조 일본 총리 간 공동선언을 말한 것으로 일본측의 ‘통절한 반성과 진심어린 사죄’란 표현이 포함돼 있다.

또 하야시 외무상은 일본 전범기업의 ‘자발적 기여’ 부분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이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 고위관계자는 “일본정부가 반대하지 않겠다고 표현한 것”이라며 “앞으로 어떤 조치가 양국 재계에서 이뤄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정부의 해법 발표에 대해 일각에선 수개월간 이어온 한일 간 협상에서 한국이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외교부는 이번 발표에 대해 ‘협상에 따른 합의’가 아니고, 그동안 한일 정부는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협의해왔다는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9일 윤 대통령의 방일 계획을 발표하면서 “일본정부의 초청에 따라 16~17일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다”며 “이번 방문으로 12년간 중단됐던 한일 양자 정상교류가 재개되며, 이는 한일관계 개선과 발전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이어 “윤 대통령의 이번 방일을 통해 한일 양국이 과거의 불행한 역사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안보, 경제, 사회문화의 다방면에 걸친 협력이 확대되고, 양국 국민간 교류가 한층 활성화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캄보디아 프놈펜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2.11.13./사진=대통령실

윤 대통령의 방일과 관련해선 2011년 12월 이명박 대통령의 방일 및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 정상회담 이후 양자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12년만에 이뤄졌다는 의미가 있다. 올해 기시다 총리의 방한까지 성사되면 한일 양 정상이 매년 상대국을 찾던 ‘셔틀 외교’가 복원되는 것이다.

이와 함께 2018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 이후 일본정부가 한국에 대해 단행했던 수출규제 조치 해제 및 한국의 ‘화이트 리스트’ 복원, 한일 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정상화 문제가 어떻게 해결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특히 16일 한일 정상회담 및 한일 정상의 만찬에 이어 17일 한일 기업인이 함께 만나는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행사도 열릴 예정이어서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 등 대법원 판결의 피고기업들이 한국측 재단에 배상 참여 등을 언급할지도 주목된다. 

다만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10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이와 관련해 “피고기업의 재단 참여가 단기간 내 있을 것으로 예상하지 않고 있다”며 “다만 문이 열려 있고, 일본정부도 민간기업의 기부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다고 천명했고, 한일관계가 진전되면서 장기적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한국의 전국경제인연합회와 일본 경제단체연합회가 논의 중인 미래기금 조성 과정에 피고기업들이 참여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가 이번에 셔틀 외교 복원을 선언하면서 이에 걸맞은 새로운 선언을 내놓을지 주목되는 이유는 앞서 하야시 외무상이 계승 의지를 표명한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 때문이다. 이 선언에는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기 위해 정상간 긴밀한 상호 방문 및 협의를 유지·강화하고 정례화하며, 각료급 협의 강화, 의원간 교류 장려, 양국간 문화·인적교류 확충 등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한편, 윤 대통령은 3월 방일로 한일 정상회담을 개최한 이후 다음달인 4월 미국을 국빈방문해서 2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이후에도 5월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초청받아 이곳에서 한미일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정부가 강제징용 해법 발표 및 3월 한일 정상회담 개최를 속전속결로 추진해온 이유는 ‘한미일 3각 공조’ 강화를 위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고조되는 것은 물론 최근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이끄는 중국과 미국 간 전략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미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에 새로운 ‘한미일 확장억제협의체’ 창설을 타진했다는 일본언론 보도도 나오는 등 한미일 3국의 밀착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한편, 정부의 징용 해법에 대해 우리국민들의 생각은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 ‘한일관계와 국익을 위해 찬성한다’는 응답이 35%, ‘일본의 사과와 배상이 없어 반대한다’는 대답이 59%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기업들이 피해자에게 직접 배상하는 대신 미래세대지원단체에 기부금을 낸다고 할 경우에 대해 ‘배상한 것으로 보겠다’는 응답은 27%였고, ‘그렇지 않다’는 대답은 64%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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