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국가위신 위해 모범 보이자"  기업 "국가 위신도 실익 있어야"

[미디어펜=고이란 기자] 경제계가 한자리에 모여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정책에 대해 반박했다.

16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한국철강협회,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등 33개 경제단체와 발전·에너지업종 38개사가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정부의 ‘Post 2020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한 의견을 발표했다.

경제계는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1안보다 줄여야한다고 주장했다. 제1안 조차 2030년 실질 GDP의 0.22%를 감소시키며 감축수단으로 제시된 방안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 박찬호 전경련 전무가 16일 여의도 전경련회관 컨퍼런스 센터에서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목표에 대해 하향조정을 요구하는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고이란 기자

정부가 제시한 최신 기술들은 이미 철강, 석유화학, 반도체 등 산업현장에서 대부분 적용해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을 달성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업종 에너지 효율을 국제적으로 비교했을 때 철강분야(조강 1톤을 생산할 때)에서 한국의 에너지 수준은 100으로 일본 104, 호주 106, 미국 118보다 낮았다. 에너지 수치가 낮을수록 에너지 효율이 높다.

원전 비중 확대와 이산화탄소 포집·저장기술(CCS) 활용은 안전성과 고비용 문제로 국민적 합의가 전제되어야 하므로 실제 감축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일 정부는 2020년 출범할 국제사회 신기후 체제와 관련해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와 감축 목표를 발표했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을 경우 2030년 온실가스 배출전망치가 8억5060만t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전망치의 ▲14.7%(1안) ▲19.2%(2안) ▲25.7%(3안) ▲31.3%(4안)를 줄이는 4개의 감축 시나리오 중 하나를 택해 이달 중으로 유엔(UN)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경제계는 정부의 과도한 감축 목표와 함께 감축 계획서를 유엔(UN)에 제출하는 시기도 너무 이르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한 개도국이나 제조업의 신흥 강국들이 어떻게 제출할 것인지를 살펴본 다음 그 이후에 제출해도 늦지 않다는 입장이다.

경제계는 충분한 논의를 거쳐 9월에 제출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정부에 건의했지만 정부·환경부·외교부는 국제적 위신을 생각해 솔선수범해서 온실가스 감축안을 제출하겠다고 정한것 같다고 전했다.

박찬호 전국경제인연합회 전무는 “국가적인 위신도 실익을 챙긴 다음에 찾아야 하는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 산업상황을 고려해 이산화탄소 수치 줄이기가 아니라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고 지적했다.

경제계는 또 정부가 2030년 감축목표를 확정 한 뒤 1차 계획기간(2015~2017년)에 할당된 배출권에 대한 추가할당과 재할당이 즉시 이뤄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재 할당된 배출권은 할당대상 업체들의 신청량에 비해 절대적으로 부족해 막대한 과징금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전경련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할당권 배출권과 관련해 업체들의 피해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개넘는 업체가 할당량을 견디지 못해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며 외국인 투자 업체들이 한국의 투자를 유보하고 공장을 옮기겠다고 요청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경제계는 현재 이와 관련된 소송 16건이 진행되고 있으며 2030년 감축목표가 수정되고 1차 계획기간에 배출권도 재할당 되면 그때 소송을 취하할 것인지 확대할 것인지 시작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박 전무는 “2030년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감축 수단의 적용 가능성, 국가경제 영향 등을 충분히 고려해 실제 달성 가능한 수준에서 제시돼야 기업, 국민, 국가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