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임창규 기자] 올 상반기 국내 10대 건설사의 총 수주액이 50조원을 밑돈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경기 호조로 재개발·재건축 수주 물량이 늘고 신고리 원전 5·6호기 등 대형 공사 발주가 이어지며 국내 수주에서 비교적 선전했지만 저유가 여파로 해외 수주 실적이 극도로 부진했다.

16일 삼성물산·현대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대형 건설사의 올해 상반기 수주 실적을 집계한 결과 총 47조4205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이들 10개사의 올해 총 수주 목표액인 110조4400억원의 42%선에 그친 것이다.

부문별로는 국내 공사 수주액이 30조6410억원으로 전체 수주 실적의 64.6%를 차지했다. 과거 10대 건설사의 평균 수주·매출 구조가 해외 부문이 절반 이상을 차지해오던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올해 국내 부문의 수주 비중이 커진 것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폐지·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유예 등 규제 완화와 주택시장 호조로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 사업 추진이 활발했기 때문이다.

또 대형 건설사끼리 맞붙은 1조1775억원 규모의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와 3조5000억원에 이르는 에쓰오일 울산 온산공단 플랜트 공사 등 대형 프로젝트가 발주되면서 국내 수주가 증가했다.

반면 해외 수주액은 16조7795억원으로 전체 수주물량의 35.4%에 그쳤다.

국내 건설사의 수주 텃밭인 중동 산유국들이 저유가 영향으로 공사 발주를 연기하거나 이미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곳도 계약 체결을 미루면서 신규 수주에 타격이 컸다.

이에 따라 업체별 수주금액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공능력평가 6위의 GS건설은 6월 현재까지 8조5748억원의 공사를 따내 업계 1위를 차지했다. 이 회사가 연초 수립한 올해 수주 목표액이 11조85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반기에만 벌써 72.4%를 달성한 것이다. GS건설은 지난 1∼2년 사이 중동 등지에서 수행한 해외 플랜트 공사의 대규모 적자로 어려움을 겪은 뒤 올해 국내 주택사업 수주에 '올인'했다.

그 결과 서울 강동구 고덕 주공6단지·행당 6구역 재개발 등 도시정비 사업에서만 상반기 수주총액의 40%선인 3조3845억원을 따내 이 부문에서도 수주 1위를 차지했다.

GS건설은 해외에서도 2조9615억원을 챙겨 상반기 해외 수주 2위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처음 시공능력평가 '톱 10'에 진입한 현대엔지니어링은 6월 현재까지 7조5946억원을 수주해 10대 건설사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해외 플랜트 사업이 주력인 현대엔지니어링은 올해 상반기 해외에서 5조4864억원(72.2%)의 공사를 수주해 해외 수주 부문 1위에 올랐다.

상위권 건설사들의 주력시장이 최근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은 중동인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투르크메니스탄에서 가스액화처리 공장(35억2200만 달러)과 정유공장 현대화 프로젝트(8억8200만 달러) 등의 대형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는 '탈중동' 전략으로 양호한 실적을 달성했다.

3위는 대우건설로 5조1653억원을 수주했다.

국내 단일 플랜트 공사로는 최대 규모인 3조5000억원의 에쓰오일 울산 제2공장을 대림산업과 공동 수주하면서 국내 수주에서만 총 5조117억원을 따냈다. 이는 상반기 총 수주액의 97% 수준이다. 반면 해외 수주액은 1천536억원로 전체 수주의 3%에 그쳤다.

시공능력 평가 1위인 삼성물산은 올해 발주된 공공공사 중 가장 큰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 수주에 성공하면서 총 5조1216억원을 수주했고, 재개발·재건축 등 국내 공사로만 4조5천229억원을 따낸 롯데건설이 총 수주액 4조784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어 대림산업(4조3675억원), SK건설(3조6300억원), 포스코건설(3조4589억원), 한화건설(3조225억원) 등 순으로 수주금액이 많았다.

중동 해외 플랜트가 강점인 대림산업은 상반기 국내 수주액이 4조36억원으로 전체의 91.7%를 차지한 반면 저유가 영향 등으로 해외에서는 미국 한국타이어 공장 등 3639억원을 수주하는데 그쳤다.

포스코건설도 상반기 국내 수주액이 3조4589억원(89.2%)으로 해외 수주(10.8%)를 압도했다.

이에 비해 한화건설은 2조3000억원 규모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기반시설 공사 수주에 힘입어 국내·외에서 총 3조225억원의 공사를 따내며 상반기에만 올해 수주목표치(5조원)의 80% 가까이를 달성했다.

건설 수주실적 부동의 1위를 지켜온 현대건설은 올해 상반기 10대 건설사 중 가장 적은 1조7010억원을 수주하는데 그치며 국내·외에서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올해 수주목표액인 16조5900억원의 10.3%에 불과한 초라한 성적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저유가 등의 여파로 올해 쿠웨이트 신규 정유공사 등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대형 공사의 계약이 지연되고 있고, 입찰 준비 중이던 플랜트 공사 등의 발주가 취소되면서 수주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며 "하반기에는 해외에서 대형 공사 수주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돼 상반기의 부진을 어느 정도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건설사들은 하반기 발주되는 해외 공사 입찰에 적극 참여하면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국내 사업 수주에 더욱 중점을 둘 계획이다.

GS건설 관계자는 "해외는 리스크가 커 수익성이 있는 프로젝트 위주로 선별 수주한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공통적인 수주 전략"이라며 "대신 호황기를 맞고 있는 주택과 안전한 국내 공사 위주로 수주 물량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