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일본학회 긴급 토론회…“대통령이 직접 피해자 보듬어야” 지적
“‘하야시 망언’처럼 日측 일방적 승리로 자평해선 관계 개선 힘들어”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제3자 변제’라는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해법이 발표되면서 일본 매체들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으로 모든 피해 배상이 끝났다는 입장이 고수됐다”고 만족해하면서도 “한국이 이번 결정을 다시 뒤집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는 평가를 스스로 내리면서 또다시 한국이 입장을 번복할 수 있다고 경계하는 일본측의 태도에 대해 이번 해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앞으로 일본의 태도에 달렸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현대일본학회가 13일 개최한 ‘강제징용 해법의 평가와 의미’ 긴급 토론회에서 최희식 국민대학교 교수는 “한일 간 승패의 시각으로 볼 것이 아니라 이제부터 일본이 과연 얼마나 성실하고 발 빠르게 대응할지 여부가 징용 해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최 교수는 “일본이 새로운 사과를 하지 않을 것이라면 기존 사과를 재언급해야 한다”며 “그저 역대 정부의 선언을 계승하겠다는 그 표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 현대일본학회가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제징용 해법의 평가와 의미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하고 있다. 2023.3.13./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면서 “무엇보다 돌발변수를 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강제동원은 없었다’는 일본 외무상의 망언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번 해법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의 성실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최 교수는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피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의 경우 매년 실태조사를 하고 있다. 개개인의 상황을 살펴서 그에 맞는 정부의 조치가 취해진다”고 설명하며 “징용 피해자에 대해 실태조사가 전혀 안 되고 있는데, 지금부터라도 실태조사를 진행해서 정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해법 발표 배경과 관련해 ‘국익’이나 ‘한미일 협력’ 문제가 언급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하고, 2018년 대법원 판결에 따른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내 자산 현금화 조치가 힘든 현실적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부의 발표는 제목처럼 대법원 판결 문제에 대한 해법”이라며 이번 문제를 한일 간 풀 수 없었던 배경에 대해 “대법원 판결문에 나오는 ‘일제의 불법적 식민지배’에 대해 한일 간 인식차가 좁혀지지 않았고, 판결금 충당을 위해서는 현금화 조치가 필요한데 이를 위한 전범기업의 국내 자산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최 연구위원은 “현금화할 자산이 없다는데 피해자들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지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며 “피해자들 가운데 판결금을 받고 싶어하는 분들은 더 이상 자식들에게 이 고통을 물려주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그분들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할 때 힐난하는 사회가 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 현대일본학회가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강제징용 해법의 평가와 의미를 주제로 긴급토론회를 하고 있다. 2023.3.13./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원덕 국민대학교 교수는 이날 당초 강제징용 배상 문제를 외교부가 아닌 총리실에서 주도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이 교수는 “한일 청구권협정에 명시된 제3국에 중재위를 구성해 문제를 풀 것이 아니었다면 외교적, 국내적 문제가 혼재하는 징용 배상 해법을 총리실이 주관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교수는 “징용 피해 문제는 한마디로 국가폭력 피해자들을 어떻게 구제할지의 문제였다”며 “결과적으로 일본이 해법 마련을 회피하면서 국제적으로 인권 문제, 국제규범 측면에서 패배한 국가 이미지를 남기게 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번 윤석열정부의 징용 해법 마련에 대해 “기존 정부들이 일본과 자존심 대결을 해왔던 것에서 벗어나서, 예상되던 국내 반발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위한 디딤돌을 놓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정세 흐름상 만약 야당 정부가 들어섰더라도 이런 선택은 불가피했다. 어떤 정부든 시기의 문제였다”고 말했다.

진 연구센터장은 앞으로 남은 과제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피해자와 직접 소통하고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 피해자의 아픈 마음을 보듬는 자세가 필요하다”면서 “일본도 일방적으로 승리했다고 인식한다면 앞으로 진정한 한일관계 개선은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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