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지수 편입 추진하는 정부…'공매도 전면재개' 고비 넘겨야
   
▲ 이원우 경제부 차장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실리콘뱅리은행(SVB) 파산 사태 이후 이어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연설에는 약간의 다급함이 묻어나왔다. "미국의 은행 시스템은 안전하다"고 말하는 그의 뉘앙스에서는 ‘안전해야 한다’는 당위가 보였다. 미국의 대선이 내년으로 다가온 이 중요한 시기에 금융위기를 방관할 현직 대통령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예금 전액보호를 포함한 금융시장 안정대책을 전격 시행하자 미국 내에서도 ‘도덕적 해이’ 논란이 일고 있다. 다분히 SVB가 자초한 것으로 보이는 이번 사태에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것이 맞느냐는 부분이 핵심이다. 미국의 선례는 그 자체로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 금융당국도 덩달아 바빠졌다. 물론 한국도 포함이다. 

‘전쟁을 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보다 주가가 더 많이 떨어졌다’는 자조 속에서도 한국 금융당국은 최근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금융‧자본시장의 수준을 국제적 지평으로 올려놓는 일이다. 대체거래소(ATS) 설립, 호가제도 변경, 배당제도 개선 등의 크고 작은 과업들이 바쁘게 이어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정부와 당국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의 신호는 ‘그린’이다. MSCI는 이미 한국 경제와 주식시장 규모를 선진국 수준으로 평가한다. 다만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 바꿔야 할 것들이 있다.

   
▲ 한국 금융당국은 최근 어려운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 금융‧자본시장의 수준을 국제적 지평으로 올려놓는 일이다. /사진=김상문 기자


24시간 거래가 불가능한 외환시장, 외국인/내국인 정보 접근성 차이, 세계 기준과 다른 배당지급 방법, 복잡한 외국인투자가 등록 과정 등이 개선 대상으로 손꼽힌다. 이미 작업이 시작됐거나 시작될 부분들이 많지만 진짜 어려운 이슈는 아직 본격적으로 거론되지 않고 있다. ‘공매도 전면 재개’다.

공매도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MSCI라는 목표에 도달할 수는 없다. 문제는 국내 투자자들의 반발이 정말로, 정말로 거세다는 점이다. 공매도의 기본 취지와 일말의 순기능을 언급하는 것만으로는 전혀 설득이 되지 않는다. 근본적인 불신을 걷어내는 작업이 필요하다.

금융위원회가 이달 초 무차입 공매도 거래를 한 금융사 2곳에 각각 38억7000만원, 21억8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이젠 좀 다르게 가겠다’는 선언으로 읽혔다. 두 곳은 모두 외국계 회사로, 외인들에게만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는 비판에 반응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불법 공매도의 9할 이상이 외국인에 의해 자행된다. 하지만 이들에게 수십억 단위의 과징금이 부과된 사례는 놀랍게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맥락도 일면 이해가 간다. 공매도 문제에 있어서도 당국은 ‘글로벌 스탠다드’에 도달할 수 있을까.

이런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4일 비공개 임원회의에서 "(총선에 출마하지 않고) 금감원에 거머리처럼 딱 붙어 끝까지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여러모로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는 그가 총선에 출마한다면 지금까지 진행돼온 여러 작업들의 진의도 훼손될 수밖에 없다. 모든 행보가 선거의 맥락에서 읽혀버리기 때문이다.

지금 한국 금융시장에 필요한 것은 당국이 일하고 있다는 신뢰, 불의는 발견되며 처벌 받는다는 믿음이다. 어쩌면 바로 그것이야말로 한국 시장에 결여된 진짜 ‘글로벌 스탠다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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