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부터 복합자재 품질인정 제도 본격 적용
표준모델인정 제도 여전히 곳곳에 문제 도사려
제품 품질 확인 등 관리, 감독 문제가 가장 시급
[미디어펜=문수호 기자]수십 년 간 지속돼 온 건축물 화재 인명 사고가 올해를 기점으로 줄어들 수 있을 지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지난 2020년 건축자재 품질인정 확대에 대한 건축법이 개정(시행 2021.12.23.)되면서 그동안 문제로 지적돼 온 건자재 화재안전성 관리에 대한 개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5일 건자재 업계에 따르면 건축법 개정 이후 기존에 발급받은 성적서들의 유효기간이 모두 종료돼 올해부터 실질적인 품질인정제가 전면 시행된다. 기존에 운영돼 온 내화구조 인정체계와 같이 복합자재 등의 품질인정 대상 건축자재는 새로운 기준에 따른 인정을 받아야 한다. 

복합자재의 경우 과거 의뢰자 제공 시료를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 등에서 검수를 통해 시험성적서를 받는 방식이었다. 이 경우 실제 현장에 납품되는 제품이 성적서와 다른 불량 자재가 사용돼 많은 문제가 발생돼왔다.

품질인정 제도는 인정 기관에서 해당 제품의 서류심사부터 공장심사 및 실물화재 시험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는 만큼, 시험성적서보다 철저한 관리가 가능하다. 특히 품질관리 능력 평가 및 인정기관에서 시료 채취 및 부적합 적발 시 유통판매가 제한돼 기존 방식보다 철저한 관리와 패널티 부여가 가능하다. 올해부터 개정된 건축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는 만큼, 샌드위치패널 등 복합자재는 시험성적서가 아닌 품질인정 제도를 통해 인정을 받아야 한다.

시험성적서 제도는 한 현장에서 제품에 문제가 발생되더라도 시험성적서 자체는 유지돼 다른 현장에서 해당 제품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품질인정 제도는 인정 자체가 취소되는 만큼 한 번 문제가 생기면 모든 현장에서 해당 기업의 제품 사용이 불가능해진다. 다만 새로 품질인정 대상에 포함된 복합자재의 경우 각 기업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이를 대체하는 제도로 표준모델인정 제도를 같이 운용한다. 

문제는 그동안 샌드위치패널의 품질 표준화 문제로 불량제품이 현장에 많이 적발된다는 이유로 인정제도로 전환했는데, 표준모델인정 제도 역시 개별 업체별 품질 확인 절차가 없어 국토부의 의도대로 올바른 기능을 할 수 있을 지 업계 내에서 의견이 분분하다는 점이다.

내화구조인정과 품질인정은 각 기업들이 개별적으로 KICT에서 진행한 공장심사와 실물화재 시험 등 까다로운 절차를 통과해야 한다. 반면 표준모델 인정은 협회 등 업계 내 단체에서 내세운 표준모델과 같은 제품을 사용하면 되기 때문에 시간과 비용 등 모든 면에서 기업에 득이 크다.

   
▲ 지난 2022년 1월 5일 팸스냉동 물류센터 신축공사장이 화재로 전소한 모습. 당시 3명의 소방관이 순직했다./사진=미디어펜.


◇ 협회‧조합 등 제각각 난립, 의견 수렴 및 제품 성능 편차 해결해야

문제는 표준모델인정 제도를 운용하는 단체들이 각 복합자재 업계의 대표성이 있느냐와 업계의 의견수렴이 가능하느냐가 관건이다. 복합자재의 대표적인 샌드위치패널의 경우 글라스울패널과 우레탄패널, EPS(스티로폼)패널로 나뉜다. 이중 글라스울과 우레탄 업계의 경우 각각 내화건축자재협회와 우레탄협회(외벽에 대한 표준모델)에서 의견수렴이 가능하다. 이를 취급하는 기업들이 소수이고 대부분 협회에 가입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EPS패널의 경우 사정이 다르다. 이 업계는 발포플라스틱공업협동조합과 금속패널조합, 패널협의회 등으로 분산돼 있다. 또 200개가 넘는 EPS패널 제조업들이 난립하고 있는데다 협회 가입이 제각각이어서 업계 내 통일된 의견수렴이 쉽지 않다.

또 이들 단체가 개별 기업을 상대로 표준모델인정에 대한 인증서 장사를 할 경우 폐단이 우려되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협회나 단체들이 인증서를 내주며 비용을 받는 등 장사화 할 경우 제대로 된 품질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표준모델인정의 경우 KICT에서 행하는 품질인정과 달리 공장심사와 실물화재 시험이 생략되기 때문에 실제적으로 화재안전성을 담보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뿐만 아니라 각 업계 내 단체에서 내세운 구조모델과 각 기업별 제품의 성능 수준이 다를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글라스울의 경우 기본적으로 내화 성능이 큰 만큼 문제가 없지만, 스티로폼이나 우레탄의 경우 과거부터 화재가 나면 유독가스 등을 배출해 인명사고의 주범으로 꼽혀왔다.


◇ 제품 성능 확인, 현장과의 괴리 등 관리 감독 필수

결국 제품 편차가 크지 않은 글라스울패널과 달리 다른 제품들은 난연 수준이 얼마나 지켜졌는지에 따라 제품 성능이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과거 복합자재의 경우 개별 기업별로 시험성적서를 발급받던 당시, 시편과 현장에서 사용된 제품 간 성능 편차가 큰 것이 문제가 됐던 만큼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말란 법은 없다.

무엇보다 관리, 감독에 대한 방법이 애매하다. 각 대표 단체나 협회에서 화재안전성에 기반한 독립적인 표준모델을 내놓더라도 이를 각 기업들이 똑같은 기준에 맞는 제품을 만들어 쓸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결국 과거와 마찬가지로 대표 모델과 현장 간 괴리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EPS패널의 경우 표준모델이 될 가능성이 있는 제품으로, 난연 성능을 담보하기 위해 패널 간 접합부에 U-bar를 넣는 방법이 개발된 바 있다. 이 모델의 경우 실물화재 시험을 통과했지만 현장 결착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 또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장점인 EPS패널의 단가 상승 원인이 되기 때문에 현장에서 잘 적용이 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이와 관련, 업계 내 한 관계자는 “각 단체에서 운영하는 표준모델 운영규정을 국토부가 면밀히 검토해서 인증서를 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가 각 업계에서 서로 감시할 수 있는 고발 기능을 둔 점은 화재안전성을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모든 현장을 다 모니터링 하기 어려워 일부 기업들만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표준모델 기준이 너무 낮거나 통일이 안 될 경우 화재안전성을 담보하지 못할뿐더러 협회가 인증서 장사를 할 경우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면서 “각 협회가 회원사들의 요구를 무시하지 못하는 만큼, 표준모델 인정 제도가 제대로 된 구실을 할 수 있을지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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