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마저 호들갑…스스로 돕는 자세로 차분하게 대응해야 할 때

   
▲ 박종운 논설위원
신이여, 은총을 내리소서 - (May) God bless you!

서양에서는 어떤 사람이 재채기를 하고 나면, 주위에 있는 사람이 ‘(May) God bless you!’라고 빌어준다. 신이 은총을 내리시길 바란다는 뜻이다. 실제로 재채기는, 사래 들리거나, 이물질이 들어간 경우 외에는, 대개 감기에서 비롯된다. 그런데 이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아주 원시적인 미생물로서 치료제가 없다. 이처럼 바이러스에는 약이 없기 때문에, 의약이 충분하게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에는 신에게 은총을 빌어주는 말을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의약이 많이 발전했다. 바이러스 자체는 죽이지 못하지만 건강한 몸의 면역력이면 그 바이러스를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음을 알고 있다. 언어습관이야 계속되겠지만, 기침 재채기를 하면, 신에게 은총을 빌기보다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예전에 약국에서 약을 조제해주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약사가 조제해준 약봉투 속을 들여다보면 주로 두통, 몸살, 발열, 콧물, 기침, 등의 각 증상에 대해서, 통증을 완화시키는 진통제, 열을 내리게 하는 해열제, 진해거담제, 소화를 도와주는 소화제 등이 들어 있었다. 혹은, 종합감기약에서는 이것들이 구성성분으로 들어가 있었다. 결국 어디에도 바이러스를 처치하는 약은 없다. 결국 사람의 면역력을 도와주고 체력을 보강해주면서, 편하게 쉼으로써 치유가 되게 하는 것이다.

또한 독감은 전염력이 높기 때문에, 바이러스성 전염을 막는 것이 중요하다. 전염을 막으려면, 환자의 기침 재채기에 의해서 전염되는 것이나, 혹은 환자가 재채기를 가리거나 콧물 등을 처리한 손으로 만진 것들에 의해서 전염되는 것도 막아야 한다. 환자는 마스크를 하고, 손을 깨끗이 하여야 하며, 환자가 아닌 사람은 항상 손을 씻는 버릇을 들여야 한다. 그리고 충분한 휴식과 풍부한 영양을 확보하는 것이 긴요하다. 이것이 의약 전문가들의 권고다.

이번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사태도 사실 그 이상의 해법이 없다고 본다.

환자들의 방심, 의료진들의 분투

그런데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의 전파와 관련하여, 환자의 행태가 잘못된 것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 우선 그들은 호흡기 질환이 가지는 전염 위험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전염원에서부터 전염을 막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5월 20일 메르스 최초 확진이 있었는데, 그 환자(1번 환자)로부터 이미 많은 사람이 전염되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올라온 1번 환자를 검사한 삼성서울병원은 메르스 확진을 한 뒤, 보건복지부에 알렸고, 질병관리본부가 나서기 시작했다. 문제는 감염내과 전문의가 원장인 삼성서울병원이 최초 확진을 한 공적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국가적 대응의 필요성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응급실로 찾아 온 또 다른 환자(14번 환자)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럼으로써 안타깝게도 제2차 전파 중심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위 표에서 보듯이 메르스는 구체적으로 접촉 선에 의해서 전파되고 있다. 메르스에 걸렸든 아니든 호흡기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주위에 호흡기질환을 전파하지 않겠다는 결의와 ‘주의’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들이 ‘주의’하지 않는다면, 어느 누구도 병의 전파를 막을 수 없다. 그들이 주의하지 않는다면, 원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많은 사람들을 병으로 초대한 것이 된다.

메르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의료진들이 직접 위험에 노출되어 메르스에 옮아 병상에 눕기도 하고, 또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방역복을 걸친 채 격리생활을 하는 등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 고생하고 있는 의료진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 돕는 사람을 도울 수 있을 뿐이다. 스스로 주의한 채, 병원으로 찾아 온 경우에만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 메르스에 대한 경계경보가 충분히 내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증상이 발현되었어도 이를 숨긴 채 다니는 사람에게서 전파되는 것까지는 차단할 수 없다. 자유 시민사회에서는 의료진을 포함해서 어떤 사람이든 단지 의심만 가지고 이동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료진들의 사투가 성과를 거두려면 국민들의 자발적 협조가 절실히 필요하다.

뒤에서 총질하기는 이제 그만!

그런데 메르스 확산에 대한 대처과정이나 보도, 개인 의견들에서 우려스러운 점들이 많이 드러나고 있다.큰 재난이 터지면 아니나 다를까 역시 국가가 신격화된다. 그런 사고의 연장에서 사람들은 국가가 신답게 능수능란하게 일을 처리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국가가 신인가? 그러나 국가는 신적 존재들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국가는 우리와 비슷한 종류의 인간들로 구성되어 있다. 다만 그들은 붙박이로 국가 업무에 종사할 뿐이다. 따라서 붙박이 종사자로서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있다면 그것을 지적해야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보건복지부가 메르스 환자 접촉자들을 자가격리토록 하면서 자유자재로 활보하고 다니는 것을 차단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이 비판은 잘못된 것이다. 북한 같은 전체주의 경찰국가가 아닌 이상, 자가 격리를 요청했으면 시민양식에 기대야지 그 이상의 것을 국가에게 기대해서는 안된다.

지금도 병원들에서는 메르스 외에도 환자들이 넘쳐나며, 경찰들은 교통사고는 물론이고 각종 사건 사고들에 매달려있다. 근접 접촉이 있었지만 아직 증상이 없는 사람을 잠복기로 의심하고 스스로 자가격리로 주의를 기울이도록 그의 양식에 호소하는 것까지는 할 수 있지만, 근접 접촉이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의료진이나 경찰이나 공무원들을 감시자로 배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보건복지부가 잘못한 것은 메르스 환자들이 거쳐간 병원들에 대한 정보를 신속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은 점이다. 그래야 국민 각자가 더 많은 주의로 스스로를 도울 수 있지 않는가? 물론 병원의 일시적인 영업에는 지장이 있겠지만, 주의 결과 더 이상 확산이 없는 것으로 판명나면 곧바로 정상회복 될 것이다.

   
▲ 박원순 시장의 가든파이브 방문에 상인들은 “어떤 식으로 극복해요? 처음부터 경솔하게 말씀을 하셨어요. 여기 상인들 죽으라는 거에요 뭐에요. 이렇게 어려운 실정에 찬물 확 끼얹어서 사람이 없어요”라며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영상캡처
이런 점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6.4 심야 기자회견은 크게 잘못되었다. 우선 심야 기자회견의 형식이 가뜩이나 뒤숭숭한 사람들의 마음을 크게 놀라게 만들었다. 대단한 공포를 일으키는 형식이었다.

두 번째로 그가 예를 든 35번 환자 관련 사실들이 허위에 입각한 것이라는 점이다. 35번 환자가 증상 발현 이후에 수천명이 모이는 모임에 참가하고 다녔다고 했는데, 의사인 35번 환자의 주장에 따르면 재개발총회는 증상 발현 전이었고, 의료진 모임에는 참석하지도 않았고, 증상발현 이후 의사의 양심에 따라 스스로 자가격리를 했었다고 한다. 이 기자회견으로 35번 환자인 의사는 메르스에 박원순 시장의 허위 기자회견에 대한 ‘울화’까지 더해 위중한 상태라고 한다. 엉뚱하게 생사람을 잡은 격이다.

세 번째로 박원순 시장은 보건복지부가 정보독점을 하고 확진권한도 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서울시 관련자가 정보채널로 활동하고 있었다. 기자회견 이후 오히려 서울시의 확진 속도가 보건복지부의 확진 속도보다 훨씬 느릴 뿐만 아니라, 서울시 산하 모 의료원에서는 메르스 의심환자를 받지 말라는 이메일을 돌리는 일까지 일어났다. 문제는 오히려 서울시에 있었다.

네 번째로 박원순 시장은 실제로 알려야 할 부분을 알리지 않았다. 정부의 잘못은 메르스 관련 병원을 밝히지 않은 것이었는데, 박원순 시장도 마찬가지로 삼성서울병원의 명칭을 공개하지 않았다. 또 기자회견 이후, 서울시가 삼성 서울병원 비정규직 73명이 메르스 의심증세를 보였다고 발표했지만, 이것도 근거없는 것임이 드러났다.

도대체 왜 이런 식으로 불을 지르는가? 자신이 할 일은 안하고, 남을 허위 비방하는 일에만 앞장선다면, 그것이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까? 이 심야기자회견 때문에 그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쑥 올라갔지만, 사태가 진정되면 곧 세상이 그 진상을 알아차릴 것이다.
 
그것은 허위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진실이 힘을 발휘한 것이 아니고, 공포마케팅이 힘을 발휘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고생하는 의료진들을 격려하고, 그 와중에서 메르스 위험에 노출된 의료진들을 위로해야 하는 데, 그들을 뒤에서 총질하는 것은 사태의 해결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이점에서는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본받아야 한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처럼 요란하게 하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민관합동 의료위원회를 구성하고 300병상 이상의 병원 32곳이 자발적으로 메르스 외래 거점병원으로 참여하도록 만들었다. 15일 현재에는 41개 병원이 참여하기에 이르렀다. 행정 지원은 경기도의 이런 사례처럼, 국민들을 불안에 떨지 않게 하면서도, 국민들이 기댈 곳에 대한 대비를 충분하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2차 재난을 없애려면, 차분하게! 차분하게!! 그리고 일상을 유지하자!

사람들이 가득 찬 캄캄한 극장 상영관에서 누군가 ‘불이야!’ 라고 외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갑자기 몰려나가려다 서로 끼어서 압사사고가 일어날 것이다. 차분히 대응하면 피해를 줄일 수 있는데, 놀라게 하면 2차 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는 영국에서 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의 독일군 공습이 있었을 때, “Keep Calm!, Carry on!”이라는 구호를 내걸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이 구호처럼 “차분하게, 그리고 하던 일을 계속하자”는 뜻이다.

이번 메르스 확산도 사실 차분하게 대응을 해야 할 성질의 것이다. 더구나 전쟁터도 아니다. 또 갑자기 모든 사람이 공기중에서 메르스균에 노출되어 여기저기서 쓰러지는 상황도 아니다. 차분하게 메르스 보균자와 접촉을 주의하고 청결에 신경 쓰면 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일부 언론의 공포 마케팅은 선을 넘었다. 세월호 참사 때도 그랬지만, 재난이 있을 때 사고 현장을 난장판으로 들쑤시고 다니면서 없는 문제도 문제로 만들거나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를 뻥튀기 하여 쓰는 것은 오히려 문제다. 재난이 있을 경우 일원화된 통제부를 통해서 보도가 나오도록 하고, 문제가 해결되는 방향으로 보도를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엄청난 공포가 국민 모두에게 엄습한 듯이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리고 한국을 아주 위험한 나라로 만들어버렸다. 대한민국에 오려는 해외의 여행객들이 여행 계획을 취소하게 만들었다. 관광업을 비롯해서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치명타를 안겨주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솔한 허위 기자회견을 함으로써 장사를 망치게 된 가든파이브 상인들이 그에게 했던 항의는 일부 언론의 경우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다. 잘못된 공포마켓팅으로 인한 경제의 침체라는 2차 재난은 메르스보다 더 큰 피해를 주고 있는데, 누가 그 책임을 져야 하는가?

차분하게! 재난 상황일수록 더 차분하게 행동하자! /박종운 시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