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나란히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국힘 "한일 관계 봄" 호평했지만 강제 징용 등 과거사 풀어야할 숙제
민주 "조공 외교" 깎아 내리기 몰입...이재명 사법리스크 시선 돌리기?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 대한 여야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두 정상이 과거 일본의 식민 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죄를 문서화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계승한다고 밝혔지만 일본이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직접적인 사과나 언급 없이 지나가자 야당이 "굴종 외교"라며 공세를 펴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여당은 "민주당이 선동만 하고 있다"라며 "셔틀 외교의 복원"이라고 엄호에 나섰다. 

양국 정상은 지난 16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이후 공동기자회견문을 통해 안보, 경제, 인적·문화 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약속했다. 또한 지난 12년 간 중단됐던 정상 간 '셔틀 외교'의 복원을 약속했다. 다만 일제 강제 징용 문제에 대한 직접적 입장은 없었다.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 이후 기자들과 만나 "(일본 피고 기업에 대한) 구상권 행사는 상정하고 있지 않다"라며 "만약 구상권이 행사된다고 하면 이것은 다시 모든 문제를 원위치로 돌려 놓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도 "윤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아래 이번 한국의 재단이 판결금 등을 지급하기로 한 조치가 발표된 것을 알고 있다"라며 "이런 본 건 조치의 취지를 고려해 구상권 행사에 대해 가정하지 않고 있다고 알고 있다"라고 답했다. 

   
▲ 1박2일 일정으로 일본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3월 16일 오후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에 민주당은 "조공 외교" "외교 참사"라며 이틀 내내 십자포화를 퍼부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7일, "윤 대통령은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관련) 구상권 청구는 없을 것이라고 일본 눈치만 살폈다"라며 "일본에 조공을 바치고 화해를 간청하는 그야말로 항복식 같은 참담한 모습이었다. 윤석열 정권이 결국 일본의 하수인이 되는 길을 선택했다"라고 깎아 내렸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일본은 강제동원을 비롯한 과거사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 한마디 없었는데도 일본의 일방적 무역보복 조치에 죄다 항복을 선언하고 말았다"라며 "강제징용 굴복에 이어 위안부 문제까지 국민 자존감과 역사 인식을 헐값에 팔아 일본 정부의 편에 선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격이 없다"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이 과거사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국민들의 '반일 감정'을 고조 시킴으로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쏠린 시선을 분산 시키려는 전략적 의도로 풀이된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유포한 혐의로 두 번째 재판에 출석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반일 감정을 더욱 선동하는 데에만 앞장서고 있다"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한일관계 정상화는 복합 위기에 놓인 우리 경제에 새로운 기회와 활력을 줄 것"이라고 호평했다. 

   
▲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주호영 원내대표는 "기시다 총리는 1998년 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 했다"라며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한국 국민에게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 것에 통철한 반성과 마음으로부터 사죄를 담고 있기에 이에 대한 재확인은 양국의 새로운 미래 발판으로 볼 수 있고, 크게 보면 사죄의 뜻이 포함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일종 정책위의장은 "한일관계 개선으로 양국 간의 신뢰 구축이 다시 시작됐는데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은 '굴욕', '굴종', '조공보따리' 등 막말을 쏟아내며 트집 잡기에 혈안"이라며 "반일 선동과 정치적 선동으로 이익을 누려왔던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를 덮으려는 호재로 또 죽창을 들고 나섰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이날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과연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다고 전제했을 때 이번 협상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생각한다"라며 "못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 문재인 정부 시절 재단에 일본 기업도 돈을 낸다라는 그런 안을 냈었지만 결국 협상안이 진전이 없었다. (민주당 정권이 들어섰다면)한일관계 경색국면이 더 길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의 '외교 참사' 공세에 대해서는 "일단 모든 사안에 대해 공세적으로 나간다는 게 민주당 기조 아닌가"라며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분산시키기 위해서라도 자꾸 (윤 대통령과)부딪혀야 되는 거다. 윤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세움으로서 당 내 갈등을 완화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제대로 된 역사 인식의 부재로 인한 비극"이라고 평가했다. 박 평론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의 강제 징용 배상 판결을 무시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삼권 분립을 위배한 것"이라며 "우리 행정부가 무시했으니 일본도 이제 우리 대법원이 어떤 판결을 하더라도 다 무시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3월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그러면서 "제3자 변제 방식의 경우도 피해자들이 거부하고 있지 않나"라며 "1965년 한일 협정은 국가 침략에 대한 배상이지, 강제 징용 피해자나 위안부 피해자 등 개인에 대해 보상이 아니다.그런데 왜 미쯔비시 등의 일본 기업이 아니라 포스코 등의 우리 기업이 돈을 내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걸 떠나서 최소한 일본이 제대로 된 사과라도 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번 한일정상회담은 한국 정부가 지난 6일 일본 피고 기업을 대신해 한국 정부 산하 재단이 징용 피해자들에게 판결금을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 안'을 발표를  계기로 성사됐다. 하지만 강제 징용 피해자 일부가 이를 거부하면서 가해 기업인 일본의 미쯔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반발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국내 여론도 비판적이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3주째 하락해 33%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4%포인트 하락한 34%에 머물렀다.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이 3월 셋째 주(14~1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3명에게 '윤 대통령이 현재 대통령으로서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나'라고 물은 결과 33%가 긍정 평가했다. 부정평가는 전주 대비 2%포인트 상승한 60%다. 부정 평가 이유 1위는 일본 관계·강제 동원 배상 문제(15%), 2위는 외교(15%)였다. 

한편, 이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RDD 표본 프레임에서 무작위 추출된 표본을 상대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보다 자세한 사항은 한국갤럽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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