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지호 기자]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합병 반대로 삼성물산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균형이 깨졌던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 비율이 애초 합병 비율에 근접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17일 종가는 각각 17만4500원, 6만5700원으로 양사의 주가 비율은 1대 0.38을 나타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계획상 합병 비율인 1대 0.35에 근접한 것이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주가 비율은 합병 계획이 발표된 5월 26일에는 1대 0.34를 나타냈었다.

그러다가 엘리엇이 7.12% 지분 보유 상황을 공시한 이달 4일 1대 0.36을 기록, 합병 비율인 1대 0.35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엘리엇이 주총을 막아달라는 가처분을 낸 다음 날인 10일에는 1대 0.42까지 올라갔다.

엘리엇의 공세가 거세질수록 삼성물산의 주가 비율이 상승하는 추세를 보인 것이다. 이는 제일모직 주식보다 삼성물산 주식의 가치가 고평가됐음을 의미한다.

합병이 계획대로 끝나면 사전에 정해진 1대 0.35의 합병 비율에 따라 삼성물산 주주들이 제일모직의 신주를 받게 된다. 삼성물산 주식이 상대적으로 비쌀 때 산 주주들은 결국 그만큼의 손해를 보게 된다.

따라서 양사의 주가 비율이 1대 0.35를 크게 웃도는 것은 시장 참여자들이 엘리엇의 등장에 따라 합병이 무산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삼성물산 주식에 베팅했음을 의미한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10일을 정점으로 양사의 주가 비율은 점차 하락, 이날 1대 0.38까지 내려왔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지난 10일 전격적으로 자사주 899만주(5.76%)를 KCC에 넘겨 우호 지분을 크게 늘린 것을 계기로 삼성그룹측이 지분 싸움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삼성물산 지분 추가 매수 등 엘리엇의 다른 공세 징후가 포착되지 않으면서 지분 경쟁 기대감이 사그라진 것으로 풀이된다.